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고소(아동학대 재수사) - 6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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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여보세요. 서울경찰청 감찰 수사계입니다.”
“네. 김진금 경위 되십니까?”
“네. 접니다만,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중양서 경제 1팀의 수사관 직무유기 관련 감찰 민원 제기했던 김 교수라고 합니다.”
“아... 네.”
언제나 경찰들은 사건에 대한 내용을 말하고 교수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하나같이 그녀와 같은 반응을 보이곤 했다.
“제가 누군지 바로 아시네요?”
“아, 네. 무슨 일이시죠?”
그녀는 깍쟁이처럼 용건만 말하라는 듯이 교수의 말을 딱 잘랐다.
“우편으로 보내준 통지서 보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직접 얘기를 좀 들어보려고 전화했습니다.”
“저에게 전화하셔도 문서로 전해드린 이야기 그 이상의 것은 뭐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는데요.”
늘 같은 반응. 이제 교수도 적응이 될 만도 했겠구나 싶었지만 늘 들어도 거슬리기 짝이 없는 후안무치한 반응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잘못한 처리한 것이 없다는 당당함을 주장했다.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를 인지했음에도 여청과에 고지하지도 않고 심지어 그것이 협박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사건을 덮은 행위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는 겁니까?”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훅 들어가는 교수의 질문이 튀어나왔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감찰 수사한 내용의 결과는 문서로 이미 보내드렸고 그 내용 이상도 이하도 말씀드릴 것이 없는 그것이 다입니다.”
그녀는 뭔가 이야기를 더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여우과였다. 특히 사건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간을 보는 방식으로 자신이 배당되었음을 알리는 통화를 했을 때 일목요연하게 논리적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에게 사건에 대해 브리핑해주던 교수를 기억하건대, 뭔가 길게 통화하거나 말을 하는 것이 그녀에게 유리할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녀도 나름 그런 잔머리를 가지고 그 자리에 올라앉은 터였다. 서울경찰청 감찰계는 나름 다른 지역 부서에서 출세에 목숨 거는 경찰 등 중에서도 한 가지 이상의 재주는 가진 자들이 죽어라 매달려있고 싶어 하는 곳이었기에 그곳에서 순경에서 시작하여 이것저것 승진을 달고 경위라는 직위를 따낸 것도 그저 우연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그녀는 자부심마저 느끼고 있던 터였다.
“제가 하도 거짓말들을 많이 하셔서들 이 사건 이후 모든 전화통화나 대화를 자동 녹취합니다. 워낙 다들 나중에 문제가 되면 ‘난 그런 말 한 적이 없다.’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등등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서요.”
“아, 네. 그러세요?”
최대한 문제가 되는 이야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짐하며 일부러 비아냥의 어조를 섞어가며 교수의 말에 그녀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런데 핵심은 하나예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결론은 내가 처음 전화 통화했을 때도 분명히 내가 말씀드렸어요. 이 사건에 대해서 방송국에서 취재 중이라고. 그런데 왜 그랬냐 하면 이유는 한 가지예요. 현장의 경찰서에 있는 수사관이 덮으려고 했었던 걸 제대로 밝혀주십사 하고 했던 거였단 말이죠. 그런데 지금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김 경위가 작성해서 보낸 통지서의 내용을 보면, 요컨대 아동학대로 처음에 신고가 들어온 게 아니기 때문에 아동학대로 보이는 정황을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수사로 고소인 혹은 고발인이 아동학대에 대해서 조사해달라고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김 경위의 최종 결론 의견인 거죠?”
“네. 초동수사를 했던 이 경사는 아동학대를 인지하지 않았어요, 선생님. 아동학대 부분을 인지하지 않았다구요.”
그녀가 살짝 흥분하며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려 들었다. 교수가 그녀의 말을 막으며 물었다.
“아니, 그럼 내가 구체적으로 좀 물어볼게요.”
하지만 그녀는 뭐가 찔렸는지 계속해서 자신이 마치 준비라고 한 대사를 마저 읽으려는 사람처럼 계속해서 말을 끊지 않고 자기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구체적으로 다 기록을 봤더니...”
다시 한번 교수가 그녀의 말을 제지했다.
“아니, 됐고 그럼 내가 물어볼게요.”
하지만 그녀는 교수의 제지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이야기를 계속 읽어 내려가듯 말을 끊지 않았다.
“사건기록에 아이를...”
교수가 그대로 자신의 질문을 이어나가며 그녀의 말이 끊기길 기대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방어하려던 실드를 서둘러 쳐댔다.
“뭐라고 전화를 하면서 말실수를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녀의 같잖은 실드에 교수가 맞장구를 쳐주며 대답했다.
“그건 서로 녹취 확인하면 될 일이니까, 그런데 아이를 던지려고 했다라는 걸...”
그랬음에도 그녀는 자신의 방어기제를 결코 풀 생각이 없는지 숨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교수가 뭔가 치고 들어오는 것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한 몸부림과도 같은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아이를 던지려고 했거나 아이를 학대한 사실에 대해서 인지하지 않았더라구요. 선생님이 지금 말씀하시는 거는...”
“잠깐만요.”
교수가 그녀가 하는 행태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대놓고 스톱을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이야기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멈추는 순간 자신에게 훅하고 들어올 여러 공격을 막을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민원으로 다져진 듯한 최선의 실드를 화려하게 펼쳐댔다.
“기록상에 있기를...”
“잠깐만요!”
조금 언성이 날카롭고 높아진 교수의 제지가 두 번째 이어졌다.
“그러니까 제 말씀은....”
어떻게 해서는 안간힘을 쓰며 그의 제지를 모른 척하려던 그녀의 어쭙잖은 이야기는 교수의 외마디 일갈과 함께 끊어졌다.
“이것 봐요. 김진금 경위!”
그의 빽 하는 일갈에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네네.”
“무슨, 자기 말만 해요?”
“더 이상 뭐 말하고 자시고 할 것도...”
계속해서 뭔가 변명하며 교수가 주도권을 가지고 말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그녀를 억누르는 듯했다. 교수가 다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내가 하나만 말할게요. 인지를 했다는 게... 아까...”
“그러니까 뭔가 이 경사가 잘못 알고 적었던지.....”
계속해서 틈새를 메우며 어떻게 해서든 방어하려는 그녀의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졌다.
“아니, 아니. 잘못 안 게 아니라 그런 얘기를 할까 봐 제가 증거를 하나 남겼어요.”
‘증거’라는 말에 다시 그녀가 움찔하며 대답했다.
“예예예.”
“이 경사의 이메일로 아이를 던지려고 한 사실에 대해서...”
“네에.”
이번엔 비아냥거리듯 교수의 말 중간마다 늘어지는 맞장구로 교수의 빈정을 거슬리는 신공을 그녀가 펼치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부인하거나 거짓말을 할 경우에는...”
“네네”
“‘당시에 녹취파일을 제공하고 삼자대면을 할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별도의 이메일을 이 경사와 통화를 하고 난 다음에 보낸 기록이 있어요.”
“네네.”
“그거 확인하셨어요?”
“거기에 대한 답변을 제가 드릴게요.”
확인했냐는 대답 대신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펼칠 의도로 얼른 이야기의 주도권을 가져오려 들었다.
“네. 답변해보세요.”
“그게 아동학대에 대한 부분을 주장한 내용이 아니라 협박죄에 대한 일련에 행위에 대해 선생님이 언급을 하고 말을 한 거지 그게 아동학대에 대해 한 게 아니잖아요.”
버젓이 궤변을 늘어놓는 그녀의 말뽄새에 교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그러냐고 받아줄 일도 아니었다.
“아니, 김 진금 경위가 ‘인지라는 것에 대해서 지금 잘못 이해하신 것 같다.’라고 내가 그랬는데요. 인지에 대한 워딩에 대해 정확하게 한 번만 설명해주세요.”
팩트 체크. 용어에 대한 규정. 교수의 정공법에 그녀가 움찔하고 손쉽게 대꾸하질 못했다.
“...”
“인지를 어떤 것이라고 파악합니까? 그쪽에선?”
다시 한번 교수가 그녀의 양심에 소금을 한 움큼 뿌려 넣었다. 그녀는 내친걸음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밀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수사를 했던 이 경사가 인지를 했잖아요. 선생님이 고소한 사기, 횡령. 재물손괴, 협박, 모욕까지...”
그걸 대답이라고 하는지, 교수가 어이가 없어 그녀의 말을 제지했다.
“아니요, 아니요.”
“그걸 가지고....”
말이 되든 안되든 밀어붙여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그대로 말을 이어나갈 생각이었지만 교수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요.,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저도...”
교수가 뭔가 설명하거나 논리적인 주장을 펼칠 수 없게 계속 떠들어야만 했다.
“여기에 대해서 선생님이...”
그런데 막상 뭐라 할 말이 떨어졌다. 교수가 다시 팩트를 들이밀며 물었다.
“인지라는 용어에 대해서 내가 지금 김 경위한테 설명을 요청해서 들어야 하는 입장이 아니라 내가 설명해줄 수 있는 입장의 사람이란 말이에요.”
“이 사안에 대해서....”
이번엔 그녀의 안쓰러울 정도의 헛발질 사이에 교수가 밀고 들어왔다.
“인지라는 건... 범죄사실이 실제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수사관이 파악을 했는가 안 했는가이지 상대방, 즉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그거에 대해서 조사해달라고 했느냐 안 했느냐가 인지가 아니에요. 법적 용어 자체가...”
“아니 모든... 아니 그 저 선생님 주장이라면 진술인이 말하는 맥락 하나하나에 대한 모든 구성요건을 모두 형법적으로 적용해가지고 저촉되는 거 니가 알아서 파악해서 수사를 하라는 건데...”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녀는 이미 냉정함을 잃은 상태였다. 자신이 선을 넘은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음을 그녀는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수가 특유의 논법으로 아무 상관없는 듯한 이야기로 맥을 끊고 나왔다.
“김 경위 작년에 정인이 사건 때문에 목동 경찰 총경, 서장이 왜 목이 달아났는지 정확히 혹시 기억하세요?”
일종의 환기. 이 사건을 무시하고 넘어가게 되면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는 경고에 해당했다. 아이가 죽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 다친 것도 아닌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확신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양천경찰서죠, 양천 경찰서.”
목동 경찰서란 없다고 난 척을 하며 그녀가 말했다.
“네. 목동에 양천경찰서요”
교수가 선선히 받아주었다.
“예예. 다 잘 알고 있어요.”
그런 정도의 위협성 펀치에 겁을 먹지 않는다는 당당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듯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지금 다시 한번 정확하게 할게요. 어차피 일이 커질 거니까. 지금 인지라고 말씀을 하시는 게... 서울청 청문담당관? 김진금 경위가 지금 설명하는 건... 당신께서 고소를 할 때 아동학대라고 명확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담당 수사관이 인지하지 않았다고 본다.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라고 수사기록에 적고 그거에 대해서 살펴봐달라고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를 살펴봐달라고 하면서 고소한 죄명이 협박죄였기 때문에...”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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