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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화 Jul 09. 2021

브런치가 글을 쓰라고 한다, 그래서 글을 써보았다

꽃을 다듬는 남자


3초 전 떠난 버스 꽁무니를 보고 있노라면 뭐랄까.. 참 당황스럽고 내 인성을 다시 되묻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 요즘 뭘 잘 못했나?? 하나하나 오늘의 행동부터 어제의, 7일 전의, 한 달 전의 행동까지 다 까뒤집어서 곰곰이 생각해 보곤 한다. 왜 이런 어이없고, 바늘로 콕 찌르는 듯한 슬픔과 짜증을 나한테 종합 선물세트로 주는가?? 신이시여?? 라고 생각도 잠깐... 이내 발을 돌려 카페를 찾는다. 종합 선물세트라고 해서 꼭 받아야 하는 법은 없지 않는가?


노란색 간판에 새겨진 검은색 이름을 보아 내부 인테리어도 뭔가 그닥 예쁠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그치만 별수 있나. 이곳에 이 카페뿐인데.


삐걱-  


 남자와 눈을 마주친다. 남잔 하얀 마스크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본다. 조금 어색한 눈빛이 잠깐 스치더니 눈을 피해버린다. 나는 곁눈질로 그의 손에 쥐어진 풀떼기  뭉큼, 빨간 장미  송이와 하얀 잎을 가진 꽃을  다듬는  본다. 근데  다발이 아니었다. 책상 위에 널브러진 풀잎들과 이름 모를 꽃들과 그리고 벤치에 이미 묶어둔 꽃다발이 조용히 얹혀있다.  카페 사장일까?  카페 알바님이실까? 플로리스트 지망생일까? 그것도 아님 여자 친구가   되는 playboy일까? 여간 궁금한  아니었다. 튼실한 네이비색 책가방엔 뭐가 들었는지 터질 지경이다.  그리고 가방의 옆면 그물망 포켓엔 남은 풀떼기를 꽂아두었다.


이 가방은 곧 주인을 따라 문을 열고 저녁노을을 맞이할 것이며 그 옆 풀떼기는 보라색 노을 아래 아련하게 살랑살랑 흔들거릴 것이다. 그리고 신호등을 건너고 또 건너 버스를 지나고 또 지나 내가 놓여버린 그 버스에 올라탈 것이다. 그럴 것이다. 풀떼기는 아무런 잘 못을 한 게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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