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마음
제게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달래주지 않으셔도
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세상 모든 게 죽고 새로 태어나
다시 늙어갈 때에도
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아이유 <마음> 중.
1.
2015년의 어느 봄날에 이 곡을 처음 듣던 그 순간부터 <마음>은 내가 가장 아끼는 곡이 되었다. 곡의 멜로디와 가사를 들었을 때부터 가사의 첫 구절처럼 툭, 웃음이 터지고 쿵, 내려앉고 축 머금고 둥, 울림이 생겼다. 햇빛으로 반짝반짝 안에 있는 모든 게 다 비치는 투명한 물 같달까. 그래서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다.
아이유는 그랬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불순물들을 다 걸러내고 남아있는 가장 순수한 것을 가사에 담았다고. 그리고 팬 유애나를 생각하며 썼다고.
처음엔 그저 멜로디와 가사가 봄날에 참 잘 어울려서, 순수하고 맑아서 좋아했는데 그 후로 이 곡이 다르게 들린 적이 있었다.
누군가를 잠깐 좋아했을 때.
그때 이곡을 들으니, <마음>은 딱 짝사랑 곡으로 느껴졌다. 동시에 아이유가 팬을 이만큼 사랑하는구나 싶었고.
2.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 누군가를 많이 사랑했을 때. 그래서 바보같이 나를 잃어버릴 만큼 그 감정에 나를 두었을 때. 내 마음이 너의 마음보다 커도 괜찮아,라고 멋지고 쿨한 척했지만 실은 나는 많이 다쳤다.
그 누군가를 생각에서 떨쳐내려 러닝머신을 미친 듯이 달린 적이 있었다. 그때도 어김없이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마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뛰다가 멈춘 채 울고 말았다.
내가 가장 맑고 순수하게 사랑하고픈 사람에게 나는 너무 많이 다쳐버려서 곡의 가사가 나를 너무 아프게 했다.
그 뒤로 종종 <마음>이 슬프게 들릴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바뀌었다.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니.
찾아와 주지 않아도 된다니.
이 불빛이 꺼지지 않는다니.
이 마음이 영영 살아있는다니.
말도 안 돼.
사랑은 주고받는 거야.
아. 하나 욕심부리는 게 있다면 바로 이거.
나를 아껴주고 존중해주고 사랑해주는 누군가들에게는 나는 여전히 아이유의 <마음>이 되고 싶다.
마음속에 맑게 빛나고 있는 순수를 지켜내는 건 참으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