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매거진으로는 구독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이 시리즈를 왜 중단했느냐고 메일이 제법 끊이지 않고 오고 있어 이 시리즈를 왜 중단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남겨야 할 것 같아 펜을 들었습니다.
한국을 떠나 남의 나라에 오게 되면서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구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시작한 이른바 중량 치기 시리즈의 마지막 주제였던 시리즈가 바로 <술 이야기>였습니다.
지금도 매일같이 적지 않은 분들이 다양한 중량 치기 시리즈를 읽고 계신 것을 통계를 통해 오랜만에 확인하였습니다.
아는 분들도 이제 많이 계시겠지만, 저는 이미 30여 년부터 정식 출간을 했던 현역 작가입니다.
네. 그 알량한 작가 놀이를 하겠다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을 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작가 소개’에 왜 이곳에 글을 쓰는지 명확히 썼습니다.
그런데 1년이 조금 넘게 매일 A4 20여 매를 쓰며 1200여 편의 글을 쓰다 보니, 이곳에서 글을 쓰고 읽는 이들의 민낯을 너무 많이 보아버렸습니다.
하루에 200자 원고지 5장을 매일 쓰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며 혀를 내두르는 이들이 절대 다수인 이 공간에서 굳이 전문 글쟁이가 글을 왜 썼는가?
게다가 네 가지 서로 다른 장르를 매일같이...
‘작은 은자(隱者)는 산에 숨고, 중간 은자(隱者)는 저자에 숨으며 큰 은자(隱者)는 조정에 숨는다’는 말처럼, 사람들이 모인 그 저자 속에서 사람들에게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올바른 곳으로 나아가자고 할 의도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딱딱한 장르와 내용만으로 일깨우고 가르치게 되면 당연히 어렵고 재미없다며 관심을 두지 않을 테니 여러 가지 재미있을만한 글들을 섞어가며 글을 읽는 이들이 변화에 무젖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문인 입네 하며 지방의 듣보잡 신춘문예 출신이라고 들먹이는 이부터, 돈 내고 수필가 협회에 등록하고 수필가라고 프로필을 쓴 자나 자비 출판 수준이 딱인 책을 어떻게 해서든 홍보를 하려는 자나, 그저 어떤 형태로든 좋으니 자기 신변잡기 일기글이라도 평생에 한번 책을 낼 수 없을까 하는 이들까지 그저 사욕에 사로잡혀 정작 겉멋이 들린 이들을 보면서 힘이 빠졌더랬습니다.
자신은 소시민이며,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자기 이야기를 그저 글로 쓴다고 자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요. 정작 자신이 속해 있는 회사나 조직에서 그릇된 일에 대해서 성토하면서도 그러한 부조리에 대해서 바꿔나가자는 캠페인에 동참하자고 했을 때 그들은 ‘바쁘고 정신이 없다’, ‘나 하나 뭐 그런 거 한다고 바뀌겠나?’,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곳에 배치되는 일이라 죄송하지만 라이킷이 응원의 뜻이라고 알아달라’등 온갖 지저분 너저분한 변명들과 함께 그들은 그저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지난 가요를 틀어주는 라디오나 아침 라디오에 일상을 읽어주는 것에 울고 웃는 그저 딱 그 정도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멋들어지게 정의를 언급한 책의 서평을 인터넷에서 베껴 쓰면서 그나마 맞춤법도 틀리고 책을 제대로 읽지도 못해서 행간의 의미도 파악하여 설명하지 못했지만, 댓글을 통해 훌륭하다, 공감한다, 나도 그렇게 살고자 한다, 함께 노력하자 등등의 아무 말 대잔치만 하고 끝나더군요.
앞서 이야기한,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피켓을 들고 가두시위를 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변호사를 고용해서 소송을 하려 하니 기부를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관련 기관에 전화하고 제보하고 인터넷에 글을 확산시켜 알리자는 것조차 자기 일이 바쁘다고, 정신이 없다고, 뭐든 하기 싫다는 핑계를 대며 도망가버렸습니다.
그래서 간디가 말한 대로, 그들의 ‘양심 없는 쾌락’을 끊어버리려고 첫 번째로 연재하던 판타지 소설을 끊었습니다. 매일같이 재미있다며 기다리고 있다가 라이킷을 누르며 들락거리던 이들이 구독을 해지하고 손절하더군요.
그리고 이 첫 번째 캠페인조차 호응하지 못한다면 굳이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는 것이 내게는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몇 번이나 암시를 했지만,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술 이야기의 연재를 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술 이야기>는 100편이 넘게 연재되며 마지막 와인 편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까지 몇 편 남지도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새벽 연재 <논어 읽기>도 그렇고, 점심 연재 <인생에 실패한 대가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한 달에 두세 군데 정도의 출판사에서 출판 제안이 올 때마다 완곡히 그 제안을 거절했던 것은, 이 플랫폼이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출판을 작업하게 되면 바로 글을 모두 내려서 무료로는 더 이상 글을 읽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출간이 목표가 아니니 더 많은 사람들이 유료의 부담을 느끼지 않고 배움을 갖게 하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는 아동학대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지만, 그들은 실제 자신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곳에 전화 한 통 넣어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보장원이라는 곳에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법률지원을 요구하자는 마지막 글을 올린 이후, 어느 한 명도 자신이 전화 한 통 넣었다고 댓글을 다는 이가 없었습니다.
맞습니다. 브런치에 기생하는 이들은 그저 재미있는 글을 읽고 시간을 소일하는 쾌락을 원할 뿐 그들에게 잘못을 바로잡고 그것을 위해 뭔가 작은 실천이라도 하겠다는 의지는 없다는 것을 1년여의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공언했던 바대로 이제 브런치를 폭파하고 접어야 하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새벽마다 한 장씩 풀어 읽어주는 논어를 읽으며, 적지 않은 나이의 대부분의 독자들이 발검 스쿨 학도를 자처하며, 나라 걱정을 하고, 지금 나라를 좀먹어갔던 이들에 대한 잘못에 대한 성토에 공감을 표하며 그래서는 안된다고 다들 멋들어지게 한 마디씩 하며 마치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의식 있는 깨어있는 학도 인양 코스프레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시작해보자고 하자 그들은 모두 침묵하고 그 대단한 라이킷을 누르며 이 정도면 응원으로 충분하지 않냐고 비아냥거리는 듯했습니다. 그들의 양심과 의지가 고작 손가락 하나 눌러 기부금도 아니고 자신에게서는 아무것도 덜어내지 않는 라이킷이라면 그들이 개돼지라 불리는 것에 반발한 여지조차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술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그간 연재했던 <화투 시리즈>, <중국 10대 명차 시리즈>, <천사와 악마 시리즈> 등등의 대장정을 접게 된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다음 주로 주말 심리분석 시리즈를 접을 예정입니다.
카카오 뷰라는 곳에 심리분석 시리즈를 퍼가서 조회수로 수익을 기대하려는 어리석은 자들이 똥파리처럼 꼬이는 꼴까지 보니 이제 지루한 공부에 지쳐있을 이들을 위한 심리분석이 아니라 가볍고 재미있게 읽기 좋은 것만 탐하는 ‘양심 없는 쾌락’에 일조하고 말았다는 자책감마저 듭니다.
그다음으로 매일 같이 연재하여 이제까지 소개했던 이들이 230여 명이 넘어가는 <인생에 실패한 대가들의 이야기>도 연재를 중단할 예정입니다.
그다음으로 <논어 읽기>도 그렇게 중단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간 연재했던 1200여 편의 글들은 모두 삭제해버리릴 계획입니다. 이곳에서 양심없는 것들이 다락방의 맛난 곶감을 하나씩 빼어먹듯 ‘양심 없는 쾌락’을 누리는 일이 없도록 모두 출판사나 유료 콘텐츠사에 넘겨버릴 생각중입니다. 혹여 필요한 이들이 있다면 지금 긁어두던가 캡처를 하던가 하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브런치에 계속 글을 써야 하는 대의명분이 뭔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의견 남겨주시는 대로 참고토록 하겠습니다.
<술 이야기> 매거진에 이런 글을 마지막으로 남겨 유감이지만, 단일 매거진으로는 이례적으로 적지 않은 분들이 브런치 구독도 아니고 이것만 챙기겠다고 매거진 구독을 누르고 문의하시는 분들에게 설명으로 대신합니다.
물론 챙겨 읽을 거라 기대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무슨 캠페인이었길래 그런 거였는지 관심조차 없어 읽지 못했던 분들은 아래 글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