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연재분량이 너무 길면 읽지 않는 요즘 트렌트(?)에 맞춰 조금은 분량을 가볍게 하였음에도 25일간의 연재로 장편소설 한 권이 끝이 났습니다. 요즘 편집기준으로 보더라도 3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장편소설 한 권을 약속한 대로 25일 쭈욱 달려 끝냈습니다.
구성을 좀 더 롤러코스터처럼 반전을 넣고 드라마적인 요소를 넣으면 이야기가 더 길어지고 그러면 전작이었던 <대만에 사는 악녀>나 <대한민국 짭새 가면 벗기기; 현역목사 아동학대 사건>처럼 앗, 하는 사이 4권, 5권이 되어버릴지도 몰라 지레 압축하고 압축하여 한 권이 꼭 눌러 담았습니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은 여행 기념품 점에 가서 물건을 사 오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은 그곳의 마트나 시장에 가서 거기 살면서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을 잔뜩 사가지고 온다는 특징이 있답니다.
오랜만에 찾은 일본은 여전했습니다.
어쩌면 참으로 변함이 없구나 싶다가도 오히려 한국이 1년 만에 찾더라도 시골 촌구석마저 이곳저곳 공사로 환골탈태해져 있어 그것에 익숙해져 오히려 일본의 변함없음이 생경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그렇듯이 편하게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니,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다 큰 아이들의 요구까지 반영하며 도심에서 시골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를 다니다 보니 일본에 살던 추억을 조용히 곱씹고 추억하기보다는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오히려 이 사회는 퇴보하는 것인가 하는 하지 않아도 될 걱정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방사능이 꽉 찬 오염수로 시끄러운 한국과 대조적으로 일본은 언론을 비롯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아주 잘 통제하고 있더군요. 통제, 그 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지요. 정작 중국이나 한국보다 자신들의 나라에 가장 큰 피해가 먼저 발생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종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며 국민들에게 언론을 통해 그 부분의 주목을 피해, 오타니의 월드 시리즈에 집중보도를 하거나 심지어 외교 관련 뉴스를 전혀 내보내지 않는 것은 어느 한 방송사가 아닌 전체적으로 아주 잘 통제되고 길들여진 기분 나쁠 정도의 폭풍전야 같은, 만들어낸 작위성이 느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바쁜 일상을 살며 당장 먹고살기 바빠 왔다 갔다 하는 평일의 일본 국민들이나 시골 외곽에서 만난 이들은 그저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 집중할 뿐, 다른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갖기에 지쳐 보였습니다.
7월 6일에 2기가 시작된 <주술회전> 시리즈의 감독이 1기의 한국인에서 일본인으로 교체되면서 작화구도 등이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들을 비롯해서 오타쿠들의 흐름에도 묘한 일본 중심의 흐름이 묘하게 느껴져 마냥 멍하니 구경해 주기도 그렇더군요.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는 리조트나 호텔은 이전의 전성기를 보내버린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하지만 낡고 지저분하고 삼성의 회장이 무조건 베끼라고 하던 그 일본은 이제 어디에서도 다시 만나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라도 아닌 차이니즈 타이베이가 그리 동경에 마지않고 기대던 일본이 이렇게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활개를 펼치기 위해 어느 나라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일러줘야 하는지 조금은 고민스러워졌습니다.
이미 맛이 갈 데까지 간 러시아는 차치하더라도 자칭 강대국이라는 미국과 중국이 정말로 선진국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요즈음의 상황에서는 전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선뜻 설명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폭우로 인해 뜨겁지 않은 일본 여행을 보내고 돌아오긴 했는데, 정작 더 더워지기 전에 이 나라를 떠날 것을 계획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제 목적지를 정해야 할 때이지 싶습니다.
매일 아침 <논어 읽기>를 끝내고 헛헛한 마음이 들까 싶어 숙제하는 느낌으로 연재했던 장편소설 <괘씸죄>까지 털어버렸으니 매일같이 연재하는 글은 당분간은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