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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나무 Nov 09. 2020

(자투리) 일상 한 조각  

  


1.

겨울옷을 세탁소에 맡겼다. 모두 맡기려다 날이 제법 추워 목도리 하나는 목에 칭칭 둘렀다. 머리카락도 몽땅. 감긴 목도리가 주는 포근함에 나는 잠시, 내가 이래서 겨울을 좋아했지? 하고 생각했다. 손발이 시려지면서 다가오는 겨울이 오는 게 싫었는데.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은 (계절을 향한 취향까지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구나. 나도 변하는 존재구나, 하며 두 손 가득 겨울옷을 들고 세탁소에 들어갔다.



2.

세탁소 아주머니는 겨울이 와서 손이 자꾸 튼다고 하셨다.


"핸드크림 계속 바르셔야겠어요!"

"아휴 그러니까요~"


아주머니는 내 겨울옷을 받으시고는 종이에 내 이름을 적으셨다.


"금요일 저녁에 찾으러 와요~"


나는 네, 라는 대답 뒤에 이 문장 하나를 덧붙였다.


"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러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시며 고맙다고 하셨다. 마스크를 써도 그 웃음은 숨겨질 수가 없지. 그 고맙다는 말에 어떤 마음이 담겨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겠어서 나도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며 기분 좋게 세탁소를 나왔다. 그리고 건너편에 무언가가 반짝여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은행잎이 살랑거리고 있었다.


"아 예쁘다."


노랗게 반짝이는 은행잎을 사진으로 남기며 별거 아닌 일상에도 웃음 지을 일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나는 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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