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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l 11. 2024

첫 번째 책이 탄생했다


브런치에 처음 입성했을 때, 서로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문화가 낯설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는 시중에 책을 출간해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었다. 누군가 내게 작가님이라며 댓글을 달아주었을 때도 괜히 쑥스럽고 황송했다. 그런데 문학 작품까진 아니더라도 글을 짓고 매만지는 사람을 작가라고 일컫는다면 그 타이틀이 적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수많은 훌륭한 글을 만나며 바뀐 생각이다.


나도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브런치 북'을 두 권 발간했다. 한 권은 예전에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써두었던 전자책 <연년생엄마의 릴레이블로그>이고, 다른 한 권은 브런치를 시작하며 기획하고 연재<하루를 까먹고 있습니다>이다. 그리고 <그 시절, 내가 사랑한 당신> 현재 1화 만을 남겨두었다. 지난주에는 단 며칠이었지만 '요즘 뜨는 브런치 북' 8위에까지 올라서, 소중한 구독자님들을 잇따라 선물로 받았다.


<연년생엄마의 릴레이블로그>를 연재할 때는 썼던 글을 다시 매만지는 기쁨이 있었다. 펀딩 프로젝트의 실패로 인해 영영 묻혀버릴 뻔한 전자책이 브런치로 인해 다시 떠올랐다. 써두었던 초고를 다듬으며 해묵은 내용을 빼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작업이 의미 있었다.


<하루를 까먹고 있습니다>를 연재할 때는 나의 현재와 다른 모습의 지난날들을 매만지는 슬픔이 있었다. 그러나 게워내듯 글을 쓰면서 나를 새롭게 알아가고 이해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같은 상황에 있었던 그들을 상상하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겠구나. 브런치의 어떤 작가님께서 사랑은 상상하는 것이라고 썼던 글이 마음에 남았다.


써두었던 글과 매거진을 제외하고는 전부 10화 내외로만 구성했다. 매주 정해진 요일에 글을 연재한다는 건 꽤나 부담되는 일이다. 사실 이 글도 몇 주나 밀린 뒤에 쓰고 있다. 한 주 더 미룰 뻔하다가 겨우 쓸 수 있었던 건, 오늘 체험단으로 방문했던 업체 사장님의 한 마디 덕분이다.


"오늘이 책 나오는 날이지요?"


깜짝 놀랐다. 블로그 체험단이니 보통은 블로그만 둘러보고 선정할 텐데 사장님께서는 내가 블로그에 써둔 브런치 관련 글을 보시고, 그 링크를 타고 들어와서 내 브런치 북을 보시고, 오늘이 <브런치와 친구가 된 이야기>를 연재하는 날이라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순간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러워서 대화를 오래 나누진 못했지만, 나의 글을 기다려주는 독자를 실물로 뵌 소중한 첫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분은 독자가 아닐 수도 있고,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브런치 플랫폼의 특성을 잘 모르실 수도 있다. 오늘 발행하는 글의 제목이 '첫 번째 책이 탄생했다.'로 예정되어 있었으니 지류 책의 출간 날로 오해하게 아닐까 싶기다. 그러나 어찌 됐든 나의 책에 대해 물어오신 그 얼굴이 반가웠고 감사했다.


나는 출간 작가가 아니며, 캐릭터에 영혼을 담아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해 낼 재간도 없다. 누군가에게 엄청난 인사이트를 제공할 만한 삶의 경험도 없다. 내세울만한 성공스토리가 있는 인생도 아니지만 그저 쓰는 인생을 살기로 했다. 요즘은 남의 책을 보며 주옥같은 글들을 베껴 쓰는 중이다. 브런치에 옮겨 적기엔 저작권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종이 노트에 필사하고 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나의 책을 보고 밑줄 긋고 필사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 정도로 누군가의 마음을 붙잡고 호소할 수 있는 힘이 내 삶과 내 글에 있기를. 책을 엮어가듯 나의 삶을 하루하루 엮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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