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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42

두 번째 고소(아동학대 재수사) - 5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66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은 해외에 계셨고, 이 목사라는 사람이 2년이나 그 집에서 살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황당하게 다 망가진 상태로 그 초동 수사관이 그렇게 하면 원상복구로 처리해서 죄가 안된다고까지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렇게 가져온 것까지도 알겠습니다. 문제는...”


“네. 뭐가 문제의 핵심이죠?”


교수가 심 형사의 질문을 정리하며 포인트를 집었다.


“결국 그럼 그 이전에 멀쩡한 상태로 잘 놓여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네?”


이번엔 교수가 어이가 없어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이 그렇잖아요. 지금 주장이 멀쩡한 마블 대리석을 그것도 무게가 나가는 몇 장이나 되는 것을 그 사람이 멋대로 그 목사의 주장대로라면 ‘버리는 것으로 알고 그냥 야산에 가져다 버렸다.’라는 건데, 물론 상식적으로 남자 혼자서 들기도 무겁고 큰 그 돌을 굳이 어디인지도 모를 야산에 가져다 버렸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에 멀쩡한 상태의 돌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있었다는 증명이 사진으로 남아있지 않은 이상 그걸 증명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아니, 그게.... 그럼 원래 멀쩡했던 사진을 제공한다고 해서 그게 확인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네?”


“심 형사의 말대로라면, 내가 원래 상태의 마블 대리석 사진을 제공하더라도 그게 언제적이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집을 그 사람에게 전세계약을 하고 제공할 당시에 멀쩡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지금 심형사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피해를 입증하지 못한다는 말이잖아요!”


교수의 설명은 정확했다.


“교수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억울하시겠지만, 정확하게 그 사람이 살던 당시에 그 마블 대리석들이 멀쩡하게 있는 사진을 찍은 것이 있지 않은 이상은 그걸 증명할 수 있는 도리가 없네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심 형사의 가벼운 미소 섞인 표정이 교수의 심기를 다시 한번 꿈틀 울컥하고 뜨거운 것이 올라오게 만들었다.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가 나쁜 친구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처음 일사부재리를 언급했을 때부터 이 사건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만한 사건은 아니지 않느냐는 수사 종결권을 경찰이 가진 그 시점에서 수사를 자기가 종결시키고 싶어 하는 모션이 정확한 것만은 분명했다.


“후우! 어떻게 그 사람이 살고 있는데, 우리 집에 있던 물건이 정확하게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는 사진을 확보할 수 있습니까?”


억울한 표정으로 교수가 다시 물었지만, 심 형사는 나름 확정적인 결론에 이른 듯한 표정으로 다시 설명했다.


“저도 만약 그런 사진이 나온다면 100% 기소의견으로 그냥 검찰에 송치할 겁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상대가 그 사실을 부인하고 우길 경우에 검사가 기소를 결정하게 만들, 어떤 객관적인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전세가 역전되어 진술조사의 마무리는 결국 마블 대리석이 2년 내내 목사가 그 집에 살 당시에 멀쩡했었다는 사진을 찍어둔 것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심 형사의 의중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늦은 시간이라고 경찰서의 로비 문이 닫혀 있다며 뒷문을 열어주러 마중 아닌 마중을 나온 심 형사에게 교수가 다시 한번 물었다.


“아니 다른 사진도 보셨겠지만, 자기가 물건을 멋대로 가져간 사실에 대해서 인정을 하고 있는데도 그전에 멀쩡했던 걸 증명해야만 하나요?”


“저도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이제 알겠는데요. 이게 저도 처음에 문서만 보고는 그랬지만, 초동 수사관이 그냥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으로 기소 처리했으면, 아니 원래 그렇게 처리되는 게 당연한 거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지금 재물손괴죄로 다시 고소가 된 거잖아요. 그 얘기는 재물을 손괴시켰다는 거니까 이전에 손괴되기 전의 상태를 입증해야 좀 명확해지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심형사가 일부러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까지는 느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추목사라는 놈에 대해 나쁜 놈이니 어떻게 해서든 그 죄과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교수의 공감을 심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아까 심 형사가 말했던, 그 사람이 살고 있던 당시에 멀쩡한 마블 대리석의 사진이 나온다는 기적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은 확실한 증거랄 것이 없겠군요.”


“아쉽지만 그런 상황입니다. 죄송합니다.”


일부러 교수를 약 올리려고 꺼낸 말까지는 아니었지만 일부러 이 상황을 예견하고 그가 살고 있을 당시 그 집에 들어가 마블 대리석이 멀쩡하게 놓여 있었다는 것을 사진 찍어두었을 리가 만무한 상황이라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아닙니다. 심 형사가 죄송할 일까지는 아니지요.”


“오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이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운전해 돌아가세요.”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변동 사안이나 뭔가 특별한 증거 같은 것이 나오게 되면 연락할게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강북 꼭대기 경찰서를 빠져나오며 교수는 입술을 앙 깨물었다. 뭔가 뾰족한 수가 없이는 이대로 추 목사의 그 뻔뻔한 짓을 형사처벌받게 할 도리가 없었다. 자신은 이제 피고의 입장으로 정식 형사재판까지 받게 되었는데 정말로 죄를 지은 자에 대해서는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된 상황 자체가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이제까지의 서류를 밤새 훑어보던 교수는 새벽녘 서재가 밝아오는 즈음에 다시 한번 확인하던 서류에서 증거를 발견하고야 마는 기적을 맞보고야 말았다.


“여보세요. 심 형사?”


“네. 누구시죠?”


“납니다. 어젯밤에 조사받았던 김 교수예요.”


“아, 네. 죄송한데, 제가 지금 밤샘 근무 마치고 들어가는 길인데요. 뭐 급하신 일인가요?”


“찾았어요, 그 증거!”


교수의 목소리가 한껏 흥분되어 고조된 것을 느끼고는 심 형사의 정신이 퍼뜩 들었다.


“네?”


“어제 심형사가 그랬잖아요. 그 목사가 살던 당시에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한 대리석이 집에 놓여있는 사진이 나오면 100%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그 말 아직도 기억하나요?”


“네? 아, 네. 물론이죠. 저는 제가 말한 것에 대한 책임은 지는 사람입니다.”


심 형사는 사건을 뭉갰던 초동 수사관과는 다른 강력계의 가오가 있는 형사라는 점에서 강력하게 자신이 했던 말에 대해 인정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증거가 지금 툭하니 나올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신했는데 교수의 목소리는 상당히 흥분된 상태로 심지어 떨리기까지 했다.


“어제 진술하던 중에, 그 목사라는 작자가 이사하기 몇 주전에 집안 사진을 찍어서 자신이 마치 피해를 입었으니 말도 안 되는 피해 보상금을 내놓으라면서 자기 부인 이름으로 내용증명을 이사 전날 보냈더라고, 그걸 우편으로도 보내고, 파일로 해서 내게 카톡으로도 보냈다고 했던 거 기억하나요?”


“아, 네. 말씀하셨죠. 어제 태블릿으로도 자료 보여주셨었잖아요?”


“네. 거기에 자기가 살던 당시 현황이라면서 사진을 그 목사라는 작자가 직접 찍었던 자료사진들 기억하나요?”


“네. 뭐 여러 군데에서 집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자기가 사진을 자료로 찍었었던 거 기억납니다.”


“그 사진에 버젓이 마블 대리석이 정원의 한켠에 쌓여있는 사진이 들어있었어요.”


“네?”


“하하! 정말로 어이가 없죠? 꼬리가 길면 잡힌다더니 자기가 자기 발목을 잡을 증거를 그렇게 남겨둘 줄은 몰랐네요. 그 사진이 이사하기 몇 주 전에 찍은 거니까, 일부러 그 사람이 그 물건을 이사할 때 걸릴까 봐 치웠다는 증거가 되는 거죠.”


“몇 주전이라면...”


“맞아요. 그 사람은 한참 전에 이미 버린 물건인 줄 알고 내다 버렸네 뭐했네 그 따위 말을 했는데, 결국 물건을 손상시켜서 모자이크용인데 이빨이 빠져서 그 손해배상을 하지 않으려고 그런 짓을 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자기가 멋대로 모자이크를 손상시켰다가 손해배상을 청구당할까 봐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것인지, 이사를 하기 몇 주전까지 있었던 걸 보면, 이사하기 직전에 그걸 없앴다는 게 타당한 추리이겠죠.”


“아, 그런....”


“어제 받았던 심 형사 이메일로 그 작자가 보낸 내용증명 파일 그대로 첨부해서 보냈어요. 그러니까 이제 심 형사가 공언했던 대로 기소의견으로 정리해서 처리하시면 될 듯합니다.”


교수의 힘찬 마지막 말에 심형사는 할 말이 없었다. 확실하게 그런 증거가 나올 기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확정적으로 공언한 말이 현실이 되어 하루도 되지 않아 돌아올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거였다.


“알겠습니다. 보내주신 메일의 사진을 제가 일단 좀 확인하고, 피의자 조사도 진행하고 그 방향으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잘 부탁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으며 교수는 밤새 자료를 훑어보느라 충혈된 눈을 감았다. 심 형사는 심 형사대로 마음이 철렁하여 퇴근하려고 막 끈 컴퓨터의 파워를 다시 눌렀다. 바로 확인해야만 했다.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교수가 빨간색으로 페이지 표시를 한 곳을 바로 눌렀다.


“이런 씨이~! 빼박이네. 이렇게 정확하게 사진까지 찍어놓다니 바보 같은 놈!”


자신도 모르게 심 형사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해상도도 아주 깨끗하게 멀쩡한 마블 대리석이 이사하기 한 달도 채 전에 멀쩡하게 그 자리에 있었던 사진이 문서에 담겨 있었다.



그렇게 아동학대 재수사와 동시에 문제의 마블 대리석에 대한 재물손괴죄를 성립시키는 것까지 미션은 해결되었다. 그리고 경찰청 감찰계와 서울경찰청 감찰계의 두 군데에서 초동수사에 대한 문제와 함께 아동학대 건에 대해 인지하고서도 수사를 여청과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부분까지 수사를 배당받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나서, 메시지까지 받으니 이런 극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 지금까지 꼬이고 잘못되었던 부정과 부조리에 대해 하늘에서도 뭔가 바로잡는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교수에게 밀려드는 듯했다.


하지만, 그 기대와 긍정적인 에너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아 그저 기대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중양서에서 두 가지 부분의 진술조서까지 작성하고 돌아온 지 한 달여가 지나고 나서 2021년의 봄을 맞이하게 되면서 민원을 제기한 지 두 달을 꽉 채워갈 즈음 서울 경찰청의 감찰부서에서 여자 경위의 명의로 서류가 하나 도착하면서 그 기대는 더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


귀하께서 제기한 감찰에 대해서 중양서의 초동 수사관에게서는 어떤 수사상의 문제가 될만한 행위나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사건을 종결합니다.

이 결과에 문의사항이 있거나 이의가 있으신 경우에는...


“또?”


종이를 와그작 구겨 쥐며 교수가 단말마의 비명을 외치듯 짜증 나게 소리쳤다.


“왜요? 또 뭐가 잘못되었어요?”


남편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놀란 아내가 서재로 들어와 남편에게 물었다.


“아동학대를 인지하고서도 수사하지 않은 초동 수사관에 대한 감찰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네?”


“네?”


아내는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말했다.


“이제까지 우리가 몇 명의 경찰을 만났어요. 수서경찰서, 중양 경찰서, 용인 동북 경찰서, 서울경찰청, 경찰청 본청... 그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사안에 대해서 인정하고 잘못했으니 자기가 바로잡겠다고 말하거나 행동하는 경찰을 만난 적이 있었나요? 당신도 이제 인정할만하잖아요. 대한민국에 제대로 정의감을 가지고 있거나 사실대로 수사하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그런 교과서에 나오는 경찰이 없다는 걸 우린 직접 확인했잖아요. 그 박봉에 지들 먹고살려면 그런 식으로라도 이것저것 털고 콩고물이라도 챙겨서 사는 족속들이라고요. 당신이 더 이상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는 더 신기해요.”


아내의 말은 이제까지 교수가 겪어온 모든 경찰들에 대한 실질적인 관찰을 통해 그들이 보여준 지극히 사실적인 결과 보고서와 같은 명쾌하기 그지없는 반박불가능한 단언이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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