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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40

두 번째 고소(아동학대 재수사) - 3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59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경찰청의 높은 과장 자리로 승진한 전 중양 경찰서장에게서는 결국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중양서 여청강력팀의 팀장이라는 경위에게서 연락이 왔다.


2021년 1월 29일 금요일의 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김 교수님 되시죠? 저희 과장님과 통화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여청과의 강력팀 팀장을 맡고 있는 안찬성 경위라고 합니다.”


“아, 네.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교수가 단도직입적으로 재수사에 대한 과정을 물었다.


“그러면 재수사의 수사 담당자이신 거지요?”


“네. 맞습니다. 제가 직접 수사를 맡아 진행할 겁니다. 그래서 말씀인데요. 한번 나오셔서 참고인 진술을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참고인이요?”


교수가 뭔가 탁 하고 귀에 거슬려 들어오지 않는 단어에 안 경위에게 되받아 물었다.


“아, 그게... 저어.... 그러니까... 이 사건을 인지 내사사건으로 진행하기로 해서요. 과장님이 설명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그래서 교수님의 신분이 고발인이나 고소인 신분이 아닌 참고인이 되는 겁니다.”


“고소인, 고발인, 참고인, 인지수사, 내사 건의 용어를 제가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니구요. 다 아는데, 아니까 더 이상하네요. 분명히 제가 경찰청에 난리를 쳐서 재수사가 시작되었는데 그게 왜 경찰에서 인지하고 재수사한 것으로 둔갑을 하는 거지요?”


교수의 예상외의 날카로운 반응에 오십을 훌쩍 넘긴 안 경위가 적잖이 당혹스러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건.,,,,그러니까....”


“일단 날짜부터 잡죠. 자세한 건 그날 가서 얼굴 보고 매듭짓기로 하죠.”


먼저 교수가 그를 코너에서 더깅으로 받아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시간이 언제가 편하실지요?”


“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만...”


“알겠습니다. 그러면 2월 4일 다음 주 목요일, 어떠실까요?”


“얘기 나온 김에 이번 주에 바로 진행하면 안 됩니까?”


교수가 다시 그의 목을 훅하고 움켜쥐었다.


“아, 제가 다른 수사 일정이 잡혀 있고, 쉬는 날도 있고 해서요. 최대한 빨리 잡은 것이 다음 주 목요일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바쁘신데 쉬는 날도 지켜가면서 일해야지요. 그러면 목요일 몇 시까지 가면 될까요?”


“네. 오전 11시까지 오시면 되겠습니다. 오셔서 로비에서 제 이름 대시고 참고인 조사 오셨다고 말씀하시면 제가 직접 나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일주일이 지난 목요일 아침 하필이면 서울에 폭설이 내렸다. 그래서 교수는 강남에서 강북의 끝까지 차를 몰고 가는 것을 포기하기로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으로 한 시간 반 정도의 여유를 두고 출발했다.


하지만, 강남에서 강북의 꼭대기까지 가는 것은 지하철로도 두 번을 더 갈아타야만 했다. 환승역에서는 추운 겨울의 냉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외부가 개방된 역사에서 막 지나간 열차를 보며 다음 열차를 한참이나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집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 반을 꽉 채우고 역에서 내려 경찰서까지 2킬로 가까이 눈이 쌓인 살얼음길을 조심조심 걸으며 그 옛날 서울의 난지도를 찾아가는 연상을 하며 겨우 구석에 덩그러니 있는 경찰서에 도착했다.


막 경찰서에 도착해서 정문에서 신분증을 건네주며 용건을 이야기하려는데 안 경위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고 계신가요? 오늘 눈이 갑자기 많이 와서 늦으시나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네. 지금 막 정문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누가 나와서 데리고 들어가야 한다고 하네요?”


“네. 지금 직원 내려보내겠습니다.”


나름 그 팀의 팀장이고 연배가 있으니 약속한 고소인을 정문에 데리려 가는 일은 부하직원을 시키는 것이 노련한 팀장의 판단인 듯했다. 그렇게 여청과 강력팀 소속의 젊은 수사관이 막 정문으로 달려 나와 교수를 마중 나왔다.


“김 교수님이시죠? 팀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랑 올라가시죠.”


그렇게 생전 가 볼일이 없는 강북의 저 끝에 매달려 있는 듯한 중양 경찰서를 드디어 도착했구나 싶어 교수는 감회가 새로웠다. 생각 같아서는 경제 1팀에 들러 그 뻔뻔한 전화통화만 했던 초동 수사관의 면상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괴팍하다는 소리나 들을까 싶어 꾹 참고 안내를 받아 여청과 강력팀이라고 적힌 사무실로 들어섰다. 들어서면서 스마트폰의 녹음 버튼을 지그시 누른 것은 먼저 사무실에 들어선 젊은 경사는 볼 수 없었다.


“아이고, 하필이면 이렇게 폭설이 오는 날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체격이 건장하고 머리가 반백이 된 오십이 훌쩍 넘어 보이는 남자가 교수를 살갑게 맞았다.


“아닙니다. 그런데 차를 두고 대중교통으로 온다고 왔는데 정말 멀군요, 강남에서 오기엔.”


“새로 청사를 지어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전의 위치보다 훨씬 멀어졌습니다. 비싸지 않은 덩치 큰 외곽의 땅을 활용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일단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하시고 시작할까요? 급한 것도 아니니....”


“네. 감사합니다. 그냥 차 한잔 주십시오.”


교수가 카페인이 내키지 않아서 했던 말인데 안 경위는 교수를 데리고 왔던 직원에게 눈짓으로 차를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그 직원은 같은 공간에서 들었음에도 버젓이 믹스 커피를 타서 교수에게 내밀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에 대해 투정을 부리며 시비로 조사를 시작할 마음은 없어 교수는 그냥 곁에 커피를 두고 입을 열었다.


“초동 수사관이 아직도 이 중양서 경제 1팀에 근무하고 있지요?”


“네?”


놀란 눈으로 갑작스럽게 훅하고 들어온 공격에 안 경위가 천천히 대답했다.


“예. 아직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초동수사에 대한 기록을 모두 전해받았고, 모든 검토를 마쳤습니다. 그러니 교수님은 전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제가 뭘 걱정하는지 아시는 듯 말씀하십니다?”


정신을 차릴만하면 훅하고 들어오는 교수의 공격에 다시 안 경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 원하시는 건 간단명료한 거 아니겠습니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제대로 처벌받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노련한 외모에 어울리게 그는 교수가 원하는 핵심을 확실하게 짚어내며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확하게 말씀하시니 바로 조사를 시작하지요.”


조사라고는 했지만, 처음 고소했을 때 다섯 가지 죄목을 달아 고소했던 것에 비해 지난번에 협박죄에 해당된다고 고소했던 내용을 이번 사안에서는 명확하게 ‘아동학대’로 초점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에도 교수는 지난 초동 수사에서 모든 것을 무혐의 처분했던 수사관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며 그것을 비교하며 설명했다. 그래도 노련한 안 경위는 교수의 갑작스러운 질문이나 괘씸함을 피력할 때도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추 목사가 했던 문제의 저주의 기도 얘기에도 전혀 놀라지 않고 차분하게 모두 기록에 담아 넣었다.


“그럼, 대강 이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한 시간 가량의 문답조사가 끝나고 서류를 정리하여 출력하여 교수에게 내밀며 안 경위가 말했다.


“이 내용 보시며,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고칠 수 있으니까요.”


“으음.”


문서나 책을 읽는 것에 이골이 나 있던 교수는 제법 되는 분량의 문서를 모두 훑어보고 내밀며 물었다.


“이 마지막에 있는 칸에 제 의견을 적으면 되는 거죠?”


진술조서 마지막 장에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적어주세요.’라고 적힌 것을 보여주며 교수가 물었다.


“네. 뭐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신가요?”


안 경위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는지 조심스럽게 교수에게 물었다.


“지난번 통화에도 말했지만, 지금 여기 보면 참고인 조사라고 되어 있고, 내사 인지수사라고 되어 있네요. 그건 사실이 아니니까, 왜 이 재수사가 시작되었는지 서장에게, 아니 전 서장이군요. 이제 대단한 서울청의 과장님으로 가셨으니. 그분에게 홈페이지에 남긴 증거를 비롯해서 경찰청 본청의 여청과에 난리를 친 끝에 서장을 대리한다면서 여청과 과장인 경정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렇게 다시 재수사가 진행되었으니 명백한 고소 혹은 고소에 의한 재수사라는 점을 이 진술조서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아니, 교수님. 꼭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아니, 굳이 인지 수사의 형태로 하시는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이제까지 교수의 어떤 갑작스러운 질문 공격에도 유연하게 넘어가던 안 경위가 먹던 떡이 사레들린 사람처럼 움찔하고 표정이 굳어지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중양 경찰서의 체면 때문에 뭐 그런 건가요?”


“아닙니다. 원하시면 그 내용으로 쓰셔도 됩니다.”


이를 앙 물고 대답하는 사람처럼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안 경위가 대답했다. 교수가 정말로 그 정황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서장과 경정까지 언급한 내용을 진술조서에 육필로 적어 넣는 동안 경위는 왜 그간 다른 경찰들이 이 까칠한 인간에게 반발심과 앙심을 품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다 썼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확인해도 될까요?”


교수가 진술조서를 내밀며 안 경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도 없이 다시 물었다.


“네? 뭘, 또?”


“아까 진술조서를 꾸미면서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질문에 한 번도 안 나와서요.”


“네? 그 내용이라고 하시면?”


안 경위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또 불안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물었다.


“그 목사가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돌 갓 지난 아기를 들고 나와 피해자 부부에게 던지려고 했다. 이게 팩트잖아요?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이나 확인이 없으셔서요. 지난번 초동수사를 했던 수사관의 무혐의 송치 통지서에는 명확하게 자기가 그렇게 썼거든요.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제가 이메일까지 보내서 증거를 남기면서까지 혹시라도 아기를 던지려고 한 사실에 대해서 피의자인 목사가 부인하게 되면 현장 녹취는 물론이고 대질심문까지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그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써놓고 버젓이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를 고려할 때 문제가 안된다는 둥, 그 자리에 다수의 어른들이 있었다고까지 썼어요. 그건 그 행위를 목도한 증인들이 많다는 의미인데 그 사람이 아무래도 거짓말을 꾸며대려고 하니 별 말을 다 쓴 것 같더라구요.”


“아, 네. 그런데 그 점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도 수사기록을 다 봤고 검토했습니다. 아기를 던지려고 한 사실에 대해서는 피의자인 목사도 그렇고 초동 수사관도 모두 사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지 않아서 굳이 교수님이 증거를 새롭게 제출하시거나 대질심문까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네?”


“아니, ‘말다툼하던 목사가 집에 뛰어들어가서 멀쩡한 아기를 물건처럼 들고 나와서 던지려고 했다.’ 이게 사실 이 아동학대 사건의 전부 아닙니까? 다른 건 다 사족이고 이 범죄사실 한 가지만 확인하고 증명하면 그에 맞게 처벌하면 되는 사건 아닙니까?”


교수의 간단명료한 핵심 찌르며 뼈 때리기 식 정리에 안 경위는 물론이고 곁에서 듣고 있던 젊은 경사마저 움찔하며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 한 줄짜리 사실을 그렇게 길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그들이 어떤 조사를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허튼짓을 할 생각하지 말라는 교수의 경고 아닌 경고라는 것을 알아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여간 오늘 이렇게 폭설이 온 와중에도 힘들게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멀쩡한 아동학대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도 그렇지만, 원래 경찰 매뉴얼에 따르면 초동 수사관은 여청과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경찰청 본청 여청과에서 들었습니다.”


“아, 맞습니다. 아무래도 경제팀에 있어서 그런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말도 안 되는 감싸주기식 대답에 교수가 다시 확 빈정이 상하며 날이 서는 듯했지만, 이제 막 좋게 좋게 마무리하는 것이 재수사로 온전한 마무리를 한다고 생각하며 속을 억누르며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한 번 실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청과 과장님의 말씀도 있었으니 재수사에서 그간의 잘못을 확실하게 바로 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제가 책임지고 잘못한 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네. 믿고 결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교수는 그렇게 인사하고 눈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우울한 강북 꼭대기에서 다시 강남까지의 먼 길을 나섰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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