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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흘람 Oct 24. 2024

위험했던 순간들... ft. 처음 느껴본 지진

알함두릴라

파키스탄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이미지로 절대 안 가 볼 나라였으나 신기하게도 이집트, 요르단, 독일 다음으로 거주하게 되었다.

 

역시 어딜 가나 사람들은 살기 때문에 나 조차도 못 살 이유는 전혀 없었다.


내가 이집트에 처음 머문 해에 무려 5번의 테러 공격이 있었다. 대부분 시나이 반도였지만 수도인 카이로에서 특히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 같은 대표 관광지인 칸엘칼릴리에서 테러가 발생했었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PC방 가서 대사관 공지메일을 보고 상황을 접했었다.

사실 거리를 지키는 가드나 관광경찰들이 그때당시 꾸벅 졸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반듯이 서서 지키고 있어 의아했는데 바로 사건이 터진 것이다.


테러뿐만 아니라 요즘은 전쟁 또는 위험한 순간은 가까운 주변에서도 겪을 수 있다.


파키스탄에서 다행히 크게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아 너무 감사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위험했던 순간들도 적어보려 한다.


하나.

2023년 봄 저녁 8시-9시쯤 얘들은 2층에서 자고 나도 얘들 옆에서 편히 쉬고 남편은 1층에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주변이 조용한데 덜컹 소리가 몇 번 들렸다. 나는 속으로 큰 트럭이 집 앞을 지나가는구나 했다.

근데 그 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규칙적으로 들렸으며 급기야 나는 소리가 나는 쪽을 찾기 시작하는데....


알고 보니 침대다리가 흔들리며 바닥과 부딪혀 쿵쿵 소리 나는 거였고


지진이야


그리고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잠든 아이들을 서둘러 안고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 집 밖으로 나왔다.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몸만 서둘러 챙겨 나와야 했다.


난생처음 느껴본 지진이라 처음에 전혀 인지를 못했다.


심장이 덜컹.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후들후들 사지가 떨린다.

느껴보고 싶지 않았던 지진의 경험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여진이었다는데 사람이 느낄 정도로 컸다.


남편은 서둘러 보안팀과 연락을 했고 우리가 당장 취해야 할 거를 물어보았다.

다행히 그 뒤로 발생은 안 해서 한 30분 뒤였을까

집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공식적으로는 경도 6.5 지진이었다는데 다행히 이슬라마바드에는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강하게 느꼈을 뿐.


일본친구들은 그 정도는 익숙했다는데 문제는 파키스탄 건물을 믿을 수가 없어 불안했단다.


예전에 주변 독일친구들이 구호물품과 비상식품등을 몽땅 채운 배낭을 침대맡에 놓고 잔다 해서 그 정도까지야 그랬었는데... 나도 그 이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배낭을 챙겨놓았다.


이 일이 있은 후 파키스탄에도 지진이 지주 발생한다는 걸 알았다.


둘.

이슬라마바드에는 큰 쇼핑몰이 두 군데가 있다.

F-7에 있는 사파 골드몰(Safa Gold Mall), F-8에 있는 센트로스몰(Centaurus Mall)

나는 두 군데 잘 이용했는데 사실 공식적으로는 미국인 포함 유럽인들은 보안 때문에 방문을 하면 안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센트로스몰은 정말 상징적인 거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고급 아파트도 건물에 있어 한국분들도 많이 거주하시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남편 직장에서 절대 거주할 수 없다 해서 머물지는 않았다. 아는 한국분들의 집들을 방문했을 뿐..


나는 별개로 종종 쇼핑몰을 방문했다. 앞에서 보안 검사를 따로 하고 나름 볼거리도 살 거리도 많다 :)


그런데 어느 날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것도 큰 화재. 쇼핑몰 맨 꼭대기층 푸드코드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ㅡ

특히 큰 문제는 화재경보알람이 건물에 설치되지 않았다는 거다ㅡ 그리고 건물도 화재노출에 전혀 안전하지 않게 지어졌다.

센트라우스 쇼핑몰 화재발생

평소에 자주 가는 그곳에 화재가 발생했다니..


내가 아이들과 혼자 갔다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나? ㅠ


특히 나도 공식적으로는 방문을 피해야 하는데 유일하다시피 한 이 쇼핑몰은 나는 좋아했다.

 

나는 저 때 학교방학이라 파키스탄에 없었는데 수시로 뉴스에 보도가 되었고 다행히 진압은 되었고 복구도 끝났다.


다시 쇼핑몰은 오픈을 했고 사람들을 맞이했다.


셋.

그동안 비행기를 좋아서 타는 게 아닌 의무감으로 탔었다. 딱히 공포도 없었고 신나지도 않았던...


그러다 작년 파키스탄 항공 피아(PIA)를 타고 눈산 및 산맥을 지나면서 처음으로 바이킹 느낌을 받았다. 항공의 문제라기보다는 지리적 특성, 날씨였단 걸 돌아올 때 알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비행기 공포가 시작이었다.


어디서 듣길 아이가 생기면서 자기의 책임감이 커지며 더 이런 공포심이 생긴다는 걸 들었는데 그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다.


피할 수 없는 비행기 공포를 어떻게 이겨내얄지 고민 좀 더 해봐야겠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는 게 더 많아질수록 공포는 배가 되는 거 같다.

요즘은 그네만 타고 머리가 어질어질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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