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리듬과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그의 이름을 외우고 외우고 또 외운다 머리에 외운다는 게 아니라 입 밖으로 외운다 지금 이곳 대웅전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의 이름을 외치고 있다 목탁과 함께하면 정말 그럴싸한 BPM 135다 강남 나이트 저리 가라의 강한 기운이 흘러넘치는 게 느껴진다 에너지가 눈에 보이고 몸으로 넘어온다 그런데 이게 이래도 되나 싶긴 하다 석가모니를 앞에 두고 지장보살만 십여분을 외우는 이 상황이 말이다 절에 오래 다닌 보살님이 괜찮다고 했다 지금은 지장보살의 시대라고 했다 내가 의아하게 쳐다보니 각 보살마다 영험한 부분이 있는데 지장보살님은 지옥문을 열고 죽은 자를 관장할뿐더러 석가가 영면에 들어가며 다음 미륵불이 오기 전까지 현세를 맡아달라고 지장보살에게 당부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49제를 지내는 우리는 지장보살을 다 함께 외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언니로 인해 우리 동네에서는 나름 큰 절의 49제 일요크루가 되었다 49제는 죽은 이가 황천으로 떠나는 49일까지 매주 한 번씩 그 혼을 달래고 그가 구천을 떠나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비는 제사라고 한다 나 또한 살아생전 처음 참여하다 보니 낯설긴 했지만 조선시대에는 대부분 장을 치른 후에 지냈었다고 한다 요즘은 절에서 제사를 대행해 주는데 월요일마다 지내는 사람들 수요일마다 지내는 사람들을 요일별로 모아놓고 한 번에 제사를 함께 지내다 보니 참여자가 7주 동안은 유사하다 - 물론 그 사이 새로 합류하는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이 있지만 - 어떤 가족은 삼제 누구는 오제 점점 칠제인 49제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서 소속감을 느끼다 보니 크루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아 보였다 제사가 끝나면 같이 절밥을 먹으면서 어색하지만 침묵을 깨는 소소한 담소도 나누고 말이다 옛말에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가히 맞는 말이다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그러기에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BPM 135에도 노련하게 내 페이스를 따라서 백팔배를 해낸다 처음에는 절이란 공간 특히나 석가모니를 모신 대웅전 안이라는 공간의 특이성 그 특이함에 기인한 일상에서 멀어진 어딘가에 떨어졌다는 생각 화려한 색상으로 칠해진 건물과 그림들 그리고 처음 보는 건축문양이나 구조들에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는데 가만히 있는 게 더 고역이란 걸 알고는 다른 사람을 따라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리듬이 너무 빠른 것이다 에어컨도 없는 절간에서 절을 빠르게 한다는 게 그렇게 힘들 줄야 왕년에 나이트에선 술의 힘으로 버텼지만 여긴 리얼이었다 내 근육들이 못 버텨서였을지도 그다음 다다음날도 층계를 못 내려갔다 거기에 땀은 왜 이리 비 오듯 오는지 스님들은 모두 겹겹이 옷을 입고 계시던데 나만 이리 더운가 땀이 만들어지도록 만들어진 헤어밴드를 한 것 같다 뚝뚝 바닥에 그리고 아래에 깔은 방석을 적신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이게 뭔가 묵직하게 나에게 다가오는 한 방이 있었다 사실 내가 참여하는 49제는 일면식도 없는 동네 언니의 여동생의 49제였다 활짝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도 했지만 동네 언니의 굳게 다문 입을 바라보며 그 궁금증을 푸는 것을 곧바로 포기하였다 오히려 이런 내가 그녀의 삶의 일할도 일푼도 일리도 모르는 내가 그녀를 기리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오직 그 언니와 나 그리고 같은 동의 304호 동생까지 그 어떤 일가 친인척도 없이 우리 셋이었다 이게 맞나 틀리나라는 생각이 들기까지는 일제를 지내고 나서였다 첫 제사를 지내고 먹는 점심 절 한편에 마련된 식당에 모두 모여 먹는 절밥 그제서야 눈이 좀 돌아다녀 나는 기웃기웃거렸다 가장 안쪽 긴 테이블에는 복작복작해서 십여 명이 참여한 사람들이 보였다 식당은 크진 않아 모든 테이블이 가득 찼었다 그러다 보니 원치 않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약간은 경직된 미소로 내가 알게 된 것은 모두 돌아가신 분의 일가친척이라 하였다 다른 집들도 비슷했다 이렇게 아무런 연고 없는 사람이 참여하는 집은 일요크루에 없었다 우리밖에 없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49제에 참여하는 것은 그런 사람들로만 구성된 팀은 우리뿐이었다 우리만 그랬다 하지만 강해 보이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던 그 언니가 눈그렁이 나를 쳐다보며 내 손을 꼬옥 그 차디찬 손으로 감쌌을 때 나는 벗어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만 했다 이상하다 어색하다는 생각 자체는 아예 못했다 그리고 첫 제사 나와 그 언니뿐일 거라고 생각했던 그곳에 304호 동생이 있자 뭔가 기분이 묘하게 이상했다 난생처음 절에 와서 그런가 아니면 대웅전이란 공간을 바라만 보다가 그 안으로 그 안에 내가 실재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제 때 절을 하다 보니 갑자기 살짝 다리가 휘청거려 이마가 바닥에 콩 했을 때 아 내가 초식동물이어서 그래서 그 언니가 아 맞아 304호 동생도 초식동물 그렇지 우리는 그냥 연약한 너무도 가늘고 연약해서 육식동물의 입질 한 번에 목줄이 부서질 그런 가늘은 숨과 몸을 가진 초식동물이었구나 초식동물 그 안에서도 토끼나 쥐 아니면 어린 영양 그런 종류의 초식동물 그래서 우리가 선택이 되었구나 삼인조가 필연적 안정적 팀 모양새여서 나와 304호가 선택되었어 맞아 아 그랬구나 언니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었구나 악어 눈물 나는 그 눈물에 옴짝달싹 못하고 육식동물의 눈에 포획된 초식동물처럼 그렇게 그래서 이렇게 여기에서 절을 하는구나 깨달았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면서 무언가 매우 상쾌함 깊은 물에 내던져져 온몸을 버둥거리다 가만히 있어도 살 수 있구나 내가 스스로 부유할 수 있구나 알아차려 가만히 있자 오히려 내 몸무게라는 부력으로 인해 몸이 떠올라 벅찬 숨을 쉬는 듯 그 상쾌함 살아있다는 느낌 내 속 안에 맺혔던 무언가가 퐉 터져서 내려가는 청량함을 느꼈다 탄산음료 보다 더 강렬하면서도 목이 따꼼따꼼거리는 탄산감 신기했다 내가 이용당함을 느낀 그 순간 오히려 찾아오는 시원함이라니 그리고 얼굴을 돌려 바라본 영정 속 언니의 동생 얼굴이 왠지 파르라니 해 보여 나도 언니의 동생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다른 일요크루의 소천한 분들의 안녕을 구천을 더 떠돌지 않고 번민을 느끼지 않고 좋은 곳 그들이 갈 곳으로 잘 정말 잘 가시기를 기원했다 뭔가 나의 미천한 소망도 지장보살을 입 밖으로 정확하게 소리 내서 외우면 진정 이루어질 것 같았다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를타야 훔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를타야 훔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를타야 훔
삼제 때 나는 이미 지장보살 타임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요일이 기다려졌다 손수건도 혹시 몰라 두 개나 챙겼다 그리고 맞이한 지장보살 타임 빠르게 나는 절을 해나갔다 등에도 이마에도 땀이 줄줄 흘렀다 그래도 좋았다 지난주 느꼈던 상쾌함이 대웅전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바람으로 인함인 것을 알았다 바람은 내부를 감싸고 다시 날아갔다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절과 교회의 차이는 에어컨이 있냐 없냐의 차이라고 우스갯소리로 적은 글이 생각났다 맞다 이 건물 안에 에어컨은 없다 그렇지만 자세히 느껴보면 바람이 분다 그리고 꽤나 시원하다 스님들이 겹겹이 옷을 입은 이유를 알겠다 바란 스님들의 뒤통수를 보면서 연신 절을 한다 생각해 보니 그들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평온한 마지막을 빌어주고 있었다 나는 언니의 여동생 그래도 한 다리 건너지만 스님들은 그 어떤 끈도 연도 없는 사람들을 일 년 내내 본인의 에너지를 사용해서 빌어주고 있었다 덥던 그 절이 소름 끼치게 갑자기 추었다 한기가 느껴졌다 한기를 누그러뜨리고자 나는 뜨겁게 더욱 뜨겁게 절을 했다 그리고 오늘 사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나는 지장보살을 외우며 절을 하고 있다 막혔던 맥이 뚫려서 넘쳐흐르는 사람처럼 외우고 있다 잊혔던 20대 나이트에서 방울뱀처럼 웨이브를 추던 그때의 나처럼 말이다 이제 세 번 남았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살아있는 나를 오랜만에 맛봐 새로 태어난 듯한 묵직하며 순진한 감정들이 아직도 벙벙벙벙 BPM 135로 내 가슴을 울리는데 말이다 이 발칙한 울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 에너지를 그저 술을 마시는데 다 쓴 게 과거의 나였다면 이제는 나는 알겠다 이 에너지는 다른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매일 아침 하늘에 태양을 띄우는 가장 고귀하면서도 중한 의식을 치르는 태양의 인디언들처럼 내가 모르는 아니 알았던 아니 하나만 건너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데 사용해야만 한다고 말이다 이런 게 나의 운명이라면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