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하고 느끼는 현타
어제는 종합검진을 받고 오늘은 유방검사를 따로 받았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는 병원. 병원을 다녀와서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던가, 나는 없던 것 같다. 오늘도 고독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2025년에도 유방촬영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이 기계에 내 유방을 넣고 납작하게 누르고 뭐랄까 이런 모멸적인 방법으로 밖에 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의료계 더 분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결과는 뒷전으로 하고, 일단 촬영할 때 현타가 온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울면 안 된다. 나는 어른이다... 어른이야... 이 정도는 견뎌야 해...
약 1년 전에 유방초음파를 처음 했을 때, 원래 이렇게 초음파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인가... 의아했다. 의사는 계속해서 기계를 딸각거리며 사진을 찍었고, 당최 끝나지 않아서 별별 생각을 다 했다. 그전에 건강검진에서 정밀검진 소견이 있었는데 한창 바빴기에 한참 후에 시간이 있을 때 가벼운 마음에 찾아 간 병원이었는데, 의사의 설명을 듣고 겁이 덜컥 났다. 모양이 안 좋다고? 조직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루에 안 끝나고 며칠에 걸쳐서 해야 할 정도라고?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주간 불현듯 찾아오는 두려움에 하던 일을 멈추곤 했다. 다행히 결과는 악성이 아니었고,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하자고 했다. 그 1년 후가 오늘이었다.
결과는 아주 안 좋지도, 좋지도 않았다. 좋은 결과라면 유방 촬영이 괴로웠어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웠을 텐데, 결국엔 조직검사가 한 번 더 필요하다는 소견이었으므로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1년 전만큼 불안하지는 않다.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불안한 마음이 저 구석에 있다. 그렇다면 수술을 해야 할 것이고, 약물치료도 해야 하는 것인가. 병원비는 보험료로 다 커버되겠지? 이런 순간을 위해 내가 그렇게 보험료를 많이 내고 있던 것 아닌가... 암이라면 어디에부터 알려 도움을 구해야 하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나는 T 인가 싶기도 하다.
20대보다 50대가 훨씬 더 가까운 나이. 나는 아직 젊은이 축에 속하는 것 같은데 아주 객관적인 내 나이는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나라에서 지원하는 청년층에는 멀어진 지 이미 오래고, 교회에 청년부 예배에 드리기에는 민망한 나이다. 옛 사진을 보면 젊고 탱탱한(?) 시절이 너무 눈부시다. 지금 넙데데한 내 모습이 너무 달라 또 이내 조금 우울해지곤 한다. 이마에 주름은 깊어지고, 앞머리에 흰머리는 눈에 띄게 늘어 작년부터 주기적으로 집에서 염색하곤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나를 소개할 때 다들 내 나이를 부담스러워 한다고 느낀다.
주위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내 또래가 있다. 건강하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하늘에 소망이 있는 크리스천으로서의 믿음과는 별개로 나이를 먹는 것은 여전히 섭섭하고 슬프다. 언제부턴가 누군가 나의 나이를 물으면 그저 "생각보다 많다"는 말을 하고 대답을 회피한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이에 관심이 많은가. 나이보다 동안인 얼굴이 좋을 때도 있지만 진짜 내 나이를 밝혀야 할 때면 오히려 싫다.
나는 살아온 날이 더 많은가, 살아갈 날이 더 많은가.
집에 돌아오니 여전히 나를 아이처럼 대하는 엄마가 있다. 엄마는 얼마나 나와 함께 할 수 있는가.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날들이다. 오전에 난도질(?) 되었던 유방이 찌릿찌릿하게 아프다. 아마 오늘은 내내 이렇게 아플 것이다. 아플 때마다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