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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Aug 13. 2024

우리 꼭 다이어트하는 것 같아

뜨거운 핏덩이로 태어난 너의 말실수


여행에 다녀온 후 아들이 다시 아프다. 원체 기관지가 약하기도 하지만 무리했나 싶어 푹 쉬게 하기로 했다. 딸은 면역력이 좋아 같은 집에 살아도 아프지가 않다. 그런데도 딸은 아픈 아들이 부럽단다. 엄마와 하루종일 같이 있다는 이유로!


방학 중에도 운영되는 기관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딸아이도 일주일간 같이 쉬기로 했다. 여행을 하느라 이미 결석 일수가 꽤 되어서 돈이 아깝긴 했지만, 곧 개학을 앞두고 아이에게 일상의 방학을 선사하기로 했다. 나는 휴직 중이라 일상의 방학을 누리고 있지만 딸은 언제 이렇게 쉬어보겠나 싶어서.


나름 생산활동에 해당되는 원고료 지급 체험단과 개인 운동 일정을 뒤로 미루었다. 그리고선 집에서 같이 뒹굴뒹굴하고 있다. 우리 집 루틴으로 자기 전 성경말씀을 암송하는 것과 영어책 한두 권 읽는 것 말고는 어떤 학습도 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 같이 있을 뿐인데 뭔지 모를 자유가 있다. 어릴 적 주무시는 엄마의 푸근한 뱃살을 베개 삼아 누워서 책 읽고 놀았던 때가 생각난다.


어제는 병원에 갔다가, 오늘은 도서관에 갔다가 셋이 나란히 손잡고 집에 오는 길. 군것질한 사실은 아빠한테 비밀로 하기로 했다. 그 순간이 좋았는지 아들이 한 마디 한다.


"우리 꼭 다이어트, 아니 데이트하는 것 같아."

"다이어트~? 푸하하!"


막내다운 아들의 귀여운 말실수에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어설픈 구석이 꼭 엄마를 닮은 것 같다. 아들의 말마따나 탈출하고 싶을 만큼 더운 공기를 걷는 길에, 잘못된 단어 선택 하나가 웃음을 불러왔다. 뜨거운 여름. 감기에 걸린 아들 덕분에 우리는 뜨거운 온기를 나누고 눈빛을 교환했다. 뜨거운 핏덩이로 이 세상에 나와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채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뭔지 모를 삶의 열정이 샘솟는다. 이열치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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