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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은 포옹

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4

by 김성래

2013년 9월 16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요즘 뭔가 마가 꼈나 버스 타서 봉변당하는 일이 많음.


내가 내리는 서울대 정문은 회차지역이라 그런가 크게 휘어서 도는 구간이 있음.

근데 그 도는 구간 즈음에서 한 형제님이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휘청함.

그러면서 하필이면 나한테 넘어졌음.

안 넘어지려고 버티다 보니 늘어지면서 내 품에 꼭 안긴 꼴이 됐음.

키도 크지 않다 보니 정말 폭 안긴 꼴이 됨.


문제는 그때부터 커브구간이라는 거.

원심력 때문에 우리는 꼼짝 못 하고 끌어안고 끌어안 긴 채로 있었음.

손잡이도 잡지 않은 오른손은 어쩔 줄 몰라서 완전 어색하게 들어 있었음.


이 꼴을 본 옆사람들이 피식피식 웃기 시작함.

민망함과 짜증남에 밀어내려고 하는데 이 형제님은 안 넘어질라고 기를 쓰고 나를 잡고 있음.

커브 구간이 지나고 형제님은 내 허리춤을 부여잡고 얼굴을 부비면서 몸을 일으킴.

생각 같아서는 팔꿈치로 치고 싶었음. 어차피 내려야 하는 터라 내리긴 했는데.

그 형제님은 그렇게 일어나 놓고 내리지 않았음.

뭐하는 놈인가 싶었는데, 내리면 맞을까 봐 안 내렸나 싶음.

하긴 내 표정이 정말 안 좋았을 테니 같이 내리기 뻘쭘했을지도...


요즘은 뭔가 버스만 타면 봉변당하는 듯.

좋은 기억을 만들어야 하는데 나쁜 기억도 자꾸 쌓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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