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고소(아동학대 재수사) - 13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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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그래서 그 작자가 전화해서 정확하게 뭐라고 하던가요?”
김 교수가 분을 삭이며 이를 악물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게... 사실 교수님이 저한테 진술하실 때 중양서 경제팀에서 초동수사를 맡았던 그 초동 수사관이 교수님이 제기한 감찰 민원으로 경찰청 본청에 감찰을 받고 있고, 서울경찰청 수사 심의계에도 사안이 들어가 있어서 감찰과 조사를 받고 있는데 곧 징계조치를 내리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말씀하셨었잖아요?”
“네. 그랬죠. 사실이구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전화를 해서 그러는 거예요. 그럴 일 없을 거라고.”
“네?”
어이가 없어 김 교수가 다시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
“그 사람이, 자기가 수사 심의계의 담당 조사관인데 그럴 일이 없다고 그러면서 재물손괴죄는 왜 기소의견으로 넘어가게 되었느냐는 식으로 묻길래, 이건 내 사건이니까 선을 넘지 말라고 딱 잘라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아니, 정말 미친 자식일세. 심 형사가 듣기엔 그게 정상입니까?”
“그렇게 저한테 물어보시면 제가 할 말이 없긴 한데요. 뭔가 이상하긴 한데 제 쪽에서 시비를 걸 부분은 아닌 것 같아서 연락드린 겁니다. 사실, 저는 약속드린 부분도 있고 하니 재물손괴죄에 대해서는 당연히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겁니다. 그런데, 수사 심의계의 조사관이라는 사람이 그 수사의 적법성이나 과정을 살펴보면서 굳이 저에게 전화를 해서 왜 기소의견으로 판단을 하려고 하느냐는 식으로 물어보는 것을 보면, 뭔가 그쪽에서는 움직임이 교수님 말씀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서요.”
“무슨 얘기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전화해서 알려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렇게 전화를 끊자마자 김 교수는 열이 받을 대로 받아서 바로 문제의 임주선 경위라는 작자가 보낸 메시지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눌렀다.
“여보세요. 수사 심의계의 임주선 경위입니다.”
“네. 중양서 경제팀의 비리 경찰에 대해서 민원 제기한 김 교수라고 합니다.”
“아, 네. 어쩐 일이십니까?”
길게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도둑이 제발 저린 사람인 양 전화가 올 것을 예상이라고 했던 사람처럼 아는 척하며 그가 대답했다.
“바쁜 신 듯 하니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묻지요.”
“네.”
“중양서 강력계의 심 형사에게 전화해서 이상한 말을 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습니다.”
“네?”
전화를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김 교수가 전화했는지 놀란 기색이 역력한 임 조사관이라는 자는 이전에 스승의 글에서 보았던 편견 때문인지 나이도 얼마 먹지 않은 듯한 목소리가 상당히 상기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한 거죠?”
“아, 네 중양서의 강력계에 심 형사라는 수사관이 재물손괴로 정말로 조사 중이더라고요.”
“예. 그런데, 거기 전화하셔 가지고, ‘지금 이 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초동 수사관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처벌받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라고 이야기하신 사실이 있으신가요?”
묵직한 돌직구가 바로 김 교수에게서 미사일처럼 임 조사관에게 들어가 꽂혔다.
“제가요?”
바로 치고 들어오는 돌직구성 질문에 당혹스러운 듯 일단 임 조사관이 발뺌하듯 말을 돌리며 물었다.
“예.”
짧지만 빠르고 강하게 김 교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심 형사랑 통화하자마자 전화드린 건데요.”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렇게 쉽게 흔들거릴 사람이 아니라고 거들먹거리기라도 하듯 임 조사관이 능글거리는 투로 대답했다.
“아니, 초동수사를 했던 이 경사에 대해서 수사 심의를 요청하셨는데 제가 그 사람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의 다소 상기되어 떨리는 말투와 억양을 분석하며 어이가 없었지만 김 교수가 이를 악물고 화를 억누르며 다시 정중히 물었다.
“그럼 왜 전화를 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지금 이 부분에 대해서 선생님이 재물손괴로 진행 중이라고 민원을 제기하면서 쓰셨잖아요. 그래서 보니까 진짜 중양서의 강력계에 심 형사라는 수사관이 재물손괴로 수사 중이더라고요. 이게 진짜 대리석 가지고 수사하는 것이 맞는지 뭐 다른 건인지 일단 선생님이 그 부분을 적시하셨으니 제가 확인을 해야죠. 그래서 담당 수사관에게...”
임기응변의 달변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와 계속 버티고 있었던 것이고 민원을 묵살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서울대 교수고 뭐고를 떠나서 말발로 밀릴 수 없다고 여긴 임 조사관이 능글맞게 대처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상대를 제대로 파악할 수준조차 되지 못했다. 김 교수가 바로 그의 같잖은 말을 틀어막고 나섰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한껏 당당한 목소리로 임 조사관이 대답했다.
“이 경사가 했던 수사가 옳았던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예.”
“별건으로 고소되어 가지고 진행 중인 심 형사에게 일부러 전화를 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왜 있지요?”
“있죠. 왜냐하면 범죄사실은 같잖아요. 대리석 때문에 그런 거니까요.”
임 조사관은 늘 하던 대로 거침없이 바로 자신의 임기응변을 밀어붙였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코너에 밀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말씀 잘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똑같은 식으로 말했더니 강력계의 심 형사가 화를 내면서 전화가 와서는”
“네.”
“두 사건이 어떻게 같으냐고, 기본도 모르시냐고 그쪽은, 그쪽은 그쪽에서 할 수사이의제기된 사건을 수사하면 되는 것이고 저는 제 사건을 할 뿐인데 그렇지 않아도 그쪽에 이 경사가 수사를 잘못해서 문제가 되어가지고 감찰도 받고 있고 수사 심의계에서 한다라고 교수님이 저한테 말씀을 하셨었는데 수사 심의계의 조사관이라고 그러면서 남자 경찰이 전화를 해가지고...”
“네.”
“이 사람이 이 사람이 처벌받거나 문제가 되는 쪽으로 지금 감찰이나 그런 징계를 주는 방향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얘기를 하셨대요.”
“제, 제가요?”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김 교수는 임 조사관이 자신이 설명하는 중간마다 ‘네’라는 추임새를 억지로 넣어가며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은폐하려고 드는 아주 기본적인 심리학적인 행태를 파악한 터였다.
물론 임 조사관은 자신이 늘 우위에서 민원인들을 쥐락펴락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던 사람인지라 자신이 보이는 그런 중간중간 끊어내듯 대답을 꼬박꼬박 이어가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조차 파악할 지능 수준을 갖고 있지 못한 딱 그 수준의 썩은 경찰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강력계의 형사가 바로 교수에게 전화를 해서 일일이 다 말해줬을 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소 당혹스럽기는 했다. 교수의 입에서 튀어나온 다음 말이 그의 너스레 연기를 틀어막았다.
“둘 다 녹취를 했거든요?”
“흐허허헝”
말도 안 된다는 말을 하려다가 녹취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어이없다는 듯이 괴상한 언어 같은 헛웃음으로 마무리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교수는 틈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이해가 안 되는 건, 그 말씀을 한 것에 대해서 본인이 안 했다고 부인을 하니까 아니라는 취지로 받아들이더라도 도저히 제 상식으로는 이 경사의 문제 사안에 대해서...”
“네.”
“제기를 하는데. 이건 동일한 사건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이 경사가 사건을 은폐하려던 사건을 다시 경찰청 본청에다가 문제를 제기해서 경찰청 본청에서 배정을 다시 중양 경찰서 강력계로 배정을 해줘 가지고 그쪽에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게 재물손괴죄에 대해서는 별건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일 사건을 진행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이 경사가 수사를 잘못한 것에 대해 수사 심의계의 임주선 조사관에 의해서 밝혀지게 되면 그건 재수사를 하는 거고, 지금 중양 경찰서의 강력팀에서 심 형사가 수사를 했던 것은 이전에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으로 고소를 했던 것을 재물손괴죄로 의율 적용을 바꿔서 다시 고소를 하셨기 때문에 별건으로 진행을 합니다.”
“네.”
“라고 경찰청 본청의 경정한테 확인 전화를 받았는데, 왜 임 주선 조사관은 그 두 사건이 같은 사건이라고 내가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는 그게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거든요.”
“그게 대리석 관련이잖아요. 선생님이 여기서는 이렇게 했다고 하셨고, 아니 하하! 본인이 쓰신 것에 있잖아요.”
무조건 그냥 같은 행위가 있었다고 우기는 것 말고는 그가 내세울 명분이나 사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우기고 버텨서 그가 그냥 포기하고 잊어버리게 만들어야만 했다.
대개의 민원인들은 담당 조사관이 모든 전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판단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당당하게 치고 들어오지 못하는 법인데, 이 교수는 자신에 대해서 전혀 그런 두려움 따위를 보이지 않았다.
“내가 쓴 내용에 없다고 한 적 없구요.”
차갑게 자신의 말을 끊는 그의 호흡을 자신의 쪽으로 다시 돌려야 한다고 임 조사관은 생각했다.
“잠깐만요. 재물손괴로 진행 중인 수사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맞는지 확인을, 아니 제가 확인도 못합니까?”
일단 되는대로 시비를 걸고 말을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상대는 평소에 맘대로 휘둘렀던 민원인들과 차원이 달랐다.
“얘기를 내가 다시 한번 정확하게 물어볼게요. 내가 계속 이해가 안 되는 게요. 그걸 확인하려는 의도가 뭐였냐구요?”
“아니. 당연히 확인을 해봐야죠.”
일단 우긴다. 끝까지 뻔뻔하게 상대가 지칠 때까지. 그는 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며 입술을 앙 다물었다. 하지만 상대는 결코 포기를 모르는 집요한 스타일이었다.
“왜 당연히 확인을 해봐야 하는지만 설명해주면 돼요.”
“하하. 아니, 선생님이 그 사건이 수사 중이라고 쓰셨으니까.”
억지로 웃음을 자아내면 상대가 폭주할 수도 있다는 필살기까지 동원했지만 상대는 폭주하지 않고 그저 물고 있는 이빨을 드러내며 더 파고들었다.
“내가 쓴 내용에 대한 진위여부를 모두 확인하실 거예요?”
“아니, 그거 일단은 확인을 해봐야죠. 그 확인을 하지 않으면 제가 그걸 뭣하러 수사를 합니까?”
김 교수는 4년 전에 니가 그렇게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잘해서 종로경찰서의 명예훼손 건은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덮어줬냐고 빽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뜬금없이 그 사건의 당사자도 아니면서 칼을 빼는 것은 좀 이르다는 생각에 속을 누르고 또 억눌렀다.
“그렇다면 수사 중이라는 문자메시지만 보내던 이 몇 달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이 경사가 사건을 은폐하고 덮으려고 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조사를 끝내신 건가요?”
“아니요. 지금 제가 진행 중이라고 문자 발송해드렸잖아요.”
“제 말이요. 계속 문자 메시지로 ‘수사 진행 중입니다’라고만 보내고 직접 전화도 안 해서 지금 내가 전화해서 처음 통화하는 거잖아요.”
“예.”
따박따박 맞는 지적에 뭐라고 반격의 흐름을 갖는 것은 고사하고 가드를 올리고 그저 죽어라 얼굴을 감추기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예. 그래서 지금 이해가 안 되는 걸 직접 내가 전화를 걸어서 임 조사관에게 물어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중양서 강력계의 재물손괴를 조사하던 경찰이 나한테 전화해서, ‘교수님이 저한테 진술하실 때는 초동 수사를 맡았던 중양서 경제팀의 이 경사라는 사람이 수사를 잘못한 부분 때문에 경찰청 본청의 감찰도 받고 있고, 서울경찰청 수사 심의계에 수사이의도 제기되어 조사를 받고 있으니 곧 처벌이 거의 결정지어질 것이다,라고 하셨었는데...’”
“누가요?”
괜스레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 경찰청의 간부라도 되는지 놀란 가슴에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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