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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몸

수영을 하며 마주하는 다양한 몸

by Swimmer in the Forest

수영을 시작한 지 이제 2년이 지났다. 나는 초급을 겨우 탈출하고, 중급반에서 열심히 자세를 교정하며 수영을 배우고 있다. 배우고 또 배워도 뭘 이렇게 고쳐야 할 것이 많은지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뻣뻣하고, 강사쌤이 해주는 말을 머리로는 알아듣기는 하지만 그것을 내 몸에 적용하려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수영은 이제 나의 일상에 가장 중요한 루틴이다.


수영을 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은 언제나 있었으나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실행력이 약했던 나는 언제나 수영을 해야지 해야지 노래만 불렀다. 그러다 시작하게 된 것은 어느 연휴에 누룽지처럼 눌러붙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돌연 무언가 결심했기 때문이다. 마침 동네 수영장 아침 시간에 마감되지 않은 시간이 하나 있어서 냉큼 등록했다. 등록은 얼결에 했지만 수영을 하러 가는 첫날까지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그중에 큰 부분이 바로 몸이었다.


수영복을 입은 내 몸이 너무 울퉁불퉁하고 못나서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쩌지? 배가 너무 나왔는데 이대로 수영을 가도 되는 걸까? 수영모자를 뒤집어쓰면 못난 얼굴이 더 못생겨 보이진 않을까? 이런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지만 그때는 꽤 진지했다.


가기 싫다는 마음 이겨내고 첫 수업을 간 날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 정말 쓸데없는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깨닫고 왔다. 아무도 나의 몸엔 관심이 없고 나도 다른 이의 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적당한 무관심이 나를 오히려 편안하게 했고, 나는 그저 수영을 잘하고만 싶었다.


거의 벗은 몸에 쫙 달라붙는 수영복을 입고 있어도 한치도 야하거나 혹은 흉하지도 않은 것은 그 몸이 이 수영장 안에서는 온전히 수영이라는 기능을 위한 몸이기 때문이다. 수영장엔 정말이지 다양한 몸의 형태가 있다. 비만한 몸, 가시처럼 마른 몸, 허리가 굽어있는 할머니의 몸, 수술로 한쪽 가슴이 없는 몸.

수영모자와 수경을 하고도 못생겨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머리에 잘 들어가고 불편하지 않고 잘 보이면 될 뿐 인 것이다.


누구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으나(그럴 틈도 없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수영복을 입은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이 창피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우습고 부질없었는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자기의 몸으로 그저 자신의 목표와 운동을 위해 수영을 할 뿐 인 것을. 나는 무슨 걱정을 했던 것인가.


이렇게 세상의 모든 몸과 함께 수영한 지 2년. 나는 내 몸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수영장이 아니라 바다에서, 호텔 야외 수영장에서도 크게 쫄지 않고 수영복을 입고 열심히 놀고 수영한다. 이건 내가 우리 수영장에서 다양한 몸을 보고 또한 다른 사람들이 내 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해 둔 덕분이기도 하고, 혹여 누가 나를 흉보더라도 크게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을 만큼 단단한 사람이 된 까닭이기도 하다.


더 놀고 더 수영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 눈치까지 볼 시간이 없다. 수영장에서 창피한 순간은 못난 몸매 때문이 아니라 접영 잘 못 할 때다. 접영을 연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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