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 고정적인 이자를 제공하고 안전 자산으로써 불확실한 시기에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보호해 주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채권은 주식과 함께 모든 투자 포트폴리오의 근간이 되는 자산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60/40인데, 이는 주식 비중을 60% 그리고 채권 비중을 40% 가져가는 전략이다. 주식은 지속적으로 우상향 하는 경향이 있고 채권은 대체적으로 주식과 음의 상관관계를 지닌다. 실제로 연준이 22년 금리를 올리기 전까지 60/40는 단순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포트폴리오였다.
FT에 따르면 1980년 이후 60/40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수익률은 10.2%였다. 그리고 위의 차트에서 보이듯 대체로 모든 해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했다. 예외적인 구간은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그리고 08년도의 금융위기였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40%를 차지하는 채권 덕에 마이너스 수익률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닷컴 당시는 마이너스 6% 정도. 금융위기 때는 마이너스 14% 수준이다. 당시 패닉을 상기하면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채권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주식과는 달리 채권은 쉽게 거래할 수 없다. 가령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싶다면 누구든지 증권사 어플을 통해 매수가 가능하다. 국내 주식이 아니라 해외주식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은 장내 거래이므로 거래가 쉽기 때문이다. 반대로 같은 주식이라도 비상장 주식은 장외에서 거래되니 장내 거래와 달리 용이치 않다.
대체로 장내에서 거래되는 주식과 달리 채권은 장외에서 거래된다. 국내 채권도 접근성에 허들이 있는데 해외 채권이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설사 해외 자산이라도 환전을 통해 투자가 용이한 주식과 달리 채권은 접근성에 엄청난 제약이 있다.
여기에 채권 투자의 허들을 한 단계 더 올리는 요소가 있다. 모든 채권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가령 애플 주식을 예로 들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애플 주식은 모두 동일하다. 투자자들이 소유하고 거래하는 애플 주식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증서로 동일한 배당에 동일한 수익률을 제공한다. 특정 애플 주식을 소유한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더 많이 주거나 하는 일은 주식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그나마 유일한 차이는 의결권이다.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인데, 투자자들이 보유한 Class A 지분과 달리 창업자 주커버그가 소유한 Class B 지분은 의결권이 10배 높다. 즉 Class B 1주를 소유한 입장에서 Class A 10주를 보유한 주주와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채권은 동일한 회사가 발행하더라도 종류가 모두 상이하다. 우선 발행하는 만기가 다르다. 5년물 10년물 등 다양하기 채권 만기를 가져간다. 물론 만기는 발행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더해 발행 시점 또한 관건이다. 전 장에서 다뤘듯 채권 금리는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금리를 기반으로 신용 리스크 등이 더해지는 구조다. 그러므로 동일한 기업이 발행한 채권일지라도 20년도 저금리 시절에 발행했던 채권 와 24년 금리 인상 사이클 최정점에 위치했을 때 발행한 채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즉 애플이 발행한 주식은 모두 동일할지언정 애플이 발행한 채권은 모두 다르다.
최근에는 국내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채권 직접 거래 서비스가 론칭됐다. 하지만 이는 정말 최근에 나타난 움직이며 기본적으로 채권 직접 투자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채권형 ETF가 등장함으로 판도가 달라졌다.
지수는 특정 기준점을 기반으로 시장을 쪼개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주식의 경우 대체로 시총 및 섹터 지수가 만들어진다. 다만 채권은 조금 다르다. 채권 투자에 중요한 사항은 기업의 시총과 섹터라기보다는 채권 이자율과 발행한 기업의 신용 등급이다. 채권은 큰 수익률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자산이 아니다. 반면 최소한의 리스크로 고정된 이자를 얻는 목적이 지배적이다. 그러므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반도체든 AI든 신재생 에너지든 산업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만기 때 원금을 제대로 돌려줄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채권 지수는 주식과 달리 신용 등급과 만기를 기반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글로벌 채권 시장의 신용등급은 어떻게 나뉘는가?
글로벌 기업들의 신용 등급은 S&P Global, 무디스(Moody’s) 그리고 피치(Fitch)라는 3대 신용평가 회사들이 매긴다. 참고로 S&P Global은 3대 지수 사업자 중 하나인 S&P Dow Jones Indices의 모회사다. 아래는 3대 신평사들이 분류하는 신용 평가 구성도다. 가장 신용이 좋은 AAA부터 D까지 있는데 실제로 투자적격(Investment Grade)라고 평가되는 단계는 BBB까지다. 그 밑으로는 투자가 아닌 투기(Speculation)로 간주된다. 즉 S&P에 따르면 BBB 등급 하위의 채권에 투자하게 되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함을 시사한다.
BBB 등급 미만의 채권들(BB부터)을 통칭해 대게 High Yield 채권 혹은 Junk Bond라고 표현하다.
그렇다면 글로벌 채권 시장의 만기는 어떻게 나뉘는가?
발행되는 채권의 만기가 대체로 5년 이내며 3년 물 위주로 거래되는 국내 채권 시장과 달리 글로벌 시장의 채권 만기는 훨씬 길다. 이는 그만큼 투자할 수 있는 채권 Pool이 다양하고 넓음을 시사한다. 가령 미국 국채는 최대 30년까지 발행되며 가장 가장 많이 거래되는 만기는 10년 물이다.
단기물 채권 만기(Short Term): ~3Y
중기물 채권 만기(Intermediate Term): 5~10Y
장기물 채권 만기(Long Term): 10Y+
대표적인 글로벌 채권 지수들은 무엇이 있나?
신용 등급과 만기를 감안하면 글로벌 채권 시장의 주요 지수들은 아래와 같다. 흥미롭게도 지수 사업자 3 대장들인 S&P Dow Jones Indices, FTSE Russell 그리고 MSCI 외의 다른 이름들이 등장한다. 바로 블룸버그(Bloomberg)와 바클레이스(Barclays)다.
Bloomberg Barclays Global Aggregate Bond Index
=Bloomberg와 Barclays가 만든 글로벌 채권 시장 전체를 포괄하는 지수
Bloomberg Barclays US Aggregate Bond Index
=Bloomberg와 Barclays가 만든 미국 채권 시장 전체를 포괄하는 지수
Bloomberg Barclays US Corporate Bond Index
=Bloomberg와 Barclays가 만든 미국 회사채 시장을 포괄하는 지수
Bloomberg Barclays US Corporate High Yield Bond Index
=Bloomberg와 Barclays가 만든 미국 하이일드 채권 시장(BB+ 등급 이하)을 포괄하는 지수
Bloomberg Barclays Emerging Markets USD Aggregate Index
=Bloomberg와 Barclays가 만든 개발도상국(EM)이 USD 통화로 발행한 국채를 추종하는 지수
Bloomberg Barclays Emerging Markets Local Currency Government Index
=Bloomberg와 Barclays가 만든 EM 정부가 자국 통화로 발행한 국채를 추종하는 지수
첫 번째인 Global Aggregate을 제외한 두 번째 US Aggregate Index부터 내려갈수록 지수의 리스크가 커짐을 유추할 수 있다. 왜냐면 국채 등을 포함한 전체 채권 시장보다는 회사채로만 이뤄진 지수의 신용 위험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회사채보다 하이일드 채권들의 리스크가 더 높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지만 개발도상국 국채 또한 하이일드 채권의 리스크에 견줄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더 나아가 개발도상국 정부가 기축통화인 USD가 아니라 자국 내 통화(Local Currency)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리스크는 더욱 확대된다. 환율 리스크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용 리스크가 상승한다는 것은 지수의 수익률(발행되는 채권들의 금리)이 더 높아짐을 시사한다.
기존에 채권 투자의 목적인 불확실성으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방어하는 것이라 설명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국채를 한정 한 얘기다. 만약 투자하는 채권이 국채가 아닌 회사채, 하이일드 혹은 EM 국채라고 한다면 이는 더 이상 방어 목적의 안전자산 투자가 아니게 된다. 신용 리스크가 커질수록 채권의 변동성도 높아져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위의 지수들은 대체로 신용등급과 발행처(국채, 회사채, 정크본드)로 나뉘지만 신용 등급과 만기가 모두 명시된 지수들도 있다.
Bloomberg Barclyas US 1-5Y Government / Credit Index
=Bloomberg와 Barclays가 만든 1-5년 만기 미국 국채와 회사채를 추종하는 지수
Bloomberg Barclyas US 5-10Y Government / Credit Index
=Bloomberg와 Barclays가 만든 5-10년 만기 미국 국채와 회사채를 추종하는 지수
Bloomberg Barclyas US Long Government / Credit Index
=Bloomberg와 Barclays가 만든 장기(10년 이상) 미국 국채와 회사채를 추종하는 지수
그러므로 채권 ETF 투자자는 투자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채권은 분명 전통적인 안전자산이다. 단 이는 국채 및 우량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에 한정된 얘기다. 같은 국채라도 선진국이 아닌 EM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결코 안전자산이 아니다. 같은 회사채라도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정크 본드다. 하이일드 ETF에 투자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왔을 때 자산 가치가 오르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채권 ETF는 주식 ETF와 마찬가지로 분산 투자라는 장점을 지닌다. 가령 Blommberg Barclays US Aggregate Index에 들어가는 채권들은 10,000개를 상회한다.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일 ETF를 통해 해당 지수에 포함된 채권들 전부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개별 채권의 디폴트 리스크는 최소화된다.
ETF를 만들어내는 운용사조차도 만 단위가 넘어가는 채권들을 모두 매수하기 쉽지 않다. US Agg. 지수를 추종하는 뱅가드의 Total Bond Market ETF는 9,700개의 채권을 담는다. 즉 부분복제(sampling)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채권형 ETF가 Sampling 통해 구성되는 이유는 주식 ETF와 마찬가지다. 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종목들을 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채권의 경우 애로 사항은 더 심하다. 왜냐면 주식형 ETF는 상장된 주식을 매수하는 반면 채권은 국채가 아닌 이상 장외에서 되기 때문이다.
장외 거래는 흔히 Over-the-Counter(OTC) 거래라고도 표현한다. OTC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부동산이다. 매매든 전세든 부동산 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 가격 협상을 통해 이뤄진다. 5억 짜리 전세를 4억 8천으로 깎을 수도 있다. 반대로 12억 짜리 집을 11억 8천에 살 수도 있다. 가격 협상이 안되면 집주인이에게 집 수리를 요구할수도 있다. 즉 5억 혹은 12억이란 기준 가격이 있긴 하지만 단일화되어 있지 않다. 5억을 액면 그대로 거래할 수도 있고 깎을 수도 있고 5억 그대로 받되 수리를 조건으로 넣을 수 있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동일 조건의 채권이라도 브로커마다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미세할지언정 다를 수 있다. 거래하는 규모에 따라 협상력도 다르다. 대규모 주문을 넣는 입장에선 당연히 디스카운트를 요구할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OTC 거래가 지닌 기본적인 특성들이다.
지수 추종, 분산투자 및 저비용이란 장점은 채권형 ETF와 주식형 ETF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채권형 ETF와 주식형 ETF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주식형 ETF는 거래소에 상장되어 활발하게 거래된다. 마치 주식처럼 말이다. 그리고 주식형 ETF가 보유하는 주식 또한 마찬가지로 거래소에서 원활하게 거래된다. 즉 포장지인 ETF 자체 유동성과 포장지가 담는 내용물인 주식의 유동성이 서로 일치한다. 이를 유동성 매칭(Liquidity Match)라고 부른다.
하지만 채권은 다르다. 채권형 ETF는 주식형 ETF와 마찬가지로 거래소에 상장되어 원활하게 거래된다. 반면 해당 ETF가 투자하는 채권은 주로 OTC에서 거래된다. 즉 포장지의 유동성과 내용물의 유동성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이를 바로 유동성 미스매치(Liquidty Mismatch)라고 부른다.
여기서 ETF의 장점이 두드러지는데, ETF는 본질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채권과 같은 자산을 포장지에 넣어 추가적인 유동성을 공급한다. 물론 채권 유동성은 주식 대비 낮다. ETF가 없었다면 채권 투자자들은 개별 채권들을 직접 거래해야 한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장외 시장에서 브로커를 통해 거래 해야 하니 그 자체로 고통이다. 하지만 채권을 담은 ETF는 주식처럼 상장되어 거래되므로 이 자체로 상장 시장 수준의 유동성을 보유한다. 여기에 추가로 유동성 공급자들인 LP가 제공하는 추가 유동성이 있다. 즉 채권 고유의 유동성에 LP가 제공하는 유동성 플러스 ETF 자체 유동성이 더해지는 구조다. 이는 곧 채권형 ETF의 마법이다 - 장외에서 거래돼 유동성이 떨어지는 채권에 ETF라는 포장지를 씌워 낮은 유동성이란 한계를 극복했다.
출처
1. Why ETFs work better in illiquid markets
2. Bond Markets vs. Bond ETFs During CO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