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 바로 '라이킷'이다. 내가 '라이킷'에 대해 처음 세웠던 원칙은 이러했다.
1. 글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
2. 마음을 울린 문장이 있어야 한다.
무슨 영혼의 단짝을 찾겠다고 브런치에 이렇게나 진지했다. 글을 읽는 것보다 글쓰기에 대한 갈급함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했던 브런치라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글은 당연히 많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내 글에는 라이킷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중엔 내 글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내 글에는 과연 그들의 마음을 울린 문장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답이 너무 쉽게 나왔다. 아닐걸. 바쁜 현대 사회에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들여다볼 시간이 어디 얼마나 있겠는가. 나만 해도 읽어야 할 종이책부터 여러 권에다, 틈틈이 글을 쓰는 것만 해도 하루의 시간이 모자란다. 대강 읽었다 한들 매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거나 내 생각을 담은 글에 공감하는 것은 아닐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독자님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남기는 '라이킷'은 대부분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응원이었다. 그럼 나는 그런 독자가 될 수는 없는가? 꼭 상기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하는가? 그것을 고집할 이유는 무엇인가?...그것을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몇 달 동안 브런치를 하면서 느낀 건,
1.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2. 그것만으로도 '라이킷'할 만하다.
글을 쓴다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내놓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브런치에서 라이킷을 마음껏 남발하기로 했다. 실제로 어제 하루 남발(?)해보니 기대하지 않았던 화답도 받았고, 주옥같은 문장들도 만났다. 고통 속에서도 기어코 문장으로 완성한 삶이 있었다. 이전에는 그것을 힘주어 찾아내려 했다면, 라이킷은 기본으로 깔고서 그저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눈이 움직이는 대로 읽다 보니 좋은 글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기분이 좋다.
더불어 먼저 손 내미는 느낌이 좋다. 저 당신이 쓴 글이 좋아요, 당신이 좋아요. 꼭 고백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곳곳에 사랑을 많이 심은 느낌이다. 약간 기계적으로 심은 느낌은 있지만, 요즘은 모내기도 기계로 심지 않나. 나는 내 엄지를 직접 움직였단 말이다. 토도도독. 글 쓰느라 고생했어요, 용기 내느라 수고했어요, 응원할게요. 하는 마음을 담아. 그러니 기계적으로라도 사랑을 심는 것이 좋다. 안 심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니 오늘도 아이 라이킷.
* 사진 출처: Pixabay, Leopold Bött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