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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Mar 31. 2024

돌덩이를 얹고 사는 K-장녀의 신경계

돌덩이를 내려놓고 다시 꽃이 되려면

K-장녀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맏이라는 역할에 여성이라는 성역할까지 더하여 떠맡아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감당해야 하는 대한민국 장녀들이 겪는 심리적 특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K-장녀 콤플렉스가 있으면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느끼는 깊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낍니다.


남녀 차별이 심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한 가정 안으로 들어가 가족  구성원 간의 심리적 역동을 살펴보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 맏이라는 이유로 K-장녀들이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은 시대적 성별 간 평등이 이루어진 만큼 가벼워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스개 소리 반, 진담 반으로 K-장녀 콤플렉스가 있으면 이렇게 된다고 합니다.

- 조용하지만 은은하게 돌아 있다.

- 실은 독기가 가득하다

- 엄마한테 이해받고 싶다

- 어디서든 한 사람 몫은 한다

- 양보하다가 거지 꼴을 못 면한다

- 내가 원하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는다

이런 특징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몇십 년을 살아온 K-장녀들의 심리적 상태를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책임감과 수치심을 오랜 기간 갖게 되면 몸과 마음에 무리가 됩니다. 신경계 긴장도는 올라가고 반응성은 커집니다. 겉으로 침착해 보이는 K-장녀 속이 겉으로 보기만큼 평탄치 않은 이유입니다.


남녀 간 불평등이 많이 해소되었음에도 K-장녀 신드롬이 언급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자녀를 양육할 때 아들보다 딸에게 더 순종적이며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양육자의 양육 태도, 양육자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자녀의 행동에 대해서만 인정하는 행동의 조건적 수용, 자녀의 부정적 감정에 대한 타당화 부족 등을  꼽습니다.


K-장녀 신드롬이 사라지려면, 여자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맏이라는 이유만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자유와 자신의 잠재력을 탐색할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도 탐색하고 표현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고 거절하고 주장하는 행동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남들이 떠맡지 않는 역할을 오랜 시간 떠맡다 보면 자기감을 잃어버리고, 심리적 경계가 무너지고, 심한 경우 우울이나 불안 등의 증상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에 돌덩이를 얹고 살다 보면 생명력과 매력이 떨어지게 되기도 합니다. 기능은 잘할 수 있지만 사림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것은 어색해집니다. 더 뻣뻣하고 굳어지기 전에 몸과 마음이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 신뢰로운 대상, 안전한 공간은 몸과 마음이 안정감을 되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돌덩이를 내려놓으면 다시 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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