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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E Sep 11. 2020

ETF의 세상 17
- 채권형 ETF I

지금까지는 ETF의 구조에 대해서 다뤘다. 괴리율, 추적오차, 지수 등 모두 ETF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들이다. 지금부터는 ETF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보편적인 주식형 ETF를 넘어 전체적인 ETF 상품 Pool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다루고자 한다. ETF의 창시자인 네이트 모스트가 예견했듯 ETF는 포장지로써 무한대의 확장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상품 Pool의 첫 번째는 바로 채권형 ETF다. ETF는 채권을 포함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권이란


채권이란 기업이나 정부 등이 발행한 차용증서다. 한마디로 채권을 발행하고 돈을 만기까지 빌리는 것이다. 채권을 발행한 채무자는 만기에 돈을 상환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그래서 채권의 특징을 딱 2가지로 표현하면 이는 (1) 만기 상환 의무와 (2) 고정된 이자 지급이다. 이러한 채권의 특징은 (1) 상환 의무가 없고 (2) 고정된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기업의 이윤을 향유하는 주식과 대칭점에 서있다.


상환 의무가 없고 기업의 이윤을 향유한다는 점에서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마치 그 기업과 사활을 함께 한다는 것과 같다. 기업이 무한히 잘 되면 주가도 무한히 오를 수 있으나 기업이 망하는 순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진다.


반대로 채권은 기업에 사활을 걸지 않는다. 이윤을 공유하지도 않는다. 기업이 잘 돼도 투자자가 받는 이윤은 고정된 이자에 불과하다. 단 기업이 망하더라도 기업은 보유한 건물이나 공장을 팔아서 채무를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채권과 주식 중 어느 자산이 더 위험자산(Risk Asset) 인가? 당연히 주식이다. 그리고 주식의 대칭점에 서 있는 채권은 위험자산의 반대급부인 안전자산(Safe Haven)이라고 부른다.


단 모든 채권이 안전자산인 것은 아니다. 왜냐면 채권의 안전성은 결국 그 채권을 발행한 주체의 신용 등급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국채라고 불리며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신용이 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채권도 있다. 이를 대게 정크본드(Junk Bond) 혹은 하이일드 채권(High Yield Bond)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채권들은 안전자산이 아닌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채권 구조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채권 금리가 결정되는지 알아보자.


채권은 상환해야 할 부채를 의미하므로 돈을 빌리는 주체의 신용 등급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주위만 둘러봐도 신용이 있는 친구가 있고 없는 친구가 있다. 신용이 있는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 하면 흔쾌히 빌려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친구가 빌려달라 하면 조금 꺼려진다. 갚긴 갚을 것 같은데 왠지 과정이 좀 다사다난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금융 시장도 마찬가지다. 단 차이가 있다면 금융 시장에서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자를 주고받는다. 한 마디로 이자란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대가이다. 그리고 신용 등급이 좋은 기관(정부 혹은 우량 기업)은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왜냐면 신용 등급이 높기 때문에 채권자 입장에서 돈을 떼일 리스크가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용 등급이 낮은 기관은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리게 된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파산과 같은 케이스를 대비해 리스크를 높게 측정하기 때문이다. 즉 높은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다.


이자와 리스크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요약 가능하다.


채권 금리 = 무위험 금리(정부가 발행한 국채 금리) + 신용 Risk


여기서 말하는 무위험 금리란 디폴트 리스크가 가장 낮은 국가(정부)가 발행한 금리다. 리스크가 가장 낮다는 것은 반대로 신용등급이 제일 우량함을 뜻한다. 즉 국채 금리가 금융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금리의 기준점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돈일 빌리고자 하는 주체의 고유 신용 리스크를 고려하는 구조다.


단 이것이 전부가 아닌데 여기에 추가적으로 만기가 들어간다. 만기란 돈을 빌리는 기간을 의미하는 데 만기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동일 신용등급을 가진 주체라도 그 기간에 따라서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채권자 입장에선 해당 기간만큼 돈이 묶이는 셈으로 기회비용도 커진다. 


추가적으로 화폐의 적인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등장한다.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간단하게 표현하면 물가가 상승한다)을 의미함으로 수익률을 깎아 먹는다. 가령 명목 금리가 2%라 했을 때 인플레이션이 1%이면 채권자의 실제 이익은 1%가 된다. 물론 반대로 디플레이션일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명목 금리가 2% 일 때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 1%라면 채권자의 실제 수익률은 3%가 된다. 핵심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양한 경기 사이클에 따른 인플레이션 및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질 금리 = 명목 금리 – 인플레이션


그러므로 채권 금리에 대한 공식을 보완하면 다음과 같다.

채권 금리 = 무위험 금리(국채 금리) + 신용 Risk + 만기 Risk


결국 채권 금리는 (1) 국채 금리를 기준으로 (2) 발행 주체의 신용 리스크와 (3) 얼마나 오래 돈을 빌리고자 하는지의 만기 정보 등이 고려된 최종 값이다.

       



채권과 금리의 관계


주식은 손익 계산이 직관적이다. 가령 테슬라를 $100에 샀는데 다음날 $200이 되면 이익은 $100로 단순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채권은 조금 다르다. 


채권은 고정된 이자로 돈을 빌린 채무증서다. 직관적인 설명을 위해 회사채나 정크 본드가 아닌 신용 리스크가 가장 낮은 국채에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기준금리가 5%인 나라의 정부가 6%의 금리로 10년 물 채권을 발행했다(10년 동안 돈을 빌리는 만기 리스크로 1%를 지급한 셈이다). 이는 고정된 금리로 만기까지 지급해야 하는 약속이다. 그런데 며칠 후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4%로 인하했다. 이 경우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가치는 오르게 된다. 왜냐면 10년 만기에 대한 리스크가 그대로 1%라고 하면 기준금리가 4%인 시점에 채권자들은 5%의 금리를 수취해야 하는데 6%의 금리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즉 5% 금리의 채권이 돌아다니는 상황에서는 6% 짜리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의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6%로 인상할 경우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왜냐면 채권자들이 며칠만 참았다면 7%의 금리를 수취할 수 있었을 텐데 6%의 금리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즉 7% 금리의 채권이 돌아다니는 상황에서는 6% 짜리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즉 채권의 가치는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기준금리의 변화와 함께 변동하는 시중 금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금리 상승 ▷ 채권 가치 하락

금리 하락 ▷ 채권 가치 상승


이로 인해 채권 투자의 핵심은 금리 행방을 예측하는 데 있다. 물론 채권형 ETF도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 만악의 근원


금과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은 시장 심리가 악화될 때 오르고 반대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은 시장 심리가 좋을 때 상승함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정의를 상기하면 이는 일반적으로 맞는 말이다. 단 금융 시장에서는 종종 특이점이 나타나는데, 자산 시장의 최악의 적이라 불리는 인플레이션이다. 이 경우 주식과 채권은 같이 하락한다.


우선 불확실성이 커지는 구간 혹은 경기가 불황일 때 채권 투자가 이익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채권  가치가 올라가기 위해선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경제가 불황이거나 09년도 금융위기 혹은 20년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초유의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함이다. 금리를 내려 민간의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춰 투자와 소비를 촉진함이 주된 목적이다. 이로 인해 금리 인하는 채권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이 과정에서 주식은 오를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경기 침체에 시장이 집중하면 주식은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다면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시켜 되려 주식이 상승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즉 경기 불황 상황에서 채권과 주식이 함께 움직이게 된다.


금리를 낮추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시킨 이후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바로 물가 상승이다. 물가 안정과 고용이라는 핵심 미션을 지닌 중앙은행 입장에서 인플레이션은 사회 근간을 흔드는 만악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물가 상승이 고조되는 구간에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시킨다. 대표적인 예가 22년도부터 시작됐던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다. 22년 3월 17일부터 시작됐던 금리 인상 사이클은 23년 7월 6일에 종료됐는데 해당 기간 동안 기준 금리는 기존 0.25%에서 5.5%로 상승했다. 


출처: Federal Reserve Bank

22-23년은 1980년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20% 수준까지 수직 상승시켰던 이후 최악의 해였다. 오죽했으면 블룸버그와 같은 외신은 이를 채권 대학살(Bond Massacr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주식과 채권 모두에게 최악의 기억을 선사했던 금리 인상이었지만, 이후 양상은 다르게 흘러갔다. 여전히 기준 금리는 5.5%에 머물고 있으며 시장은 올해 9월 정도는 되어야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반면 기준 금리가 이렇게 높음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구사하고 있다. 22년 말 등장했던 ChatGPT로 인해 S&P 500 및 나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하가 두 자산에게 다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주식, 즉 기업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인건비 및 원자재 상승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 즉 주식 자체가 일부 측면에선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지로 볼 수 있다. 반면 채권은 명확한 숫자를 기반으로 한 약속이다. 


일반적인 채권은 인플레이션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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