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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애편지 공개!! (비밀!)

by 아호파파B

지금까지 한국에서 살아온 아호는 ‘연애는 곧 연락’인 줄 알았다.

연락을 잘하지 않는 그는 "잠깐 톡 보내는 게 그렇게 어려워?"라는 핀잔을 자주 들어왔다.

이런 아호에게 하루카의 대답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보고 싶고, 궁금한 거는 '나'인거지, 괜히 연락해서 상대방을 방해하거나 피해를 줄 수도 있잖아?"


일본 연애 문화는 하루카뿐 아니라 그녀의 절친 미나미짱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3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미나미짱이 말했다.

"어, 그래? 자주 만나?"

"음... 장거리 연애 중이라서 일 년에 2-3번?"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남자친구와 거리적 이유로 자주 못 만난다고 했다. 여기 까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럼 연락은 자주 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요?"

"??!!"

답변을 들은 순간 이해 불가 상태에 빠졌다. '한 달에 한두 번 연락하는 게, 연인이라고 할 수 있나?'

하지만, 미나미짱만 특이한 케이스는 아니었다. 일본 커플들은 일주일에 2-3번 연락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들은 이런 행동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오히려 과도한 연락은 피해를 준다고 했다.


연락 문화의 차이는 아호와 하루카가 나눈 문자 메시지를 보면 더 잘 드러난다.

한국인 아호의 연락은 짧고 빠르다. 수초 이내 간결한 답장이 오간다.

반면 일본인 하루카의 연락은 느리지만 정성스럽다. 몇 시간 정도 시간을 두고 비교적 긴 내용의 답장을 보낸다.

아호는 하루카를 만나면서 이런 사소한 문화차이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하루카와 사귀면서 우리는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다.

지금도 옷장 구석에 있는 상자 안에는 지금까지 하루카에게 받은 편지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편지들을 쭉 펼쳐보니 영어, 한국어, 일본어 등 쓰인 문자의 언어도 다양했다.


그중에, 말레이시아에서 하루카가 처음 아호에게 보내 준 편지를 공개하겠다.

젊은 시절 아호, 하루카가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그 시절 연애 감정을 한번 느껴보시길 바란다.



하루카에게 처음 받은 연애편지


친애하는 아호 오빠 ㅋㅋㅋ

사실은 나... 편지 쓰는 것이 익숙지 않아. 하지만 노력하고 있어.

왜냐면 지금 오빠에게 너무 편지를 쓰고 싶거든.

먼저, 오빠의 달콤한 편지를 받고 너무 행복했어. ♡♡

오빠는 항상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줘. 그래서 오빠와 함께 있을 때면 입에서 미소가 끝이지 않는 거 같아. 사실, 매일 오빠에게서 무언가를 얻고 있는 거 같이 느끼고 있어.

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고 싶어졌어.

혹시 기억나? 며칠 전 나에게 가슴 뛰어 본 적 있느냐고 물었던 거?

아마 오빠는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해.

오빠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가슴이 뛰는 거 같아. 가끔씩 머질 것 같이 느낄 정도로...

그리고 동시에 굉장히 편안함을 느껴. 오빠가 '담요'이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ㅋㅋ

그만큼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는 거야. 포근하게 감싸주는 집에 있는 담요가 생각날 정도로 날 꽉 채워주는 것만 같아.

솔직히 내가 왜 이렇게 오빠에게 빠져버렸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나의 모든 것을 다해 오빠를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정말 오빠와 사귀게 되어서, 오빠의 여자친구가 되어서 행복해.

좋은 사이로 계속 지낼 수 있도록 항상 많이 노력할게.

마음 깊숙이 항상 너에 대한 감사함으로...





아호가 쓴 편지도 없는지 찾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연애할 때 딱 두 번,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첫 번째는 울산 '간절곶'이었고, 두 번째는 일본 '메이지무라'였다. 울산은 1년 후에 도착하는 우체통이었고, 메이지무라는 10년 후에 도착한다.

2017년 2월, 메이지무라 느린 우체통에 보낼 편지를 영어로 옮겨 적기 전에 한국어로 쓴 메모를 발견했다.

이곳에 아호가 10년 후 도착 할 편지도 함께 남겨본다.



2017년 2월에 쓴 10년 후 도착하는 편지


10년 후 하루카에게...

1년 후 편지에 이어 10년 후 편지까지 쓰게 되었네,

1년이라는 시간도 많은 것이 변했는데 10년 동안은 얼마나 많은 것이 변해 있을까?

그리고 나와 하루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금처럼 매일매일 보고 싶을까?

만나도 만나도 같이 있고 싶을까?

그땐 장거리 연애를 끝내고 같이 함께 지내고 있을까?

같이 지내고 있다면 엄청 좋을 텐데... 사실 10년 후 서로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을 쓴다는 게 참 어렵다구나라고 느끼고 있어.

10년 후 하루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아서... 현재 내가 바라는 10년 후의 생활을 적어 보려고 해.

여기에 적은 것들이 다 이루어져 있으면 이 편지를 받은 날 무척 행복할 거 같아서...


먼저 하루카랑 결혼해서 매일매일 같이 있고 싶네.

지금처럼 더 이상 만나고 헤어지는 것 없이 하루 종일 뒹굴뒹굴할 수 있는 집에서 하루카가 만들어 주는 밥 먹고 또 뒹굴뒹굴하고 있다면 나도 하루카처럼 뒹굴뒹굴의 달인이 되어있을 거야.

상상만 해도 멋지다.

그리고 아이들은 셋이 좋겠네. 딸 둘, 아들 하나이거나 아들 둘, 딸 하나가 좋을 거 같아.

그렇게 5명 가족이 되어서 함께 금관 5중주 악기를 연주하는 거야.

매주 교회 성가대에서 연주를 하면 정말 멋지겠지? 연습하는 기간에 조금씩 다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음악으로 가족이 하나로 뭉치는 것은 상상만 해도 너무 멋질 거라 생각해.

그리고 10년 뒤 수입이 많든 적든, 항상 겸손하게, 검소하게 살면서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있길 바라. 온 가족이 크리스천으로서 함께 주 2회 정도 가족 예배 드리고, 삶 속에서도 항상 하나님이 주신 모든 것을 감사하면서 살고 있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은 글로벌 가족이니까 한국어 일본어 영어도 자유자재로 쓰면서 지내고 각 문화의 장담점들도 잘 가르쳐 주고 싶네.


사실 이게 내가 10년 후에 바라는 전부야.

이루는 것이 그렇게 어렵게 보이지도 않고 정말 마음만 먹으면 다 이룰 수 있는 것 같은데 이 전부를 10년 후에 다 잘하고 있을까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데, 10년 후에는 내가 하루카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금 보다 10배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

지금도 너무 좋아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더더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고 있으면 좋겠다.

하루카 사랑해. 10년 후에는 더더욱... 정말 이 편지를 웃으면서 같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10년 후 나의 모든 희망들이 이루어져 있기를 바라며...

아호, 하루카 10년 동안 수고했어!!!




글로 다시 꺼내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 편지가 도착하기까지 이제 2년 남았다.

지난 8년 동안 대부분 이루어가며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딸 둘, 아들 하나는 아들 셋으로 조금 빗나가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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