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계정을 키우면서 경험했던 애증의 감정, 그것을 브런치에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브런치를 집어든 건 온라인 글쓰기를 넘어서 진화된 디지털 노동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먹고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썼을 뿐인데 그것이 돈을 부르는 콘텐츠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해봐서였을까, 순수하게 글쓰기를 하고자 시작한 브런치에서도 나의 욕망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브런치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봤을 공모전 홍보글. 호기심에 클릭해 보았다. 선정작 10개? 브런치 이용자 수가 몇명이랬더라. 이미 직업적 작가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더라도 훌륭한 글을 써내는 브런치 작가들이 차고 넘쳤다. 언감생심 나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나 그저 몇 번이었지만 다음 포털 메인에 노출되고, 요즘 뜨는 브런치북, 인기글, 에디터픽 최신글 등등에 노출되고 보니 일말의 희망을 품다 못해 집착하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역시 관종이었던 것이다. 나의 만족을 위해 글을 쓴다고 시작했지만 이렇게나 인정욕구가 충만한 사람이었다. 블로그 상위노출을 위해 맛집 후기글을 쓰고 나서 목표 키워드로 몇 번이나 검색해 보던 그 모습을 여기 브런치에서도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브런치를 속속들이 파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슨 글들이 인기글로 올라와도 관심 있게 보지 않고 넘겼다. 매번 올라오는 작가들의 글만 올라오는 것 같아서 그사세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그저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써 내려갈 뿐이니 볼 사람은 보라지, 꼭꼭 숨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달려 나가진 않을 테니 와서 한번 찾아봐, 하는 고고한 심정으로다가. 글을 쓸 땐 수시로 들어와서 작성하고 저장했지만 그만큼 다른 글을 읽지는 않았다. 오밤중에나 정말 내 심금을 울리는 글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즐겼다. 그런 글에는 '라이킷'하며 아껴둔 나의 흔적을 남겼다.
캡쳐까지 하는 치밀한 집착을 보라
그러다가 내 글이 우연히 메인에 걸리게 되고, 내게 기꺼이 흔적을남겨준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새로운 삶의 기록을 만나게 되었다. 이전보다는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따라간게 맞다. 스크롤 압박이 느껴지는 글을 다 읽지 못해도,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발견하지 못해도 그 안에 있는 열정을 보았다. 그것은 글 자체에 대한 열정 또는 글로써 누군가와 소통하고자 하는 열정이었다. 그리고 '명예의 전당'에서 (이미 사라지고 없는) 나의 흔적을 찾다 보니, 새롭게 걸려있는 글들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순수한 사랑으로 시작해서 욕망이 피어오르는 것 같아 못내 아쉽던 브런치를 향한 마음. 그러나 인정하기로 했다. 이것이 내가 그에게 시간과 마음을 들이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너무 쿨하면 그게 어디 사랑인가. 다만 집착과 욕망으로 본질을 벗어나지는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