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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지 않는 것은 보려 하지 않는다

by Swimmer in the Forest

몇 개월 전 읽은 소설 [3월의 마치]에서 주인공 마치와 딸의 관계를 설명하며 '보여주지 않는 것은 보려 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암묵적인 규칙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문장이 마음에 박혔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닌, 처음 보거나 나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대화는 종종 끊기곤 한다. 이유는 내가 너무 '대답만 해서'다. 나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관심을 보여주는 다정한 누군가에게 나도 하나쯤 질문을 던져도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고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하곤하니 대화가 이어질 리가 만무하다. 상대방이 궁금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내가 던진 질문이 그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일까봐 염려되어 미리 스스로 차단하는 편이기도 하다.


서른 중반이 넘어가며, 사람에게 집착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의도적으로라도 사람에게 관심을 덜 갖고 누군가에 대해 궁금한 마음을 접어두려고 노력했다. 내가 그러는 만큼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도 적당한 선을 지켜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내가 대답하기 꺼려하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그저 그런 마음인 것을 인정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과도 내 깊은 마음을 잘 나누지 않는 나. 나는 어쩐지 내 진짜 속마음이 부끄럽다고 느껴져서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에게 질문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굳이 내 생활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그걸 존중해줘. 내 마음이 어떤지를 굳이 알려고 들지 말아줘. 내가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하지 말아줘.


내가 상대방을 대할 때의 태도도 이런 식이다 보니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점을 크게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지도 않는 지금의 나는...괜찮은걸까?


답답한 마음에 그냥 끄적여본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면 스스로를 비난하는 마음에서 조금 해방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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