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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ug 03. 2023

외교부 감사관실은 어떻게 구라를 덮을 것인가?

국제교류재단은 어떻게 형사처벌을 피해 갈 것인가?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654


한 가지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거짓말들이 더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지어내는데 타고난 사기꾼들은 머리가 굉장히 좋을뿐더러 뻔뻔함을 기본적으로 장착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엊그제 감사원의 정기감사에서 터져버린 국제교류재단의 채용비리(a.k.a. 무자격자에게 혈세 뿌리기)가 그저 '주의'를 받고 슬쩍 휴가철을 핑계 삼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언론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6월 23일 방송사 뉴스에 단독으로 국제교류재단의 무자격자 선발 채용비리에 대한 뉴스가 터지자, 국제교류재단에서는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보도와 그와 관련된 다른 보도들 역시 모두 피상적인 잘못된 이해로 인한 오보라며 자신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우겨댔다.

https://www.mbn.co.kr/news/politics/4941163

시점상으로 보면, 엊그제 감사원의 정기감사는 3,4월에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감사결과 보고서에 보면, 명백한 채용비리가 적발되었고, 그에 대한 '주의'처분의 이행결과물로 7월 21일 자로 재단 이사장의 반성문 격에 해당하는 추후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답변서를 받았다고 적시되어 있다.


보고서에서 1명을 뽑는데 4명이나 왔던 선발과정에서 적격자가 있었음에도 부적격자를 뽑았다는 감사사례가 명백하게 설명되어 있음에도 국제교류재단 측은 '지원자가 없거나 적어서 불가피하게 부적격자를 뽑아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려고 했다'는 개소리를 짖어댔다. 같은 문장에 두 모순된 논리를 적으면서 감사원의 조사관이 무슨 생각이었는지 굳이 알고 싶지도 않지만, 그걸 그대로 받아쓰기하고 기사랍시고 내면서 단 한 명의 기자도 채용비리로 무자격자가 선발되어 지금도 국민혈세를 받고 있는데, 그의 자격을 박탈하고 국내송환한다거나 이전에 잘못 집행된 지원금을 환수조치한다는 말이 왜 없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채용비리를 저지른 자들에게 어떤 처벌이나 징계조차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늘 이 사건에 대해 지속적인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들과 미팅을 가지면서 나온 이야기들은 대개 하나로 좁혀졌다. 숨죽이며 이 사태를 관전하고 있었을 외교부 감사관실. 그들의 비리를 털어야 할 때가 왔다고 본 것이다.


처음 이 사건에 대해 보도가 나왔던 보도에서 국제교류재단의 임원은 건방지게 다음과 같이 반론권을 펼쳤다.


"우리는 이 건으로 작년 4개월간이나 외교부 본부 감사관실에 강도 높은 특별감사를 받았고, 결론적으로 어떤 부정이나 비리가 없었다는 결론을 받았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613049700371?input=1195m


그렇게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반박보도자료까지 실었더랬다.

그런데, 이미 그 시점에 그들은 감사원의 정기감사에서 적발되어 자기네 재단 수장인 이사장의 명의로 반성문에 해당하는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런 일을 벌이지 않겠다는 답변서를 7월 21일에 제출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즉, 외교부 감사관실에서 4개월이나 이 사안에 대해서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는데, 버젓이 감사원의 정기감사에서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어가며 채용비리가 있었다고 지적하여 '주의'결론을 내렸고 그 결론에 맞춰 국제교류재단은 채용비리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답변서를 냈단 말이다.


외교부, 감사원, 국제교류재단 이 모두는 국가 공공기관에 해당한다.

심지어 감사원은 작년 내 감사청구에 대해 외교부가 이미 감사를 하고 있으니 자신들은 중복해서 감사를 하지 않는다고 감사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https://brunch.co.kr/@ahura/1440


그렇다면, 이제 감사원의 특별조사국의 특별감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반 정기 감사의 결과에 이미 채용비리가 있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해당 징계조치에 따라 피의자인 국제교류재단은 자신들의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면, 4개월간이나 특별감사를 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외교부 감사관실은 뭐가 되나?

그들이 입장을 구체적으로 요구하여 내일 공식적인 자료를 기자가 받아보긴 하겠으나, 이제까지의 논리적 흐름을 보건대, 현재 경찰조사에서 직무유기죄로 고발된 외교부 감사관실은 처벌을 피해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처음 제보를 받고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튕겨낸 국제교류재단의 감사실장은 자신이 공무원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직무유기죄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그야말로 궁색한 변명을 토해냈는데, 외교부 감사관실은 명백히 100% 국가공무원이고 그들의 직무가 감사인데, 감사원에서 일반 감사에서 적발된 내용을 그들이 4개월간의 특별감사를 통해서도 밝혀내지 못했다는 같잖은 변명을 믿어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물론, 그들은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고 그들의 비리가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1년 전에 뭉개고 밟아 없던 일도 했던 것이 1년이나 지나 다시 이렇게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상상했을 리 없을뿐더러, 국제교류재단은 이 비리를 버젓이 십수 년간이나 벌여오면서 단 한 번도 지적당하거나 이런 굴욕을 당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결코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 나 같은 괴짜에게 걸린 것을 지금쯤이면 눈물을 찔끔 흘리며 후회할까?

아니.

내가 장담하건대, 아직 기소되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잘린 것도 아니기에 그들은 목이 칼을 긋고 몸통에서 목이 떨어져 나간 것을 떨어져 나간 얼굴에 붙어있는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결코 사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인간다운 행태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것이라면 자칭 명문대출신에 공무원 코스프레를 하는 그 잘난 것들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연락해오지 않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냥 잘못 인정하고 십수 년간의 부정을 조금씩 내부에서 고쳐나가자고 내가 제안했을 때, 그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비웃었다.


이제 그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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