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고소(아동학대 재수사) - 7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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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네네. 그렇죠., 협박죄였기 때문에...”
자신이 세운 말도 안 되는 궤변 가설에 대한 정리가 나오자 그녀가 다시 한번 강조하듯 말했다.
“아동학대로 볼만한 정황이나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라는 게...”
“네네. 바로 그거죠.”
녹취를 듣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그녀는 최대한 그 말도 안 되는 가설에 목숨을 걸 듯 하나하나 대꾸하며 자신의 궤변을 인정해달라고 우겨댔다.
“지금 현재 서울경찰청에 근무하는 김진금 경위의 의견이고...”
“네네.”
“위의 상관인 경감이나 다른 사람들도 지금 그 내용을 파악하고서 결제 도장을 찍어줬고. 지금 아동학대에 대해서 일반인들의 잣대나 아니면 방송가에서 경찰에 대해서 무엇을 문제 삼고 있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면서도 더더군다나 여자분이면서도 지금 이렇게 얘기하는 게...”
“네.”
여자 이전에 이 사건을 뭉개지 않으면 이 조직에서 자신이 설 자리가 없게 되는데 무슨 여자 따위를 언급하는지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인용이 되어도 상관이 없다라고 이해를 하면 되는 건가요?”
“네. 그렇게 하세요.”
“지금 결론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본 게 제가 아동학대 부분에 대해서 고소를 하지 않고 협박과 모욕으로 고소를 했다고 고것만 보고 그렇게 처리했다. 그죠? 맞아요?”
“네에. 맞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신이라도 난 사람같이 들렸다.
“그러면 감찰이라고 조사하신 게 결국은 딸랑 하나네요? 아동학대로 고소를 받은 적이 있냐 없냐? 어? 아동학대로 고소된 게 아니니까 인지하지 않은 거야, 통과! 이렇게 이해하면 맞는 건가요?”
“네네. 맞습니다. 선생님.”
그녀는 이 통화가 녹취가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그리고 정말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서울경찰청의 감찰계 경위라는 현직 경찰의 위치에서 나와서는 안될 말들이 녹취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아니면, 이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경찰청은 배 째라 식으로 일처리를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상상까지 하게 만들었다.
“하아. 원래 감찰을 이런 식으로 하나요?”
그렇게까지 언질을 줬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따박따박 맞다고 대답하는 그녀의 후안무치를 넘어선 뻔뻔함에 교수가 다시 물었다.
“선생님 자아, 이제 결론에 대해서는 으음, 말씀을 드렸구요. 우편으로도 결과 통지해드렸으니까 제가 더 이상 답변드릴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럼 김 경위가 지난번에 처음 전화해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하면 상위에 또 항의를 하고 재감찰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한 내용에 대해 녹취된 부분이 있어요.”
교수가 정식 절차에 대한 질문으로 화제를 돌렸다.
“네네.”
“기억하시죠?”
“네네네.”
이제 곧 전화를 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 듯 그녀가 대답을 통통 튀듯 답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교수의 새로운 문제 제기에 그녀가 잠시 움찔하며 대답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다시 엉뚱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선생님 감찰 결과에 대한 불만, 그 이의신청을 어떻게 하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어요.”
“뭐라구요?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경찰은 물론이고 모든 행정관서에서 민원을 담당한 부서는 그 민원에 대해 해결되지 않았거나 불복하거나 불만족스러울 때 그것에 대한 문제를 다시 제기하거나 불복절차를 밟을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둔다.
특히, 교수는 지난 수사 심의계에서 껍데기만 존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라는 것을 통해 불복을 하는 방식에 대해 안내를 받고 그렇게 진행한 바 있었기 때문에 김 경위에게 감찰에 경우에도 당연히 그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었고, 처음 통화를 할 때는 분명히 김 경위의 입에서 그 제도적인 절차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녹취해둔 터였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모르쇠로 일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뭔가 방법이 있겠죠.”
남의 집에 불이 난 것처럼 그녀가 뻔뻔한 말투로 툭 던지듯 대답했다.
“아니, 안내를 해줘야죠, 본인이 담당한 사건인데 ‘제가 내린 결론에 불만족스러우실 경우에는 제도적으로 이런이런 것이 있습니다.’라고 안내를 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 거잖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게 지금...”
그녀의 뻔뻔하기 그지없는 태도에 어이가 없어져버린 교수가 다시 그녀에게 혀를 내두르며 제대로 말도 이어나가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는 더욱 당당하고 더욱 뻔뻔해진 모습으로 교수에게 전혀 다른 부서의, 이 사안과 상관없는 사람이 전화를 받은 양 태도를 견지했다.
“뭐 다른 데 또 민원을 그거에 대해서 넣으시던지... 그런 방법도 있을 거예요. 제가 알기로는 그렇거든요?”
그녀의 태도에 대한 일침이 필요하다고 교수는 생각을 고쳐먹고 물었다.
“김 경위가 속한 부서가 정확히 청문...? 소속이 정확히 어딥니까?”
교수의 갑작스러운 질문 전환에 그녀가 뭔가 미심쩍다 싶으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밀어붙이듯 대답했다.
“서울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 감찰 조사계예요.”
“예.”
“그러면 계장님이 계시겠네요?”
“네네. 계장님 계시죠.”
그래서 뭘 어쩔 거냐는 식의 태도로 그녀가 거침없이 대답했다. 바로 교수의 폭탄이 이어졌다.
“그럼, 계장님이랑 통화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녀는 노타임으로 이어가던 태도에서 조금 움찔하는 듯하며 말소리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계장님이 이런 건건에 대해서...”
“이런?”
그녀의 대명사 사용에 교수의 날카로운 시비조 말투가 치켜 올라갔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듯 자신이 하려던 말의 끝을 그녀가 끝까지 놓치지 않고 맺어나갔다.
“상담해주시지는 않습니다.”
교수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서 이미 밝혔음에도 그녀가 초지일관 뻔뻔함으로 지속하는 것에 대해 교수는 끝을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상담하려고 하는 거 아니구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통상 그렇잖아요. 밑에 있는 사람이 문제가 됐을 때 지금 중양 경찰서에서 문제가 생겨서 서울경찰청에 올라간 것처럼...”
‘문제’라는 말에 발끈한 듯 김 경위가 표준어를 사용하는 듯한 행간에 감추고 있던 어색한 경상도 억양을 드러내며 물었다.
“제가 무슨 문제가 있나요? 제가 왜 문제가 있죠?”
“지금 말씀드리잖아요. 그러면 방송 터지고 난 다음에 인정하실래요?”
교수 역시 신경질적인 날카로운 말투로 그녀를 다지고 나갔다.
“네. 그럼 방송을 하시던지...”
결코 그런 협박 따위에 밀리지 않겠다는 독립투사의 코스프레라도 하는 듯 그녀가 맘대로 해보라는 듯이 말을 또 튕겼다. 그렇다고 밀려줄 교수가 아니었다.
“제 말이요. 그 부분에 대해서..”
“그냥 방송하시면 되구요.”
자신은 그 정도의 블러핑에는 결코 꼬리를 내리지 않는다고 사투리 섞인 이상한 표준어를 하는 여자 경찰이 계속 짖어댔다.
“사실 확인만 하면 되니까. 계장님 성함하고 연락처만 알려주세요.”
다시 단호하게 교수가 그녀의 상관을 찾았다. 이제까지 경찰들을 대하면서 교수가 확실하게 확인하고 실증한 것, 그들은 출세와 승진,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직속상관에게 자신의 문제점을 따지고 드는 것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이유는 하나였다. 인사고과.
“그러니까 왜 그게 필요하신 거예요?”
그녀가 그제서야 살짝 꼬리를 말며 물었다.
“하아! 내가 지금 얘기를 하잖아요. 김 경위에 문제 행위에 대해서 어? 상관에게 물어보고 똑같이 상관도...”
교수의 집요한 방식과 실제로 그렇게 물어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일단 어떤 일이 있어도 그가 상관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막아야만 한다고 여겼다.
“아니 그러니까..”
“상관도! ‘상관없습니다’라고 그렇게 대답이 나오면, ‘내 부하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나오면 그거만 녹취 따면 돼요.”
순간, 교수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단호하게 말하는 교수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 그녀의 비웃는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흐흥흥. 히히. 잠시만요”
그녀가 전화기를 손으로 틀어막았는지 울림만으로 사람의 말소리가 그녀의 손을 타고 흘러나왔다. 시간이 30초가량 흘렀고 전화기 너머에서 뭔가 주저리주저리 그녀가 설명하는 말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여보세요?”
그녀가 다시 전화기에 대고 교수를 찾았다.
“네.”
“우리 계장님 성함은 주희명 경정이구요.”
선선히 계장의 이름을 대는 그녀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그녀는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며 어떤 식으로 응대할지에 대해서 전략을 확실하게 세운 듯 자신감이 있게 상관의 이름을 댔다.
“예.”
“연락처는 사무실 전화번호 드릴게요.”
일단 번호를 받아 적고 알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뭔가 느낌이 싸했다. 교수는 전화 수화기를 틀어막고 이야기를 한 상대가 계장인 경정인지를 바로 확인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는 가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교수는 바로 전화번호를 20분간 계속해서 누르고 신호가 가는 소리만을 들어야만 했다. 그랬다. 그들은 교수의 번호에 대해서 전화를 받지 않으면 그뿐이니 사무실 번호쯤 그냥 알려줘도 그만이라고 지시했을 터였다.
계속 전화를 걸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30분쯤이나 되어서야 교수는 인정하고 포기해야만 했다. 그것이 서울청 감찰 수사계의 담당 수사관과 계장이 사건을 뭉개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어떻게 경찰들을 조져야 할 지에 대한 전략을 다지던 교수에게 드디어 중양 경찰서 강력계에서 북부지검에 재물 은닉죄에 대한 사안을 송치했다는 결과가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교수는 수사 심의계에 초동 수사를 진행했던 이 경사에 대한 수사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민원을 제기하였다. 즉, 초동 수사관이 마블 대리석에 대해 원상복구를 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덮으려고 한 정황이 같은 경찰서의 강력팀을 통해 밝혀졌으니 그 부분의 수사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무혐의 처분한 경찰은 어떤 식으로든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사실이 밝혀진 것임에 다름없었다.
그렇게 서울청 수사 심의계에 제출된 민원은 새로운 담당에게 배정되어 진행된다는 메시지를 여지없이 알려왔다. 그런데 그의 담당으로 배정된 자의 이름을 데이터 정리 카페에 올리두자마자 스승에게서 긴급 댓글이 달렸다.
서울경찰청 수사 심의계 임주선 경위.
3, 4년 전 다른 나라에 갔다가 누명을 뒤집어쓰고 결국 생을 마감했던 동료 교수의 사건에 연루되어 있던 전형적인 썩은 경찰이라는 사실을 스승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사건의 내용은 단순했다.
해외의 대학에 나갔다가 그 나라의 혐한 정치인에게 몰려 누명을 썼던 대학교수의 사건에 대해 당시 그 나라의 혐한 언론인이던 작자가 한국에 찌라시처럼 뿌려 해당 대학교수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뿌린 내용을 한국의 기레기가 받아쓰기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레기라고는 해도 명색이 대한민국인지라 그의 이름이나 신분을 알 수 있는 내용은 당연히 가렸고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쓰레기통에는 똥파리가 늘 꼬이기 마련이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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