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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Sep 19. 2024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기쁘지가 않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5개월째,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 네이버에서는 두어 번 정도 인플루언서 신청을 했었는데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브런치에서는 지원조차 하지 않은 크리에이터에 선정되다니!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분야의 크리에이터라니. 기분이 묘하다.



스토리 크리에이터에 대한 안내문을 쓱 읽어보니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뭔가 인정받은 기분이다.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밑바닥에 있는 마음을 쓰고 나서 이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마냥 기쁘기보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가당치 않게 다음 메인에까지 걸렸다. 그간 주목받았던 다른 글들과는 달리 마음이 들뜨지 않고 무겁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다. 심지어 구독자도 줄었다.


에세이의 특성상 글을 쓰는 사람의 삶과,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내가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눈여겨봐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나의 밑바닥을 드러낸 건 치명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에 넘친 것을 쓰기로 했다. 이 슬픔은 여전히 내 안에서 넘치고 흐르는 중이다. 그래서 쓰는 것을 지체할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어차피 쓸 것이었다.


글을 잘 읽고 있다며 댓글을 달아주었던 이들이 떠오른다. 그들이 내 글에 대해 남겨준 감상은 이러했다.(일일이 수집했을 만큼 행복했다.)


여운이 남는 좋은 글입니다.

공감 가는 좋은 글이에요.

글이 생동감 있어서 좋아요.

작가님의 글 참 좋네요.


'좋은 글'이라는 표현이 참 좋았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각자마다 정의가 다르겠지만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나로서는 황송하고 고마운 칭찬이었다. 내가 정의하는 좋은 글은, 김종원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글을 읽는 사람을 향한 사랑의 마음으로' 쓴 글이다. 그러나 어떤 글은 그저 쓸쓸한 마음으로 읊어내듯 쓰기도 한다. 그런 글은 사랑이 없을지라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쓴다.


분명한 건 내가 쓰는 글은 삶의 좋은 부분만 도려내어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냄새나고 썩은 부분을 내 나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쓰는 것이 특징이다. 날것의 시선에 누군가는 공감할 수도, 미숙한 시선에 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주저 없이 써보기로 한다. 철없던 시절의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지언정 있는 그대로의 나를 쓰다 보면, 남을 쓰다듬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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