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3월에 바로 애플사에서 서버 요청자료가 오는 대로 연락 주겠다던 수서경찰서의 사이버 수사대 담당 수사관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미 글을 읽은 독자들은 다 알다시피 상황은 애플사의 백기 아닌 백기로 모두 환불을 받고 끝을 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연락을 하겠다는 경찰은 연락이 와서 한다는 첫마디가 이거였다.
“늦게 연락드려서 죄송한데요. 피의자 특정이 불가하여 사건을 종결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연락드렸습니다.”
“뭐요?”
이미 상황은 내가 종결한 지 이미 보름이 지난 상황에 한 달 전에 전화를 준다는 경찰 녀석의 전화는 어이가 없어 날카롭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화를 내기 전에 그의 변명을 들어봐야 하겠기에 화를 꾹 누르고 물었다.
“피의자 특정을 못해요?”
“예. 애플 측에서는 SK에 금액을 경유하여 요청한 것이니, SK에 문의하라고 하고, SK 측에 서버 요청을 했더니 석 달 간만 서버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서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석 달이 지났기 때문에 아무 자료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신고를 하고 석 달이 지나도록 자료를 못 받아서 지금 해킹 사건에 대해서 피의자를 못 잡는다고 하는 겁니까?”
“그게... 그러니까....”
사실 그의 말에는 큰 오류와 맹점이 있었다. 만약 게임이 해킹되었다면 애플사의 서버에 접속한 기록만 찾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굳이 애플에서 SK를 핑계 대는 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었다. 해당 게임을 접속한 기록은 당연히 애플 아이디를 통한 것이었을 테니 결제를 하는데 끼어든 SK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즉, 해당 게임을 접속한 아이디의 접속 I.P만 확인하고 현재 사용하는 명의자의 I.P와 같은지만 따지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하기 싫어서 그걸 덮겠다고 하는 이 작자에게 화를 내는 게 낭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근본적인 것을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해킹 사건이 발생한 지 석 달이 지나면 우리나라는 해킹 피의자를 찾을 수 없는 건가요?”
함정 질문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훌륭한 대한민국 경찰이 사건을 접수받고 수사하는데 석 달 안에 일을 하는 건이 더 많은 것 같은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은가?
우물쭈물하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
“만약 당신의 부모님이 200여만 원의 해킹 피해를 입었더라도, 당신 동생이 조카가 그런 피해를 입었어도 지금 나에게 하는 말처럼 그렇게 했을까요?”
그는 마치 굉장히 억울하다는 듯이 되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저는 최대한 빨리 최선을 다해서 수사를 한 겁니다. 애플에서 4월 16일이 되어서야 자료를 보내줘서요.”
“무슨 자료? 결국 SK에서 결제했으니까 SK에 알아보라는?”
얘기를 거듭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그 자는 강남 한복판의 사이버 수사대에 근무하는 수사관이었다. 아무리 대한민국 경찰이 학력과 이해력과 문해력이 떨어져 수준 이하의 하향평준화를 걷고 있다고 하여도 위와 같은 대응을 한다는 것은 상식의 문제였다.
“네. 그런 거죠.”
“그러면 16일에 받은 자료를 가지고 2주나 지난 지금 나에게 연락하는 이유는?”
“그러니까 제가 논 게 아니라니까요. 그 애플에서 온 공문을 토대로 다시 SK에 보냈더니 SK에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답변이 온 겁니다.”
만약 경찰서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면 귓방망이라도 한 대 후려쳤을 텐데 물 건너 있는 입장이라 아쉽기 그지없었다.
지금 집중해서 다루고 있는 위의 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도 그렇지만, 촉급을 다루지 않는 형사 사건은 없다. 아무리 대한민국 경찰이 하향 평준화되어 일반 수준 이하의 사람들이 경찰직으로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칼에 찔릴 위험에 자신이 먼저 살겠다고 뛰쳐나와 도망가면서 자신이 먼저 살아야 하는 거지, 이게 직업이지 사명은 아니냐고 당당히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해킹 범죄를 수사하는 강남 한복판 경찰서의 사이버 수사대에 근무하는 자가 당당히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 경찰이 얼마나 썩었는지 혹은 수준 이하인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의 같잖은 변명에 의하면, 당신은 애플에 해킹 범죄를 당하더라도 그 피해액이 수백만 원이 되더라도 애플은 이미 범죄자든 당신에게든 받는 돈에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니 수사에 협조할 이유도 없고, 경찰은 절차를 강조하며 이리저리 공문을 돌리느라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며 해킹 범죄는 발생하였으나 도저히 범죄자의 자취를 찾을 수가 없어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고 키득거리며 일거리 하나 줄었다고 친절하게 미안한 코스프레를 하며 전화를 해주는 결과를 목소하게 되는 것이다.
내 브런치의 구독자 중에서 현직, 퇴직 경찰만 대여섯 명이 끼어있고, 브런치에는 자신이 경찰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자랑스럽게(도대체 무슨 근거인지는 모르겠으나) 글쓰기를 하는 자들이 발에 차인다. 그게 뭐 어쨌느냐고? 지금 이번 사례에 등장하여 마지막 후기까지 쓰도록 방약무인(傍若無人)한 태도를 보이는 저 자가, 당신의 친구, 가족, 혹은 당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당신은 해킹 범죄로부터 자유로운가?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번 사건의 해당 게임은 전혀 모르는, 상관도 없는 중국의 해커들이 주로 해킹하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젊은, 아니 어린애들이 많이 사용하는 게임이라서 그렇단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들의 돈이 소액으로 조금씩 나간 것을 모르는 경우도 많단다. 당신이 졸지에 수백만 원의 핸드폰 게임 결제를 당해도 대한민국 사이버 수사대는 그놈의 공문 핑계를 대며 시간이 지나 수사가 불가하다며 범죄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법적 규정을 내세워 당신의 돈을 찾아주지 않는다.
당신이 그 입장에 되어 수백만 원이 털릴 지경에 처해야 발을 동동 구르며 ‘도와주시면 안 되나요?’ 외칠 셈인가? 아니. 나는 평상시에 남의 일이라며 상관하지 않았던 당신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다. 당신은 당신이 제법 똑똑하다고 세상 살이 현명하게 한다고 착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내가 이 매거진에서 언급했던 수많은 사건들은 언제고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일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고 하루에 100명이 넘었다고 뉴스에서 카운트하며 난리를 피우던 시기가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코로나에 확진되고 하루에 4만 명이 상당히 줄어든 수라고 하면서 이제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는다고 한다.
당신이 전혀 당신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거라 믿었던 그 범죄와 억울함과 피해가 일상적으로 당신에게 덮쳤을 때, 꼭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당신이 아무런 피해구제를 못 받기를 고대한다. 당신은 결국 피를 봐야 그제서야 정신 차리는 부류이니까...
브런치 작가 입네 하면서 '아, 속 시원합니다.', '이런 일은 없어야 합니다.' 따위의 맞장구가 당신의 인격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주나? 지금 진행하고 있는 함께 바꿔나가는 사회를 위한 프로젝트를 보며 길가에 뭐 보듯이 남의일처럼 지나치고서는 부끄럽지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