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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02. 2024

알고리즘에 지친 너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의 푸념


플랫폼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하고 적용할 수밖에 없다. 결코 콘텐츠 생산자들을 엿먹이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러나 초보 콘텐츠 생산자들은 콘텐츠 제작에 많은 시간을 들일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실험하기를 반복한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땐 알고리즘 따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뭐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꾸준히 포스팅을 업로드했을 뿐이다. 그런데 공감과 댓글 수에 비해 블로그 유입이 점점 늘어나는 게 신기해서, 나중에야 통계치를 분석해 보고 상관관계를 파악해 보았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평균 데이터> 중 내 블로그에서 상위그룹 평균을 상회하는 지표는 게시글 평균 사용시간이었다. 게시글 평균 사용시간이란 '사용자가 블로그에 방문하여 게시글 1개를 읽는 데 사용한 평균시간'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체류시간이다. 내 글이 공감과 댓글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위노출이 잘 되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상위노출은 블로그 세계에서 일종의 성적표나 포트폴리오 같은 기능을 한다. 어떤 키워드로 상위노출된 게시물이 있는 경우, (해당 키워드로 상위노출이 필요한) 타 업체들로부터 광고 제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협찬 혹은 원고료가 지급되는 건도 있다. 참고로 나는 체험하지 않은 상품에 대해 글과 사진을 던져주고 지급하는 원고료는 받지 않는다. 그건 엄연한 거짓광고이자, 내 계정을 이용한 발행비용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블로그 계정이 성장하고 나니, 다른 플랫폼에서도 계정을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사실 블로그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도전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스타는 블로그와 다른 점이 많아 보였다.


블로그는 '계정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좀 더 필연적인 친구같이 느껴졌다면 인스타는 그렇지 않았다. 블로그가 어떤 계산 없이 맺어진, 유년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라면 인스타는 어떤 목적을 갖고 친해지기 위해 애쓰는 친구같이 느껴졌다. 계정을 키우기 위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나름대로 애써보았지만 쉽게 가까워질 수 없었다.


인스타그램 피드의 댓글창에서는 유난히 하트를 많이 날리는, 사랑이 가득한 대화가 오고 갔지만 팔로워의 현실은 냉혹했다. 열심히 발품 팔아서 몇 명 늘어났다 면 다음날 누군가가 팔로우를 취소해서 숫자가 줄어들었다. 콘텐츠를 만들고, 올리고, 선팔하고 맞팔하러 다니기도 바쁜데 팔로우를 취소한 게 누군지 알아내는 짓까진 할 수 없었다. 그저 약간의 치사함을 느꼈다.


블로그는 시작부터 일기형태로 글을 써왔기 때문에, 이런 내 마음을 블로그에 그대로 기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네이버에게 인스타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을 순 없었다. 그건 어쩐지 좀 이상했다. 경쟁자에게 험담을 하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나의 블로그는 어느새 체험단으로 경험한 '좋은 것들'에 대한 기록들로 점철되었다. 여행이나 맛집으로 검색해서 유입된 이웃들에게 나의 텍스트는 궁금하지 않은 내밀한 이야기가 될 터였다.


무엇보다 블로그도 변했다. 블로그도 사용자를 중심으로 로직을 변경해 나갈 수밖에 없겠지만 뭔가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계속해서 친구(?)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켜줘야 할 텐데, 나만 일방적으로 쫓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홍보글로만 가득한 블로그를 보니 내가 변한 것 같기도 다.


나는 글을 파는 사람인가? 먹고, 쓰고, 먹기 위해 쓰고, 먹고 나서 쓰고, 먹고 싸는 것처럼 글을 썼다. 그마저도 잘 팔리지 않는 글을 쓰고 있었다. 회의감이 들었다.


처음엔 그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기록용이었던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약간의 정보를 가미했더니, 그것은 콘텐츠가 되어 내 삶에 약간의 도움이 되었다. 그 후로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블로그 글쓰기에 매진했지만, 내 영혼을 담은 글쓰기는 어느새 매진되었다. 지친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풀어낼 수 있는 새로운 친구가 필요했다. 나는 글을 팔기 위해서가 아닌, 글을 쓰기 위해 브런치 작가에 신청했다. 이런 나의 진심을 브런치는 당연히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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