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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나무 Nov 06. 2020

내 머리칼을 만져주세요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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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예민해진 나는 요즘, 수면에 대한 어떤 소원이 생겼다.


열두 시에 잠이 들고 일곱 시 즈음에 일어나는 것. 삐비 비빅, 하고 반복적으로 나를 불편하게 깨우는 알람 소리 말고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빛과 자그맣게 들리는 새소리에 일어나는 것. 그런 환경이 아니라면 그냥 스르륵하고 눈이 떠지는 것. 아무런 꿈도 꾸지 않는 것. 구겨진 하루가 끝나고 빳빳하게 다려진 새 하루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아 잘 잤다!’ 하며 개운한 미소를 짓는 것. 자는 동안에는 어떠한 소음도 나를 건드리지 않을 것. 그저 고요하게 잠들다가 깨는 것.


 

아쉽게도 지금 내 수면은 나의 소원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왜, 도대체 왜 잠이 드는 게 싫을까. 나는 아침을 사랑하는데. 버티고 버티다 이것저것 보다 듣다 뒤척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잠에 든다. 무엇이 불안하길래. 겨우 잠에 들다 일어나는 시간은, 일곱 시는커녕 아까운 오전 시간이 이미 지나가고 있는 중인 요즘. 그래서 자꾸만 아침에 어떤 약속을 잡는다. 그렇게라도 해야 몸은 찌뿌둥해도 사랑하는 아침을 맞이할 수가 있어서.


요즘엔 잠에 더 예민해졌다. 숙면을 취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걸까. 그래서 그런걸까. 바깥에서 나는 어떤 소음에도 자던 잠이 쉽게 도망가는데 그럴 때면 너무 짜증이 난다. 그럼 그 외에는? 어떠한 소음이 들리지 않는 밤에는 갑자기 자는 도중에 스르르, 하고 눈이 떠진다. 아침에 이래야지 왜 오밤 중에 자다가 이러는 건지. 얕은 잠을 잔다는 거겠지. 그래서 그런가 잡다한 꿈을 많이도 꾼다.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이상한 꿈을 꾸기도 하고, 어쩔 땐 나의 두려움과 불안이 담긴 꿈을 꾸기도 한다. 지겹다. 아주 어렸을 적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잘 잤는데. 너무 자는 게 탈이었는데. 그 아이는 숙면이 너무도 간절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가슴이 이상하게 두근대거나 불안함이 내 마음을 스윽 덮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아침부터, 그 새로운 하루의 시작부터 나를 은연중에 달랜다. 나의 잠을 방해하는 불안과 불확실성과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다독이는 것이다.


'괜찮아.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나는 요즘 고요한 숙면이 간절하다. 그러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질 것 같은데. 아무리 내가 나를 다독여도 어쩔 수 없이 뒤척이는 잠을 잘 때면, 누군가가 내 옆에서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져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까무룩, 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고 싶다.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스르르륵 스르르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스르르륵 스르르

깊은 잠을


- 아이유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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