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주는 반복, 나의 일상
6시 기상, 6시 30분 수영, 아침식사, 커피, 매일성경, 필사, 영어 스피킹까지. 아침에 반드시 하는 나의 일상루틴이다. 시간이 자유롭고 많을수록 나는 이것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노션으로 루틴 페이지를 만들어두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에 체크를 하고 채우지 못한 것을 한번 더 돌아본다.
저녁에는 일기와 블로그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최근에는 일어 공부를 시작했다.
아침에 늘어지게 자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시작하는 것이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금씩 늦는다. 그래도 빠지지 않는다. 지각하더라도 결석은 하지 않는다. 수영으로 시작하는 루틴의 시작이 상쾌하다. 놀랍도록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면 답답한 현실이 잊혀지는 것도 같다. 아니 잊혀지진 않더라도 헤쳐나갈 용기가 생긴다.
아침에 시간을 넉넉하게 쓸 수 있다. 집에 돌아오면 7시 40분~50분, 수영 짐을 정리하고 밥을 먹으면 8시 30분이다. 커피를 내리고 가족들과 대화를 하고 방으로 돌아오면 9시 정도 된다. 매일성경-필사까지 하고나서 컴퓨터를 켜곤 한다. 요즘 같아서는 컴퓨터로 할 작업도 많이 없어서 넉넉하게 하더라도 두시간이면 충분하다.
집안일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소리내서 하는 공부를 하려고 한다. 영어, 일어를 소리내서 읽는다.
저녁에 가족들이 돌아오는 시간까지 혼자있는 시간을, 적막함을, 고요함을 잘 지켜야한다. 나는 혼자있는 시간 고독하지만 외롭지는 않다. 그 고독함을 나의 생활로 잘 녹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독함은 사유할 수 있게 한다.
저녁이 되면 가족들과 식사, 한바탕 수다를 하고 내 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는다. 최근에는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을 읽는다. 예전에는 물욕에 사로잡혀 우선 책을 냅다 사제끼고 봤다. 그렇게 책은 쌓이고, 둘 곳은 부족하고, 사두고 읽지 않는 책을 볼 때마다 스스로 자책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책을 대여해서 읽으니 그런 스트레스에서는 해방되었다. 책에 줄을 치거나 언제나 읽고 싶을 때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소유감(?)은 없지만 집착하지 않는 법을 어느정도 배웠다. 블로그에 글을 남기기도 하고, 5년 다이어리에는 짧게라도 그날에 대한 기록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쌓인 짧은 그날그날의 끄적임이 얼마전 5년째가 되었다.
이 일상의 루틴을 착실하게 실행하는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나를 잘 관리하고, 통제하고 있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 잘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기 위해서 말이다. 같은 이유로, 술을 이제 (거의) 먹지 않는 것은 술을 먹을 때 스스로를 통제 못하는 내 모습에 실망하기 때문이다. 술 먹은 다음 날 바닥까지 떨어진 컨디션으로 하루를 망쳐버릴 때면 그 실망은 더욱 깊어진다. 그 순간의 즐거움과 향락에 휩쓸려 버린 내 모습이 별로라고 느낀다.
나는 내 방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 모습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모습대로 살고 싶다. 나의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이 나를 주저앉히고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고 단단하게 해준다. 힘을 내서 내일은 더 잘 지내보자고 다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