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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09. 2024

난 아무 하고나 친구 하지 않아

알고리즘보다 혹독한 거절감

그러나 브런치는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블로그 포스팅처럼 글을 쓰고 '발행'을 하려는데 브런치 작가가 아니면 글을 발행할 수 없다고 했다.


'아니, 브런치에서는 글도 내 마음대로 못 써?'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마음을 터놓을 새로운 친구가 필요했던 나는 순순히 가이드를 따랐다.


다행히 '저장' 기능이 있어서, 써둔 글은 내 서랍에 보관을 하고 브런치 작가에 신청을 했다. 신청을 하는 단계에서도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어떤 글을 써봤는지 등등 자기소개와 이력을 요구하는 항목들이 있었다. 평소에 나의 무기라고 생각해 왔던 진솔함을 바탕으로 지원서를 쓰고 제출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지원서를 쓸 때 듬뿍 담았던 내 진심이 안 통했다니, 배신감이 들었다. 블로그나 인스타에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해 서운했던 감정과는 달랐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수많은 사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한 로직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내 콘텐츠가 많은 사용자들에게 노출되고 선택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알고리즘의 선택을 못 받았다는 것을 직접적인 거절로 보긴 어렵다. 알고리즘에 적용되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간접적인 요소들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브런치 작가에 불합격했다는 사실은 좀 더 직접적인 거절감으로 다가왔다. 알고리즘을 형성하는 AI가 아닌, 사람에게서 거절받은 기분이었다. 브런치 작가의 자격을 심사하는 전담 조직인 브런치 스토리팀으로부터 거절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심사에는 물론 기준이 있었을 테지만, 글을 발행할 자격조차 부여하지 않는 브런치가 야속했다. 어떤 이야기든 들어줄 것처럼 다가와놓고선.


생각지 못한 거절에 상처받고 등을 돌렸다. 그런데 이번엔 유튜브의 무서운 알고리즘의 힘으로(!)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는 방법>에 대한 영상들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클릭하지 않았다. 이미 블로그, 인스타의 알고리즘 파악에 지쳐있던 터라 브런치만큼은 분석하고 싶지 않았다. 플랫폼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는 좋지만, 경험상 지치고 질리는 애증의 관계가 될 위험이 있었다.


나는 브런치와는 그런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았다. 무급 인생이 먹고살기 위한 수단,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연적인 SNS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만으로도 족했다. SNS 계정을 키우고 관리하는 디지털 노동에 지친 내 마음, 브런치는 그런 내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집어든 일용할 양식이었다. 이마저도 통과를 위한 학습을 해야 하다니. 인터넷 세상인데도 사회생활 속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느껴졌다.


나는 <브런치 작가 되는 법> 영상을 시청하는 대신, 브런치에 다시 한번 글을 쓰고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아직 발행할 수 없는 글을 서랍에 저장한 뒤 다시 브런치 작가에 신청했다. 브런치는 하루 만에 내게 축하의 답장을 보내왔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와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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