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역습(명예훼손 재판) - 4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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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답 :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재산상의 무슨 세입자 간에 문제가 있어서 전화를 하신 분이 굉장히 불쾌한 부분이 있는 걸로 기억을 해요.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해서 다툼이 있었는지 그건 정확히 모르겠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그 건 때문에 면직을 얘기하니까 저도 노회 목사님들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자초지종도 모르고 전후좌우를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면직해야죠’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면직에 대한 건 사회적으로 뭔가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범법 사항이 있을 때 고소고발건이 형성이 되면 그때 노회에서 재판국이 열리고 논의가 됩니다.’ 그 얘기를 했지요.
문 : 그랬더니 피고인이 뭐라고 하던가요? 이해는 하던가요?
답 :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 : 아니면 혹시 항의하면서 ‘그런 게 어디 있냐? 무조건 면직시켜라’이런 것도 기억이 안 나시나요?
답 : 예. 그건 잘.
그는 최대한 사실관계에 대해 모른다는 진술로 일관하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하고 나온 사람처럼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오히려 그쯤 되자 교수는 그가 왜 굳이 법정까지 증인으로 나오겠다고 했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문 : 증인이 세입자 얘기를 했는데 기억나는 게 ‘세입자 관계’ 이런 거였다고 했잖아요.
답 : 예.
문 : 증인은 ‘저주의 기도’ 기억나잖아요? 녹음 파일도 받았잖아요?
답 : 저주의 기도요?
강 변호사의 훅 하고 들어온 사실관계에 총무 목사가 움찔하며 놀라서 다시 물었다. 메일을 받은 것은 기록이 남아 있는데 그것마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는 곤란해질 것 같다는 잔머리를 굴리며 눈을 데굴거리며 굴리고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틈을 강 변호사는 놓치지 않았다.
문 : 피고인한테 녹음파일 ‘이거 저주의 기도라며 그가 한 거다’라고 해서 받았던 거 기억이 안 나세요?
답 : 메일 받았습니다. 메일 받아서 그분이 무슨 히브리어로 저주를 했다.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히브리어 같지 않아 가지고, 안 그래도 제가 통화한 기록 4월 8일 얘기하길래 메일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봤는데 그거 말고는 뭐.
자기가 무조건 기억이 안 난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느라 메일 이야기를 하며 그는 판사의 눈치를 힐끔거리며 보았다. 젊은 판사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두꺼운 마스크 뒤의 안경 너머로 눈도 깜박하지 않고 가만히 그를 응시해서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문 : 증인이 처음 피고인과 통화했을 때, ‘세입자 면직’이런 것도 기억나지만, ‘그때 피고인이 저주의 기도를 했는데 그게 목사로서 할 수 있는 거냐, 들어봐 줄 수 있냐’ 이 얘기한 건 기억이 안 나세요?
강 변호사가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겠다고 입을 굳게 다문 그의 양심을 메스로 째서 얼른 소금을 끼얹으며 소위 목회자라는 자의 비겁함에 일침을 가했다.
답 : 그건 제가 메일을 받았습니다.
마치 그런 메일을 받아서 그냥 확인했다는 듯이 거리를 두는 그의 태도가 거슬렸는지 강 변호사가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다시 확실한 사실관계를 다지며 그의 너덜너덜해진 양심에 바닷물을 들이부었다.
문 : 메일을 받아서 처음 저주의 기도를 알게 된 건가요, 아니면 통화한 다음에 메일을 받아서 확인한 건가요?
답 : 전화를 하셔서 얘기를 해서 저한테 메일을 보내왔지요.
문 : 그러면 전화통화 중에 자기가 당했던 일을 얘기하면서 ‘저주의 기도’가 나와서 그래서 이메일 주소로 통화 녹음을 피고인이 보냈다는 것이지요?
답 : 예.
문 : 피고인이 증인에게 ‘추 목사가 나에게 저주의 기도를 했다’이런 취지로 얘기하였나요?
답 : 예. ‘저주를 했다.’
문 : 증인과 피고인이 통화를 했을 때 피고인이 증인에게 ‘마블 돌을 임차인 추 목사가 갔다가 버려서 없어졌다.’ 이런 얘기도 기억이 나세요?
답 : 그건 기억을 못 하겠습니다.
문 : 증인은 피고인으로부터 알 수 없는 기도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이메일로 받았는데, 피고인이 증인한테 이런 녹음 파일을 보낸 이유가, ‘이게 저주의 기도가 맞느냐?’고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나요?
답 : 그건 메일을 확인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저주의 기도를 했다는 얘기는 제가 메일상으로 확인을 했었습니다.
그는 이미 앞서 얘기한 내용을 다시 바꾸며 자기가 메일을 통해 처음 그 얘기를 들은 것처럼 슬쩍 발을 뺐다.
조금이라도 상식을 가진 법조인이라면 이메일 주소는 상대에게 물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고, 그렇다면 무슨 이유에서 메일 주소를 묻는지 무엇을 보내려고 하는지 어떤 취지인지를 말하지 않을 리가 없다는 것을 추론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가 무슨 이유에서건 말을 돌리고 감추려고 한다는 사실을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교수가 총무 목사만이 알고 있는 진실, 사실 통화에서 저주의 기도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자신이 히브리어를 공부했으니 녹취를 자신에게 보내주면 자신이 그 부분을 확인해주겠다고 한 부분을 그는 쏙 빼놓고 모른 척을 하려 드는 것이었다.
문 : 그러면 증인은 피고인에게 답변이나 답신을 어떻게 해주었나요?
답 : 그때 제가 답신을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재산상의 문제는 원만하게 잘 해결하는 게 맞는 것 같고, 이런 일로 노회에 일을 개입시키지 말라고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이 안 납니다. 사실 재산상의 문제는 노회에서 개입하거나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저주의 기도는 분명히 이단과 관련된 부분임에도 그는 슬쩍 논점을 흐리며 재산상의 문제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을 돌리려 들었다. 하지만 그 법정 안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그 보다 눈치가 없거나 상식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그의 얄팍한 판단의 실수였다.
강 변호사는 다시 한번 그 부분을 강조하며 판사와 공판검사의 상식에 못질을 했다.
문 : 그러면 만약 ‘저주의 기도’를 한 목사라면 그때는 재고해볼 여지가 있나요?
답 : 잘 모르겠습니다.
뻔뻔한 그의 태도와 답변에 쉽게 물러설 강 변호사가 아니었다. 그녀는 투견으로 몇 번이나 우승을 거머쥔 도사견처럼 눈을 번뜩거리며 꽉 문 그의 목덜미를 결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문 : ‘저주의 기도’를 하는 부분은, 그것도 목사의 개인 사생활인가요?
답 : 그렇지요. 1차적으로는 개인적인 문제, 아니겠어요? 만약에 추 목사가 노회나 총회에 권한이 있는 사람으로서 노회나 총회에 재산상 문제를 가지고 일을 했다면 노회나 총회가 답을 해야 하지만, 이건 개인적인 자기 주택 세입자 문제를 가지고 그 사람이 저주한 것에 대해서 노회 목사가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의 궤변에 판사를 비롯해 모두가 눈살을 찌푸려졌다. 소위 대한민국 대형 교단의 목회자라는 자가 보인 저 추한 민낯을 보는 기분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도대체 저주의 기도를 한 목회자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그걸 개인적인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한가 싶어 어이가 없었다.
문 : 아까 녹음파일 저주의 기도를 들어보셨다고 했는데 히브리어도 아니고 뭣도 아니었다고 했잖아요.
답 : 잘 모르겠습니다.
문 : 방언이나 이런 것도 아니고, 전혀 모르는 음성이었나요?
답 : 잘 모르겠습니다.
전혀 모르는 음성이었다고 하면 될 것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방어적인 태세로 결심한 ‘잘 모르겠습니다.’를 그저 기계적으로 내뱉고 말았다. 표정으로는 아차 싶어야하는 연출이 나왔음 직도 했는데, 그는 그러한 자신의 실수마저 챙기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긴장상태인 듯했다.
문 : 그냥 모르겠어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강 변호사가 그 부분을 꼬집고 들어갔다.
답 : 예.
문 : 피고인이 증인에게 추 목사 외에 윤 모 라는 사람도 당시 소속 목사가 맞는지 문의하였나요?
답 : 이름은 모르겠고요, 같이 있던 사람이 친형을 사칭했던 사람이 있다면서 사신을 보내왔던가 아마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두 확인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마치 모르는 것처럼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처럼 말하는 것도 그의 발연기로는 기만 자체가 어려워 보였다.
문 : 그 목사님이 맞는지 그때 확인을 해주었나요?
답 :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뻔뻔한 태도와 답변 내용이 거슬린 강 변호사는 미리 준비된 내용과 상관없이 그의 가식과 후안무치한 태도를 벗겨낼 생각에 방금 전에 검사 측 증인 심문에서 나온 내용을 슬쩍 가져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문 : 증인은 작년에 지역 노회의 어떤 임원직을 담당한 목사였는데, 어떤 특정 목사나 교회의 이단, 이적행위에 대한 소문을 듣기도 하고, 특정 목사나 교회의 이단, 이적행위에 대한 신고나 상담, 고민을 들은 적이 있나요?
답 : 없습니다.
문 : 아까 검사님에게 대답할 때는 ‘많이 문의전화가 온다. 목사가 맞냐. 소속이 맞냐.’ 그런 대답을 하면서 그렇다고 했잖아요?
답 : 예.
그는 자신도 모르게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자신이 지금 어떤 부분을 공격받는지 자신의 목이 한칼에 베어져 나가는 줄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며 가면이 벗겨져 추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문 : 그렇다면 이 교단에 소속된 목사가 맞냐...
그제야 상황의 긴박함과 자신의 우매함이 코너에 몰렸다는 인지를 했는지 그가 강 변호사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차고 나오며 자기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답 : 그건 이단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고, 교회가 소속되어 있는지 그런 문의전화였습니다. 그다음에 설교 내용 가지고 질문을 한다든지, 그러면 제가 설명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조언만 해드리고 전화를 끊지요. 그러고는 그 교회 목사님하고 상의를 하라고, 거기까지가 제가 할 일이지 그게 크게 노회하고는 결부시키지 않습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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