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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60

목사의 역습(명예훼손 재판) - 3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202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첫 번째 굴욕적인 피고인 신분을 확인한 지 한 달 반만인 2021년 7월 21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그 여름날 오후 2시에 세 목사의 증인 심문이 시작되었다.


법원에 들어서자 꾸질꾸질한 인상의 남자들이 어색한 표정으로 좌석의 뒤쪽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추 목사의 그 뻔뻔한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대와는 달리 추 목사는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당연히 그 목사 두 명이라는 것이 뻔한 두 사람이 쭈뼛거리는 표정으로 뒷좌석에서 둘이 속삭이며 있는 모습이 교수의 눈에는 못내 거슬렸다.


김 교수는, 강 변호사를 통해서 경찰에 추 목사가 제출했다는 기록들과 어이가 없는 고소장, 그리고 그의 진술조서 등을 미리 일람할 수 있었다. 강 변호사가 부동의하고 쳐내버린 그 증거라는 것들 중에 김 교수가 그들과 통화를 했다는 증거를 만들기 위해 통화한 녹취록이 들어있었다.


주로 추 목사가 굽신거리며 그들에게 자신을 무조건 면직시켜달라고 하고 사기꾼이라고 욕하지 않았냐 하는 식으로 억지 증거를 만들려는 방식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추 목사의 진술에 의하면, 김 교수가 통화에서 확인했던 바와 같이 노회의 살림을 총괄하는 총무 목사와는 면식도 없는 사이라서 둘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그런데 그 총무 목사라는 자의 녹취록 첫마디가 가관이었다.


“아주 욱하는 성격에 버릇이 없더라고.”


대형 교단의 지역 노회에서 총무 목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지위인지 김 교수는 알 리가 없었고, 알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녹취록의 첫 문장에서 그가 자신을 표현하는 말투 자체가 그의 성향을 파악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자세한 통화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자는 자가 계속해서 자신들이 목회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것에 적잖이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었다. 강 변호사나 김 교수나 그것이 어떤 마음 상태인지 아주 잘 알았다.


강 변호사는 그들이 목사 짓을 한다는 이유로 한통속이고 당연히 두 목사는 추 목사의 편을 들어주고 보호하려 들 거라고 막연히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기독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교수의 입장에서 생각하더라도 강남 한복판에 대형 본 교단이 있는 한국에서 제법 행세한다는 교단의 정식 목사라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그저 지역 노회의 회원으로 호가호위하려는 사이비 목사의 행동을 옹호하며 법원에 증인까지 나와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겠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었다.


한편, 추 목사를 담당했다는 반의 담임목사는 추 목사의 증언에 의하면 마치 15년 동안 아주 가깝게 지냈다고 되어 있는데, 전화통화내용은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그다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추 목사가 굽신거리는 어투로 보아 가깝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람이었다.


지난번 만났던 젊은 단독심의 판사가 들어오며 오후 증인 심문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증인석에 선 사람은 그 대단한, 교수를 한 마디로 굉장히 건방지다고 폄하했던 총무 목사였다. 교수가 데이터 베이스에 녹취록을 올린 내용을 보면서 하도 어이가 없어 그 부분을 발췌하여 살펴보면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 : 증인은 피고인과 피해자 추 목사와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요?


답 : 모르는 사이입니다.


처음부터 둘 다 모르는 사이라는 말에 공판검사가 당황하며 다시 물었다.


문 : 추 목사는 알지 않나요?


답 : 잘 모릅니다.


문 : 피해자 추 목사를 모르나요?


예상했던 상식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자 공판 검사가 다시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아마도 혹시라도 모를 재판의 변수로 이 증인이 갑자기 돌변하여 양심 고백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였을 거라 교수는 생각했다. 하지만 꼴통 같은 표정의 총무 목사 표정과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답 : 예.


문 : 피고인도 전혀 모르지요?


답 : 예.


문 : 증인은 지역 노회 소속 목사님은 맞지요?


답 : 예.


문 : 추 목사는 같은 회 소속이 아닌가요?


답 : 같은 노회 명단에 있기는 한데, 노회원이 200명이 넘어서 다 파악하지는 않습니다.


교수는 이 부분에서도 뭔가 논리에 묘하게 거슬렸다. 아무리 지역 노회라고는 하지만, 목사들 간의 모임이라면 그것도 자신이 총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라면 수천 명의 회원도 아니고 고작 200여 명의 목사들에 대해 최소한의 일면식은 있기 마련인데, 그는 너무도 당연하게 모른다고 대답한 것이었다.


문 : 사람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아는 분은 아니라는 취지이지요?


답 : 예.


문 : 전화를 받을 때가 2020년 4월 8일 경인 것 같은데,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아서 ‘추 목사가 500만 원짜리 마블 돌을 가져다 버렸고, 이사 갈 때 변상하지 않고 가서 재산상 피해가 있었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맞나요?


답 : 그건 자세히 기억나지 않고요. 전화가 온 건 기억이 나는데 내용은 자세히 모르겠고, 노회 사무실이기 때문에 교회나 아니면 목사에 대해서 확인 문의 전화를 많이 받아서 자세한 기억은 여러 건이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은 잘 모르겠고, 목사가 무슨 재상상의 무슨 세입자 거래 간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 전화만 받았어요.


횡설수설하는 말에 공판 검사가 적잖이 당황하며 다시 확실한 답변을 해줄 만한 내용으로 다시 물었다. 검찰 측 증인인데 묻는 질문마다 잘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게 되면 증인으로서의 가치나 의미가 전혀 없고, 오히려 판사에게 안 좋은, 부정적인 인상만 줄 것이라는 교과서적인 불안감이 발끝에서 올라오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문 : 피고인과 통화한 건 한 차례이지요?


답 :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문 : 증인의 취지는 구체적으로 통화한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네요.


판사의 눈치를 힐끔거리는 공판검사의 해설은 그야말로 필사적이었다.


답 : 구체적으로 통화한 내용은 ‘목사 면직’ 이런 얘기를 물어보길래 “그분이 무슨 사회적으로 법적인 문제가 있거나 그런 사항이 있을 때 노회에서 행정 처리가 모여서 진행되는 것이지, 개별적으로 누가 전화해서 ‘이런 분이 목사인데 면직이 안 되냐’고 해서 면직이 되는 게 아니다.”그건 제가 확실히 기억합니다.


문 : 증인으로 나왔던 반장 목사님은 본인이 피고인과 20~30분 통화를 했다는 거예요. 그다음에 증인에게 여쭤보니까 증인도 그 이상 통화를 굉장히 오래 했다고 해서 그때 당시 내용을 여쭤보는 건데, 지금 얘기는 세세한 통화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네요.


답 : 예.


문 : 다만 ‘추 목사라는 사람이 약간 사기성이 있고 처신이 문제가 있으니까 면직을 운운하면서 면직해야 한다’그래서 증인이 거기에 대해서 ‘함부로 면직이 되는 건 아니고 이게 알아봐야 되는 거 아니냐’그렇게 대답했다는 것인가요?


옆에서 듣고 있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공판검사의 발버둥은 힘겨운 짜 맞추기 질문의 누더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답 : 예.


문 : 증인은 그때 당시에 ‘추 목사가 사기성이 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신학을 가르치냐?’그러니까 처신 문제를 좀 언급했고, 그러면서 ‘추 목사를 면직시켜야 하니 면직을 시켜달라’ 그래서 증인이 면직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는 것인데 어떻게 답을 했나요?


답 : ‘면직을 시켜 달라’가 아니고 ‘면직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물어봐서 ‘사회적으로 무슨 법법행위가 있거나 문제가 있을 시에 그 문제가 노회에 고발이 되거나 고소가 들어왔을 때 노회 차원에서 행정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지 전화를 받고 면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똥줄이 타들어가는 공판검사의 표정과는 달리 총무 목사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꼴통 답변으로 일관했다.


문 : 증인은 당시 전화를 받았을 때 피고인이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추 목사라는 피해자를 가리켜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피해자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한 거잖아요. 면직 얘기까지 운운하고, 그렇게 얘기한 이유에 대해서 뭐라고 하던가요?


답 : 제가 노회에서 서기를 맡고 있고, 노회 산하에 교회들하고 목사님들의 서류나 행사나 행정적인 일을 다 제가 하거든요. 그때 제 기억으로는 사무실 전화가 총회 홈페이지에 게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사무실 전화를 제가 받았을 때 말씀드렸듯이 여러 교회나 이런 목사님에 대한 문의를 해오거든요. 그러면 제가 최대한 할 수 있는 대로 말씀을 해드리기 때문에 그분 같은 경우에는 황당해서 제가 기억을 하는데, 전화를 해서 면직 운운하는 일은 없거든요. 교회에 대한 얘기나 이단성이나 이런 얘기를 해서, 그런 전화가 많거든요. 많았는데 이 경우에는 면직을 얘기하니까 제가 얘기를 기억하는 거죠.


총무 목사는 뭔가 자신이 설교하듯 제대로 말을 한다고 착각하는 듯했지만, 교수나 특히 공판검사나 판사, 그리고 강변호사가 듣기에 그는 그저 횡설수설하는 길거리의 많은 일반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딱 그만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공판검사의 입장에서 여기서 포기하고 무릎을 꿇을 수는 없었다.


문 : 그 이후에 증인이 추 목사나 반장 목사와 통화를 했나요, 어떻게 된 일이지 진상파악 차원에서?


답 : 추 목사가 아마 반장 목사님의 시찰 회원이기 때문에 제가 확인 전화를 했습니다. ‘이런 분이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 그런 전화를 한 기억은 납니다.


문 : 반장 목사님에게 요?


답 : 네. ‘당신네 회원인데 그 상황을 아느냐?’ 그렇게만 물었습니다.


문 : 그 이후에 피드백을 받거나 그 이후에 어떻게 사건이 처리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있나요?


답 : 따로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얘기를 안 했습니다.


공판검사는 그에게 도저히 더 얻을 것이 없다고 여겨 증인 심문을 마쳤고, 바로 강 변호사의 변호인 반대심문 순서로 넘어갔다.


문 : 피고인은 서울 강남에 있는 교단 본부 교회를 통해 총무 목사의 연락처를 받아 2020년 4월 8일 오전에 총무 목사와 먼저 통화를 하고 같은 날 자신은 추 목사라는 사람을 잘 모르니 그 반장 목사에게 전화를 해서 알아봐라.라고 소개를 받아 전화했다고 하는데, 그 경위가 맞나요?


답 : 그건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직접 전화를 받아 자기는 추 목사를 모르니 반장 목사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는 증언을 방금 검사에게 해놓고서도 그는 일단 모른다고 지극히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문 : 이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듣긴 하셨습니까?


답 : 예.


문 : 증인은 통화 당시 피고인과 대화한 내용 중 생각나는 부분이 뭐가 있나요?


답 : 면직에 대한 문의


문 : 혹시 피고인이 증인에게 ‘무조건 면직시켜 달라’ 아무리 설명해도 ‘면직, 면직, 면직’ 이런 상황이었나요, 아니면 자기 얘기를 하고 절차를 설명하고 이런 상황이었나요?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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