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가 도대체 왜 그리 중요하다는 것일까?

고리타분하다고 오해받고 있는 유학에 대한 변호

by 발검무적
子曰: "禘, 自旣灌而往者, 吾不欲觀之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체제사는 강신주를 따른 뒤로부터는 내가 보고 싶지 않다."

팔일편의 시작에서 지적했던 내용과

비슷한 맥락의 지적이 반복된다.

늘 강조하지만, 비슷해 보이지만

<논어>에 결코 의미 없는 중복은 없다.

내용을 먼저 살펴보자.

'禘제사'라는 것은, 종묘에서 시조 및 그 조상인 여러 왕에게 지내는 제사로 천자만이 지낼 수 있었다.

노(魯) 나라는 제후국이므로 본래는 체제(禘祭)를 지낼 수 없는 지위인데, 그 시조인 주공(周公)이 주나라에 대하여 공로가 지대하다는 이유로

성왕(成王)이 특별히 허락함으로써 주공과 그의 조상인 문왕에게 체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에 대해 공자는 예가 아니라고 못마땅하게 여겼다.


여기서 유학이 고리타분한 할아버지들처럼 격식만을 강조한다는 오해가 나온다.

충분히 그렇게 오해할 만하다.

"대단한 영화를 누리는 것도 아니고, 이쪽에서 지내는 제사, 우리도 또 드린다고 뭐가 그렇게 잘못되었다는 거지?" 라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사실 이전 장인 팔일 9장을 내가 건너뛰었다.

이 장과 연관이 있어 함께 논하기 위함이었다.

9장의 내용은 결국 전통이 제대로 예에 맞게 계승되었다면 이전 대의 예와 체계를 살펴봄으로써 지금의 시대를 증명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이어 이번 10장에서 노나라의 체제사가 족보가 없이 예외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비판한 것은 같은 맥락에서 이어져 나온 것이다.


제사가 문제가 아니라, 본래 그래야만 하는 원칙에

예외를 자꾸만 두게 되면, 결국 세대를 거듭하게 되면 본래 가지고 있던 본연의 예나 체계가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검증하고 소급해 증명할 수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방법이나 상을 차리는 방법은 세대를 거듭하며 많이 달라졌다.

고인이 좋아하신 음식을 올린다며, 피자나 파인애플부터 과자를 올리기까지 다양하게 고인을 추모하는 방식이 현대화되었음을 느낀다.

공자가 이걸 봤다면 난리를 치고 분노했을까?

나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이유는 한 가지이다.

공자가 지적하는 핵심이, 시시콜콜한 형식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래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안된다고 예와 체계에서 갖춰놓은 것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원칙이라고 세워둔 것이 모두 의미가 없어지는 것을 경계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는 다시 말해,

가장 근본이 되는 것까지 소급적용이 되기 때문에

사람이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이라고 정해놓은 것과 그것을 지켜나가야만 한다는 본래 공자의 의도는, 무조건 전통을 고수하겠다고 하는 조선 성리학의 삐뚤어진 방식이 아님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수단으로써 성리학을 활용했던 조선시대 사대부들과 본래 원시 유학에서 공자가 의미한 바는 텍스트는 같을지언정 본연의 의미나 그것이 지향하는 바가 아주 다르다.

그것을 혼동하는 순간,

공자가 나라를 망친다는 망언을 입에 담게 된다.


정치를 제대로 한다는데 세상이 혼란스럽기는 어렵다.

세상이 혼란할수록 궤변과 거짓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그런 혼세에 살았던 공자가

그때보다 더 심각한 혼세의 현대에 하는 말은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가치가 높다.


공자가 강조했던 위정이라는 것의 가장 기본은

나를 다스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나를 다스리는 데에는 기본적인 원칙이 필요하고

사람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도 결국에는

원칙과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것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위정자를 빙자한 자들이 아전인수격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항상 그 시작과 기본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것을 이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악용하고

활용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진정한 정치는

내가 바로 서고, 내 주변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바로 서게 되

누가 나서서 정치하겠다고 엄한 짓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올바름을 향하기 마련이다.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는 이유이고

이 글과 수양과 공부를 통해 올바름을 깨닫고

당신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켜

지저분한 자들이 정치를 입에 올리고

국민들을 혹세무민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도

손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고 난 연후에는

예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아도

저절로 예가 갖춰질 것이다.


이것이 공자가 위에 말한 '예'를 강조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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