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6
2014년 1월 21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하... 백 미터 정도 오는데 한 이십 분 넘게 걸린 듯.
집에 오는 길이 어찌나 반질반질하고 옴팡지게 미끄럽던지.
나는 노트북과 하드디스크를 등에 지고 27인치 꽤나 큰 모니터를 한 손에 들어 있었음.
여기에 오늘 작업할 모든 소스가 들어있음.
잘 못 넘어지면 장비에 자료까지 깡그리 날아가는지라
거의 걸음마를 배우는 심정으로 한발 한발 가고 있었음.
심지어 오래간만에 시간 났다고 헬스장에서 데드리프트를 빡시게 했더니
허리와 다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것도 큰 문제였음.
이 상황에 건너편에서 태권도복을 입은 초등학생 남매가 깔깔거리면서
신발로 얼음을 지치면서 날아옴.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마교인들의 경공술을 보는 것 같았음.
혹시라도 부딪힐까 봐 쫄아서 옆에 매미처럼 붙어서 지나가길 기다림.
아이들이 지나가고 다시 걸음마를 시작하려는데
뒤에서 으캬칵 같은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소리가 들림.
뒤를 돌아보니 자매님 한 분이 넘어지심. 아픈 건지 쪽팔린 건지 바로 못 일어나고 계심.
한껏 더 쫄아서 남은 한 손으로 벽을 잡고 걸어감.
요 최근 몇 주간 볼 수 없었던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한. 발. 한. 발. 오는데
맞은편에 커플이 나랑 같은 방향의 벽을 잡고 걸어옴.
근데 나는 혼자고 저쪽은 둘이니 절대 안 피할 것 같았음.
이런 상황에서 괜히 저 형제님이 센척하면 무쟈게 피곤해짐.
난 이미 한 발자국마다 어마어마한 칼로리를 소모해서 많이 지친지라
거의 기어서 옆에 난간 쪽으로 건너감.
근데 지나가면서 하는 자매님의 말이
"오빠 나 넘어지면 같이 넘어져야 돼!"
보통은 넘어질 것 같으면 잡아줘 라고 하지 않나?
잡생각 하면서 잠시 집중력을 흩트리고 있다가 한 번 휘청함.
이래저래 다리에 힘이 풀려서 좀 쉬다가 왔음.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