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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이름이 두 개입니다. feat.이중국적자

by 아호파파B

매번 공항 출입국 심사대 앞에 서면 묘한 느낌이 든다. 가족은 네 명이지만, 손에 쥐고 있는 여권은 6개이다.

아호의 아들은 국경을 넘을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된다. 일본에서는 엄마의 성을 따르고 한국에서는 아빠의 성을 따르는 아호의 아이들은 일본에서는 사토우 유온, 사토우 유신, 한국에서는 정 유온, 정 유신이 된다.


나 한국 사람이야? 일본사람이야?


5살이 된 아들은 이제 한국말과 일본말을 구분한다.

엄마와 이야기할 때는 일본어, 아빠와 이야기할 때는 한국어.

자연스럽게 두 언어를 오간다. 그리고 이젠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국에 가면 '한국인'이라고 불리고, 일본에 있으면 '일본인'라고 불리는 자신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아들이 질문을 던졌다.

아호는 아이의 질문에 다시 질문으로 대답했다.


"유온아, 너 좋아하는 변신 로봇 '마이스터' 있지? '마이스터'는 자동차야, 로봇이야?"


어려운 질문에 한참 생각에 잠긴 아들은 끝내 뻔한 답변을 낸다.


"... 둘 다?"


"그래, 맞아. 둘 다야. 너도 똑같아. 넌 특별한 아이라서 변신이 가능하지. 어때 멋지지 않니?"


변신 로봇에 푹 빠져 있는 아들은 아빠의 설명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자신도 변신 로봇처럼 특별하다는 말에 눈이 반짝였다. 더 이상 질문은 없었다. 아들은 다시 뛰어가 변신 로봇을 집어 들었다. 카샤샤샥- 로봇을 자동차로, 자동차를 다시 로봇으로 변신시키며 놀기 시작했다.

아호는 아이를 바라보며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을 되새겼다.

정말이었다. 이 아이는 특별한 아이였다. 출생신고도 두 번이나 해야 했으니까.

첫째가 태어났을 때, 우리는 출생신고를 하러 일본 관공서와 한국 영사관을 오갔다.

한국 영사관에서 출생신고를 마쳤을 때였다. 직원이 아호에게 말했다.


"한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동으로 이중국적자가 됩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는 이중국적이 유지되고요, 그 이후에는 국적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두 개의 국적을 얻었다.

동시에 하나의 숙제도 받았다.

언젠가는 자신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는, 유예기간이 달린 숙제를.




출생률이 매년 최저치를 경신한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대로라면 25년 후 대한민국은 인구의 40%가 60대 이상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상상도 할 수 없다. 집 밖을 나가면 두 명 중 한 명이 60대 이상이라고?

요즘 60대는 예전 60살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10대 20대도 아니다. 이제 삼십 대 후반인 아호도 20대 때 체력이 어디로 갔는지 세월의 변화를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20년 후, 우리 아이는 대한민국을 선택할까?

이것이 이중국적자 자녀를 둔 부모로서, 일본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큰 아호는 솔직한 심정으로 아이가 한국인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남자아이는 군대라는 의무도 있지만 아호 인생에서 군대 기간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도 겁먹고 피하지 말고 군대에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호의 바람일 뿐, 강요할 수 없는 선택임을 안다.

국적은 본인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앞으로의 삶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이다. 이것은 온전히 성인이 된 아이 자신의 몫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부모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20년 후 우리 아이들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대한민국을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그런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


그것이 부모 세대인 우리책임이자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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