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눈물은 밖에서부터 찬다
어떤 눈물은 밖에서부터 찬다
어스름한 새벽
지난밤의 불안을 머리에 이고 거리로 나서면
도착해야 하는 곳은 분명한데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났다
얼굴을 동여맨 마스크를 사이에 두고
나와 세상의 온도가 나뉘고
때 묻은 눈송이들은
동이 트길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처음을 기억하는 백색은
녹아서 사라지는 편을 선택할 때
바깥에 닿지 못한 푹푹한 입김이 콧등을 타고 올라
속눈썹에 물방울로 맺히고
세상이 온통 뿌옇게 보이면 눈물이 핑 돈다
잘 울어야 잘 사는 거라던
당신의 말이 눈썹 끝에 달려 있어
떨굴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는 눈물들
속에서 차는 눈물을 참고 또 잠가
마른 동공으로 걸어가는 나를 대신해
누군가 울어주는 눈물이 흐른다
어떤 눈물은 밖에서부터 찬다
당신이 나 대신 운다
세상이 이상해서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외출하는 모양이 지난 겨울부터 다시 이번 겨울까지 수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바람이 차가운 겨울날, 아직은 어둑어둑한 아침에 마스크를 끼고 출근을 하면 내 속눈썹에는 물방울이 맺혔다. 마스크 속의 더운 입김과 바깥의 찬 공기가 만들어낸 것이겠지. 눈앞이 뿌옇게 번질 때면 꼭 우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 전에 어른으로 사는 게 너무 막막해져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막상 목소리를 들으니, 다 큰 아들이 철없이 살고 있는 것을 들키기는 싫어 괜히 이리저리 말을 돌렸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모든 것을 눈치챘는지 “너무 애쓰지 말고 되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되는 대로 살기. 그러다 보면 결국 지금 내가 뒤쳐질까 봐 겁나고, 소외될까 봐 두려운 그 삶 – 보통의 삶 – 의 모양을 닮아가게 될 거라고.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줬다.
매일 아침, 마스크 위로 속눈썹이 눈물을 머금을 때면, 겁이 많고 소심한 나에게 ‘잘 울어야 잘 사는 거’라고 말해주던 사람이 생각난다. 울지 않고 견뎌야 하는 순간마다 그 사람이 대신 울어준 것처럼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