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유희를 누려볼까요?
두번째 편지.
저는 먹는 속도가 꽤 느린 편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면 끝까지 숟가락을 쥐고 있는 편인데, 그래도 미처 다 먹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나 둘 비워지는 밥그릇을 보면 마음이 급해져서 대충 배가 찼다 싶으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게 반복되다보니 어느새 ‘입이 짧은 사람’이 되어 버렸어요.
그런 제가 그 누구보다 빠르게 먹는 음식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아이스크림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2배는 빨라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마찬가지로 아이스크림입니다. 배탈이 잘 나는 체질이긴 하지만... 일단 먹습니다. 아픈 건 먹고 난 후, 그러니까 미래의 제가 알아서 하겠죠.
아이스크림은 먹어치우는 순간보다 무엇을 먹을까 고르는 일이 더 신나곤 해요. 마치 여행 같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요? 한 입의 유희. 저는 그런 사소한 것이 일상을 더 충만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그다지 긍정적인 성격은 못 되지만 작은 것에도 “신난다”를 외치는 데는 거리낌이 없어 다행이에요. 먹는 행위는 매일매일 반복되니까 그만큼 즐거워질 기회도 많은 거잖아요.
마음에 드는 사람과 있으면 그 사람이 무슨 아이스크림을 고르는지 몰래, 허나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맛의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사람을 보면 저도 모르게 스르륵 마음이 녹곤 해요. 왠지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든 달까.
작게나마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있어서, 가끔은 사막보다 더 삭막하게 느껴지는 하루들도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오늘은 무슨 아이스크림을 먹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