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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Nov 25. 2024

이혼 권하는 사회

당신이 이혼을 함에 있어 가장 이득을 보는 자는 가까이하지 마라.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44


현진건이 1921년에 발표한 소설, <술 권하는 사회>는 일제강점기의 지식인들이 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몰려가는지를, 그 무기력과 고뇌에 대해서 조곤조곤 펼쳐놓은 작품이다.

소설사나 문학사를 강의할 것도 아니면서 왜 이혼칼럼에 뜬금없이 소설 이야기를 꺼내는지 의아할 수도 있겠다.


굳이 현진건의 소설 제목을 패러디하지 않더라도 요즘 한국 사회는 ‘이혼을 권하는 사회’로 치닫고 있다. 표현은 완곡하게 ‘권하다’라는 동사를 사용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현진건의 소설에서 알 수 있다시피 특정한 누군가가 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와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강요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돈과 연루된 경제 범죄를 수사할 때,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용의자를 특정하려고 주변 관계를 살펴볼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해당 범죄로 인해 누가 이익을 보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수사기법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당신이 서른이 훌쩍 넘어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면서 자기변명을 늘어놓은 그 결혼을 정리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아니 그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당신의 이혼으로 인해 누가 이익을 보는지에 대해서 냉철하게 먼저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오늘의 칼럼 내용에 격하게 공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비근한 예를 들어보자.

바람을 피우고 자신이 바람을 피운 대상과 새살림을 차리기 위해 기존의 배우자, 그러니까 당신이 필요는 없지만, 결혼생활에서 바람피운 것은 당연히 위자료와 재산분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때문에 그 사실을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당신의 피를 말리며 당신의 입에서 이혼을 하자는 말이 나오도록 만들려는 쓰레기들은 우리 주변에 이제 그렇게 찾기 어렵지도 않을 정도로 널려 있다.

당신은 뭐가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고민하고 당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하고, 어떻게 해서는 가정을 유지하겠다고, 당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우기고 싶어 안간힘을 쓸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상대는 당신의 입에서 먼저 이혼이라는 말이 나와 너무도 자연스럽게 지금 바람을 피우며 깨가 쏟아지는 그 대상과 새살림을 차리는 데 있어 최대한의 경제적 이익을 보기 위해 당신에게 이혼을 하게끔 ‘권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 물론 그런 쓰레기와 이혼을 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무조건 유지하라는 터무니없는 조언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쓰레기와는 당신의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었고 물렀으며 똥을 밟고서도 또 그 위에 똥을 밟았는지를 인정하는 자기 수긍의 시간에서부터 헤어지더라도 확실한 방법으로 그 쓰레기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이른바 ‘참 교육’이라는 전쟁을 시전 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참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경험이 없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그야말로 상대방을 홀딱 벗겨 거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하고 전투력 만렙인 스트리트 파이터형 이혼 전문 변호사이다.

굳이???

그런데, 이 말은 반대로 바꿔 말하자면,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당신이 헤어짐을 선택함에 있어 드라마나 예능이나 아줌마, 할머니, 놈팡이 아저씨들이 나와서 떠들어대는 케이블에서 보았던 어설픈 지식을 가지고 이혼 변호사를 찾아 이혼을 상담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대재앙에 가까울 정도의 자영업 지옥 시대를 살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대한민국이 이혼을 권하는 사회로 변모하면서 호황을 맞고 있는 블루오션 시장이 있다. 

당신이 이미 눈치챘다시피 그것은 이혼변호사 전성시대를 의미한다.


이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이혼을 위해서 반드시 이혼변호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1년에 천명이 넘게 배출되면서 한 달에 한 건을 수임하기가 어려운 변호사 시장에서 이미 벌어진 싸움을 부추기는 것만으로도 짭짤한 수임료를 챙기고 성공보수까지 당연한 듯 뜯어가는 변호사들이 만들어낸 상황이다.


옛 성현들께서도 ‘싸움을 말리고 흥정을 붙이라.’하셨다.

당신은 싸움을 말리는 변호사를 만나본 적이 있는가?

살면서 소송이라고는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법원을 들락거리는 사람들보다는 아직 절대 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결혼은 법적인 절차인 관계로 신고할 때는 구청에 혼인신고만 해도 되지만, 이혼은 법원을 통해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이혼변호사에게 그들이 원하는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줘가면서 이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그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혼변호사들은 이혼 권하는 대한민국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이 편한 캐시카우를 몰고서 자기 주머니를 채우겠다며 싸움을 붙이고 그 싸움을 감정적으로 더 확대시키려고 한다.


법조인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어느 변호사도 감정을 이입해서 상대편 변호사와 으르렁거리며 싸우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이다. 싸움은 당사자들의 것이고 변호사들은 이미 수임료를 선불로 받았고, 법정에서 진다고 해도 그 수임료를 토해낼 일이 없으며, 이겨서 받게 되는 수임료가 그들에게는 그렇게 절실하고 절대적인 것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혼소송의 경우에는 성공부수의 계약조건이 애매해지기 때문에 정말로 원하는 것을 다 받을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재산을 분할하고 양육권을 다투고 그로 인해 미성년자 자녀가 있을 경우 그 양육비조차 이익이랍시고 다퉈야 한다고 조건에 집어넣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설명한다고 머리 아플 것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당신이 지금 결혼해서 가지고 있는 재산, 그것이 공동재산이든 결혼기간이 길어서 함께 만들어낸 재산이든 그 모든 것을 떠나 원래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 그리고 자녀가 가정을 원만하게 꾸리게 되면 모두 당신들의 재산인 것을 이혼변호사라는 장사꾼에 의해 그것을 쪼개는 일을 하면서 그 일부를 그들의 입에 털어 넣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에 어떤 바보가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주는 일을 맡기면서 그 일부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단 말인가? 

이혼을 생각한다며 변호사나 사무장과 상담을 받은 일반인들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아직 확고한 결정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물으러 들어갔다가 감정적으로 헤어짐을 결심할 수밖에 없는 감정적인 도화선에 기름을 붓고 불을 댕기는 만행을 당하고 나오기 때문이다.


변호사 사무실은 그야말로 이보다 더 개꿀인 수입원이 없다.

싸우겠다고 혹은 이미 싸워서 으르렁거리는 자에게 상대방에게 더 많은 것을 빼앗아오려면 그동안 피해 입었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의 문제점을 모두 적나라하게 적어오라고 시킨다. 그리고 그들의 수입에 가장 중요한 재산목록 조사를 통해 퍼센티지로 받아낼 수 있는 파이가 어라만 큰지를 히히 낙락거리며 계산하고 그것을 어떻게 쪼개는 것이 가장 그들에게 이익을 크게 선사할지를 행복하게 고민할 뿐이다.

뒤에 더 상세히 논할 기회가 있겠으나, 앞서 언급했던 이혼 사유의 대다수라는 ‘성격차이’는 표면적인 헛소리일 뿐, 그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인 경우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강남의 재건축 단지의 재건축 결정시기와 강남의 이혼청구 사례가 긴밀히 연동된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혼의 이면이, 이혼변호사라는 자들의 들쑤석임으로 인해 얼마나 추악하게 전락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강남 재건축단지가 재건축이 결정되면 아파트 매매가는 그야말로 널을 뛴다. 그렇게 되면 이혼 청구자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이혼청구는 늘어난다고 한다. 아파트 값이 가만히 있을 때는 요동치지 않던 이혼율이 아파트 값이 재건축 결정으로 인해 올라가게 되면 급등하게 된다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펼쳐지는 것이다.


꼴랑 강남에 아파트 하나 가지고 있는 오래된 하우스 푸어 부부가 그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 집 하나로 인해, 매매가가 올라가게 되면 재산분할의 금액이 훨씬 높아지지 높아졌을 때 이혼하고 반을 뜯어내야 한다는 쪽에서 이혼청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재건축이 될 것처럼 한참 군불을 때며 매매가가 올라가다가 재건축이 좌초되어 집값이 곤두박질치게 되면 이혼청구는 쥐죽은 듯 소강상태에 들어간다.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보려는 간악한 부부의 심리도 심리지만, 그것을 가이드하는 쪽은 이혼전문을 표방하는 모기 같은 변호사들인 것이다.

당신이 헤어짐을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당신은 조언자를 굉장히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당신의 이혼으로 인해 이익을 얻게 되는 자의 조언은 결코 냉철하고 이성적인 조언이라고 볼 수 없단 말이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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