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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E Sep 07. 2020

ETF의 세상 16
- 투명성

펀드는 투자하는 자산의 유동성 정도에 따라서 다르게 분류된다.


일반적인 주식을 생각해 보자. 엔비디아 혹은 애플과 같은 주식은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다. 업비트와 같은 코인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는 오늘 엔비디아나 비트코인을 사거나 팔면서 이게 과연 시장에서 거래가 될까를 의심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산들은 높은 환금성 혹은 유동성을 지녔다고 표현 가능하다. 


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높은 유동성은 굉장히 큰 이점이다. 펀드로 들어오는 설정과 해지 주문에 대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펀드로 돈이 설정되면 편입비를 유지하기 위해 금액만큼 자산을 매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매수하고자 하는 자산의 유동성이 낮으면 원하는 만큼의 자산을 쉽사리 살 수 없다. 사더라도 그만큼 프리미엄을 지불하게 된다. 즉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낮은 유동성이 이슈가 되는 경우는 설정보다는 해지다. 고객이 돈을 회수하는 주문을 내면, 펀드 매니저는 이에 상응하는 규모만큼의 자산을 팔아야 한다. 이때 자산이 제때 팔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가? 약속한 시간 내에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최악의 불상사가 발생한다. 설정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뿐이지만, 해지를 잘 못 대응하게 되면 소송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펀드는 큭 맥락에서 개방형(open-end)과 폐쇄형(close-end)으로 분류된다. 개방형 펀드는 펀드로의 설정 및 해지가 매일 발생한다. 반대로 폐쇄형은 설정과 해지가 고정된 시점에만 가능하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주식형 펀드다. 대부분 국가들의 상장 주식은 2 영업일 이내로 결제된다. 가령 삼성전자 주식을 오늘 팔면, 돈은 2 영업일 이후 들어온다. 즉 펀드로 환매 요청이 들어왔을 때 즉각적으로 자산을 팔아 환매금을 마련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이로 인해 투자하는 자산의 유동성이 높은 펀드는 보통 개방형으로 만들어진다.


반면에서 펀드에서 투자하는 자산이 부동산이면 어떨까? 부동산 펀드는 주식형 펀드처럼 불특정 시점에 불시에 들어오는 환매를 대응할 수 없다. 우선 주식이나 코인처럼 즉각적으로 팔 수가 없다. 동시에 부분 환매도 안된다. 펀드에서 가령 애플 주식을 100주 들고 있다면, 1주, 5주 혹은 20주 등으로 부분 매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특정 건물을 보유한 펀드에서 환매가 들어왔다고 건물의 일부, 가령 13층 건물의 1층 로비 혹은 지하층의 일부만을 매각하기 어렵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인프라, VC 혹은 PE와 같은 비상장 자산은 유동성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비상장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폐쇄형으로 만들어진다.

 

개방형과 폐쇄형 펀드를 놓고 비교하면 당연히 폐쇄형의 리스크가  큼을   있다왜냐면 투자의 수익률만큼이나 중요한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투자한 원금과 수익금 제때 돌려받을  있는지가 또한 중요하다그러므로 펀드는 판매 시점에 명확하게 개방형인지 폐쇄형인지 고지된다.

 

근데 만약 펀드는 개방형인데  안에서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담으면 어떻게 될까? 일견 보더라도  구조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왜냐면 펀드가 개방형으로 불리는 이유는 투자하는 자산을 빠르게 매각해 환매에 대응할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개방형 펀드에서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매입하게 되면  빈번하게 발생하난 환매에 대응해 자산을 팔지 못하여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생길  있다.

 

그리고 황당하게도 이런 불상사는 종종 발생한다.




닐 우드포드(Neil Woodford)

 

 우드포드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 출신의 스타 펀드매니저다1980년대부터 투자업에 종사했던 우드포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는데 대중 정서에 반대로 베팅하는 전략 대가였다. 그는 2000년도 초의 닷컴 버블   기술주를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했고 08년도 금융위기 직전에 금융주 종목을 위주로 매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우드포드는 영국 펀드매니저들  최고의 퍼포먼스를 달성했다상당히 오랜 기간이나 말이다.

 

출처: BBC & Hargreaves Lansdown

 

FTSE ALL Share FTSE Russell 지수 사업자가 산출하는 영국의 가장 대표적인 주가 지수를 의미한다한국으로 치면 KOSPI. 미국으로 치면 S&P 500 지수와 동급이다. 그리고 전성기 기준으로 우드포드는 FTSE ALL Share 전체 시장 대비 거의 3배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우드포드의 간판 펀드인 Woodford Equity Income Fund 실적은 2017년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다이유는 바로 16년도에 발생한 브렉시트였다브렉시트에 따른 파급력이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란 보편적인 전망과 달리 우드포드는 여기서도 컨트레리안 전략으로 접근했다하지만 브렉시트 협상은 지속적으로 지지부진했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영국의 입지는 내려가기 시작했다이로 인해 펀드의 성과는 지속적으로 부진해졌고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환매가 증가했다참고로 Woodford Equity Income Fund 개방형 펀드다들어오는 환매를 막을 길이 없었다.

 

문제는 우드포드가 개방형이라고 만든 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이 쉽게 거래가 되지 않는 비상장 주식이나 소형 사이즈였다는 점이다 환매가 들어올 때마다 우드포드는 거래가 쉽게 되는 대형주를 위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환매도 적당히 들어와야 이런 방식이 먹힌다. 2017  100 파운드 규모의 펀드는 2019 5 37 파운드로 쪼그라들다. 결정적으로 2019년 5 31 우드포드의 큰손이었던 Kent County Council 연기금은 2.63 파운드의 해지를 요청한다.

 

이는 펀드 사이즈의 7% 해당하는 금액으로 환매에 대응할 수 있는 현금이 펀드에 존재하지 않았다이로 인해 우드포드는 최악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소수의 투자자로 구성된 사모펀드나 폐쇄형 펀드도 아닌 수십만 명의 투자자가 들어 있는 개방형 펀드에서 환매 중단을 선언하게 된다. 개방형 구조의 펀드에서 발생한 초유의 사태였다지수 사업자 MSCI 조사에 따르면 환매 중단을 내리기 6개월  시점부터 이미 펀드의 사이즈 대비 80% 비유동성 자산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굳이 비유하면 S&P 500 ETF를 고객들에게 팔고 실제로 ETF 안에서 브라질 주식 혹은 동유럽 주식에 투자한 셈이다. 

 

당시 영국 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Mark Carney)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거짓말로 쌓아 올려진 모래성


  


 

투명성, ETF 상품성의 마지막 퍼즐


우드포드 스캔들이 시사하는 바는 바로 투명성이다. 펀드에서 운용하는 포트폴리오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다면 자금이 제대로 어떻게 투자되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동시에 회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음이 놓이게 된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는 액티브 펀드에게 있어 그 자체로 지적 재산권에 가깝다. 요리사로 치면 극비의 레시피다. 그러므로 이를 공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능하더라도 시차를 두고 이뤄진다. 


단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바로 ETF다. 투명성이야말로 ETF 지닌 최후이자 최강의 장점이다.

 

ETF 포트폴리오는 납입자산구성내역(PDF: Portfolio Deposit File) 통해 대중에 공개된다사후에나 포트폴리오 확인할 수 있는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ETF 증권사 HTS 혹은 운용사 홈페이지 모두에서 매일 확인 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포트폴리오는 일종의 지적 재산권으로   있다그럼에도 이를 공개할 수 있는 이유는 액티브를 제외한 대부분의 ETF 포트폴리오는 공개가 무방하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돌아가면 ETF는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BM으로 설정된 시장을 추종하는 전략이 ETF의 근간이므로 포트폴리오 공개에 대한 부담이 없다. 

 

가령 S&P 500 ETF 있다면 해당 ETF 포트폴리오는 S&P 500 지수에 포함되는 종목들을 비중에 맞게 모두 담아야 한다이는 A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S&P 500 ETF B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S&P 500 ETF 유사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되어 있음을 시사한다물론 괴리율과 추적오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운용사의 역량이므로 이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리고 상장한 지 시간이 지나 사이즈가 커진 ETF는 AUM이 크기에 그만큼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동성도 풍부할 것이다. 이는 상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ETF 대비 이점이 있다. 하지만 그 근간이 되는 포트폴리오는 거의 유사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상품이다.


지수 추종, 저비용, 주식과 같은 장중 거래에 이어 유동성은 ETF의 상품성을 완성하는 최후의 퍼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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