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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귀 기울여라.

by AHN SIHYO

'무엇이 삶을 예술로 만드는가'라는 프랑크 베르츠바흐가 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요즘 오디오 관련 일을 시작해서

소리, 오디오, 삶,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더 생기게 되었어요.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분야라 더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오늘 이야기는 책 내용을 풀어서 써봅니다.

꼭 책 읽어보세요.


'감각들이 포화처럼 쏟아져 들어올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차단과 단호한 중단과 고요함이다.'

철학가 볼프강 벨쉬


우리는 소음에 노출되어 살고 있습니다.

보기 싫은 것은 눈을 감으면 되지만 소음은 막아도 들리고 그러는...


잠잘 때도 우리는 외부의 소음을 피하려고 하고 소음을 듣는 그 순간 깨고 말죠.


저는 가끔 아무도 없는, 아님 적은 사람이 있는 조용한 공간에서 눈을 감고 음악을 듣거나 이어폰을 빼고 주변 소리를 듣는 것을 즐기는데요.

이 책에서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합니다.

음악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

세상에 더 귀를 기울이라고 하죠.


소리 연구가 머레이 쉐이퍼는 지구의 음향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소리를 사운드스케이프 Soundscape, 즉 소리의 풍경이라고 하고

이 사운드스케이프를 하이파이 Hi-fi와 로우파이 Lo-fi로 나눴습니다.

(요즘 하이파이와 로우파이를 이해하는데 너무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서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이 글 읽고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Hi-fi 하이파이라는 소음은 깊고 분명히 두드러지며 개개의 소리들을 명확히 구분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이파이 사운드스케이프에서는 소리들이 겹치는 경우가 드물며, 전경과 배경이라는 음향상의 원근감이 존재합니다. 그걸 우리는 공간감이라고 합니다.

밤의 소음이나 방학 때 시골 가서 들었던 소음이 주로 이런 성격을 띠며

갓 내린 눈을 밟을 때 뽀드득하는 소리, 종이 위에 연필로 글씨를 쓸 때 사각사각하는 소리 그리고 뜨거운 홍차를 부을 때 각설탕이 갈라지며 딱 하는 소리와 같은 아주 미묘한 소리들이라고 합니다.

로우파이 사운드스케이프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들리는 구분하기 어려운 소음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로우파이에서는 듣기의 원금 감이 사라지고 원경도 없고 있는 것은 직접적인 존재감이라고 합니다.

잘 구분되는 섬세한 소리들이 우리에게는 더 좋은 것이겠죠.


하지만 시대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소음에 더 노출되고 있고 그 소음은 더 증가하고 도시는 더 시끄러워지면서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여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집중하기 힘든 환경을 만들어내죠.

그래서 제가 조용한 장소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조용한 스타벅스

조용한 내 방

조용한 동네 공원

조용한 부암동 어느 카페

조용한 망원동 어느 카페

조용한 서촌의 어느 미술관 이런 곳들이죠.


책에서는 일정 시간 우리가 집중하기 위해서는 전화기 소리를 꺼놓아야 한다고 합니다. 부재중 전화가 왔다고 해도 급한 용건이 아니면 꼭 답신 전화를 할 필요도 없으니까 신경 끌 수 있을 때 끄라고 하죠.

저는 일상생활을 위한 폰과 업무를 위한 폰을 분리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위한 폰은 업무시간에 무음으로 해놓고 일에 집중하게 만들며(연락도 잘 오지 않고요^^)

업무를 위한 폰은 일상에서는 무음, 전원 오프로 해놓고 나의 생활에 집중하게 만들고 일할 때는 그 누구보다 일에 집중하게 만들어주죠.


위에서 이야기한 쉐이퍼는 듣는 방법을 다시 배우거나 더 잘 듣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이어 클리닝'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해요.

'고요함을 존중하는'능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 동안 침묵을 유지하는 연습을 해보고 나에게 솔직해지라고 합니다.

하루 동안 침묵을 할 수 있는 날은 거의 주말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님 휴가를 가거나...


할 의지가 있다면 책을 읽는 것, 인터넷을 하는 것, TV를 보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침묵한다는 것은 사회적 침묵을 의미하기도 해서 다른 사람들하고 접촉도 하지 말라고 해요.


비슷하게 해본 제가 생각하기에

하루, 이틀 그리고 길게 1주일 하다 보면

처음에 되게 불안합니다.

말을 하던 사람이 말을 하지 않게 되고

매 순간 폰으로 홈버튼을 누르고 SNS를 보던 사람의 버릇이 조금씩 줄어들고

TV 리모컨을 잡으려는 손이 이제는 리모컨으로 가지 않고요.

저는 요리를 했고 또 글을 썼던 것 같아요.

그렇게 평소에 내가 하던 행동들과 멀어지면서 내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가끔 여행을 가면

혼자 가는 경우엔 모든 여행을 그렇게 하지만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면 주변 동네를 거닐어 봅니다.

그렇게 산책을 하다 보면 내가 서있는 곳의 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즐거워지더라고요.


내가 익숙한 동네, 장소의 소리와 다른 그곳의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정말 재미있어요.


1992년에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가수는 마지막 앨범 Doo-Bop에서 뉴욕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진짜 좋아하는 가수인데, 다음 주에 어마어마한 스피커로 들어봐야겠어요.

호텔에서 창문을 열고 뉴욕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예민하고 더 예민한 마일리 데이비스의 귀에 들린 뉴욕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주의를 기울인 채 소음, 정적에 나를 완전히 맡겨버리면 처음에는 어렵지만 서서히 그 소리를 묘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소리가 나를 어떻게 만들어 버렸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고요해지고 잠잠해지는 그 순간 나를 발견하겠죠.




Miles Davis - Doo-bop song

마일스 데이비드의 이 곡은 심시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01.11.2016


춥네요. 따뜻한 옷 입고 다니세요. 물 많이 드시고요. 건조해서 감기 걸리기 쉬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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