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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64

목사의 역습(명예훼손 재판) - 7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234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증인 심문을 많이 해보고 지켜본 법조인들은 아주 잘 안다. 법조 기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인 것 같다.’라는 표현은 자신의 진심을 그대로 말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 최대한 자기를 보호하고 말을 포장하기 위해 하는 표현이라는 것을. ‘그는 기억이 잘 안나는 것 같습니다.’식의 그 옛날 보이스피싱을 하던 조선족 식의 앞뒤 안 맞는 한국어식 표현을 멀쩡한 성직자를 자칭하는 목사라는 신분을 둘러쓰고 시연해 보이고 있었다. 강 변호사는 자연스럽게 그가 모순을 더 많이 드러내서 판사에게 그 민낯이 드러나 보이도록 조목조목 물어나갔다.


문 : 기억하기로 형사 고발까지는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고, 노회는 1년에 두 번 모이니까 그때 의논할 사항이면 그때 의논할 수는 있다.


답 : 만약에 그 사항이 의논할 사항이라면 우리 시찰회 안에서 어르신 목사님도 계시니 그분한테 여쭤보고 이게 상정해서 가능한 일인지 알아보겠다,라고만 얘기했습니다.


문 : 그랬더니 피고인이 ‘절대 빨리 당장 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던가요? 어떻게 반응을 보이던가요?


답 : 알았다고 말씀했던 것 같은데요.


문 : 증인은 목사로서 특정 목사나 교회에 이단이나 이적행위에 대한 소문 같은 것도 듣고 특정 목사나 교회의 이단 이적행위에 대한 신고 상담, 고민 이런 것을 듣기도 하나요?


답 : 아니요.


앞서 총무 목사가 거짓말을 하려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한번 목격했던 반장 목사는 화들짝 놀라며 그것에 대해 강한 부정을 표했다. 그러나 그는 강 변호사의 다음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온몸을 막으려는 안간힘을 쓰느라 엄한 실수를 저지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다 보면 그들의 필사적인 거짓말을 덮으려는 부정이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그는 앞서 총무 목사의 증언 쇼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듯했다.


문 : 이거는 서기라는 직책에서 듣는 게 아니라 목사로서 일하다 보면 다른 교단의 근황을 듣잖아요.


마치 밑밥을 뿌리듯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강 변호사가 툭 하고 쨉을 날렸다.


답 : 그렇지 않습니다.


예상대로 그는 강하게 부정하고 나섰다. 그것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당연히 거부감을 일으켰다.


문 : 그거는 들은 적도 없나요?


답 : 그런 적 없어요.


문 : 2020년 경 증인이 맡고 있던 서기라는 직책은 어떠한 업무를 담당하는 것인가요?


답 : 노회 밑에 시찰회가 5개가 있는데, 5개 지역으로 모이는 목사님들이 30명쯤 되는데 그분들 행정적인 상황, 그러니까 교회를 옮긴다든지 주소를 바꾸는 이런 행정적인 상황들을 총괄하는 업무를 합니다.


문 : 교회 본당에서는 왜 피고인에게 다른 목사도 아니고 서기직을 맡고 있던 증인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고 생각하나요?


강 변호사도 사건에 대해서 총무 목사와 반장 목사의 캐릭터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를 하지 않았던 탓에 약간 삐끗거리는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실제로 본 교단에서 이단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 사람이 본 교단이 아닌 지역 노회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자신이 모르는 일이니 지역 노회에 직접 알아보라면 그 노회의 총무를 알려주었고, 총무 목사는 자신이 추 목사라는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하니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시찰의 담당 서기인 반장 목사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그쪽에 연락해보라고 던져준 것이었는데 당사자들조차도 누가 누구에게 왜 연락을 해주었는지 등에 대한 아무런 개념이 없는 사람들처럼 좌충우돌 범퍼카가 엉킨 듯 들이박고 있는 형상이었다.


답 :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때 교단에서 가르쳐 준 것 같지 않고요. 다른 분을 통해서 알았다고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뭔가 자신이 잘못 찔러서 증인 심문의 집중력이 흐트러 진다는 느낌을 받자 강 변호사가 다시 표정을 다지며 원래 하려던 질문으로 바로 들어가며 이빨을 드러냈다.


문 : 증인이 만약에 해당 교단 소속 목사에 대한 비위나 이단, 이적행위에 대해서 신고나 상담을 누군가에게 받았어요, 교인 같은 사람한테, 그러면 그때 증인은 누구에게 보고하고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답 : 잘 모르겠습니다.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상황이 제가 관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요. 이단에 대한 건 왜냐하면 총회 안에도 이단 배척 본부가 있기 때문에 제가 이단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저는 밑에 있는 가장 작은 곳에 있는 목사기 때문에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일반인들이 얼핏 듣기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그는 자신이 법정에 증인으로 서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평상시에 쉽게 속이고 대강 말해도 되는 교인들에게 하는 그대로 말을 뭉개고 있었다. 그의 말은 바꿔 말하면 낙도 파출 분소의 경찰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 시체를 발견해도 자신은 낙도 파출 분소의 경찰이기 때문에 그걸 모른 척 지나쳐야 한다는 궤변에 불과했다. 게다가 실제로 이단이니 교회의 이권이니 하며 아귀다툼을 하는 현장은 언제나 그가 말하는 작은 교회들에 기생하는 목회자를 자부하는 것들이지 강남 한복판에서 근엄한 척하는 이들은 결코 그럴 일이 없었다.


그 와중에 교수는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도 변두리 지역 노회의 목회자라고 하는 자들이 주소지를 말하는데 하나같이 서울의 한 복판에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법정에 삐죽하며 추 목사가 기어들어오는 것이 김 교수의 눈에 포착되었다.


문 : 그러면 총무 목사는 본 건으로 서로 알게 된 건가요?


답 : 아니지요. 지역 노회 총 서기세요. 저는 그 밑의 시찰회 서기이고, 같이 연락을 하고 계속 노회에서 만나는 사이지요, 우리 총무 목사님은.


문 : 총무 목사는 이단과 전혀 상관이 없나요? 이단에 대한 상담을 듣거나 아까 말씀하신 배척 본부라는 곳과?


답 : 총무 목사님에 대해서 잘 모르겠어요. 그런 걸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서기는 그런 역할을 안 하는 것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는 마치 이단 행위를 하는 목사에 대한 일반 교인의 상담이 들어와도 자신은 시찰 목사이니 자기에게 그런 상담하지 말라고 소리 지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한 부인으로 일관했다.


문 : 피고인은 자신이 추 목사라는 사람한테 당했던 너무도 놀라운 일에 대해서 증인에게 얘기하면서 그런 얘기를 주고받은 다음에 증인이 총무 목사에게 연결해줬다고 하던데 맞나요?


강 변호사는 또 총무 목사와 반장 목사를 헷갈려했다. 문득 교수는 강 변호사가 생각했던 것보다 똑똑하지 않고 열정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내 매일같이 이런 지겨운 사기꾼 같은 사람들과 상대하자면 그럴 만도 하겠다고 스스로 수긍까지 했다.


답 : 그 반대죠. 아마도 총무 목사하고 통화하고 ‘노회의 일이 내 담당이라 나는 잘 모르니까 시찰회 서기한테 물어보라’고 가르쳐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전화를 하신 것 같아요.


강 변호사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이어진 질문은 본의 아니게 아까까지 자신의 전화번호를 누가 가르쳐줬지도 모른다고 발뺌하던 반장 목사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대개 자신들이 실수를 자주 할지언정 법조인들은 다른 사람의 이런 실수를 놓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문 : 이단이랑 아무 상관도 없는데요?


답 : 아무 상관없죠. 그런데 전화가 왔으니까 제가 어차피 우리 시찰회 안에 있는 회원이니까 제가 들을 수 있는 상황은 돼요. 그래서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얘기를 쭉 하시길래 ‘아, 그런 상황이면 제가 확인해보고 잘 원만하게 끝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드렸던 것 같아요.


문 : 증인은 피고인한테서 ‘추 목사가 사기성이 짙은 사람이다. 목사인데 사기 친다.’이런 취지를 들은 것인가요?


경찰 조사에서도 그렇고 고소장에 그렇게 적었던 주요 비난 내용을 강 변호사가 훅 하고 반장 목사에게 내질렀다. 한참 신이 나서 강 변호사의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것에 재미를 느낀 반장 목사는 사실에 가까운 진술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답 : 목사인데 사기 친다, 그런 내용은 아니었고요. 돌에 대한 문제 하고, 추 목사가 이상한 교회단체에 가서 가르친다,라고 얘기하면서 ‘이단이 아니십니까?’라고 교단이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불법적인 것을 많이 하면 면직시켜야 되지 않겠느냐?’그런 취지로 해서 제가 ‘확인해보겠다.’ 왜냐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피고인이 얘기해주는 것을 내가 들었고, 저는 추 목사한테 그대로 얘기를 했고, 왜냐하면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대로 얘기를 했고, 그래서 저는 그런 사항입니다.


문 : 그러면 사기성이 짙다, 이런 얘기를 들은 것은 아니었다는 건가요? ‘사기성이 있는 사람이다.’ 이런 얘기를 들은 건 아닌가요?


자신이 대답한 내용이 진실에 가까워지고 강 변호사가 다시 한번 그 워딩에 대해 확인하자 마치 마법에서 풀린 사람처럼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려는 듯 눈을 껌벅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답 : 잘 모르겠습니다.


문 : 기억이 잘 안 나세요?


묻기는 그렇게 물었지만, ‘여태 잘 기억하고 잘 얘기하다가 이게 뭐하는 짓이냐?’라는 비아냥거림과 질책이 잔뜩 묻은 독기 서린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역시나 목회자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다웠다.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뻔뻔하고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답 : 예. 그런 얘기를 하셨는지. 하다가 그런 얘기를 하셨는지 어쨌는지 잘 몰라도 제가 알고 있는 건 사실확인서에 쓰여 있는 그렇게 세 가지 정도 제가 기억을 해서 그때 추 목사와도 그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맞느냐’해서 제가 확인을 했던 상황입니다.


불과 1분도 채 안되어서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가 자신의 말을 부정하며 자기가 마치 치매나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연기하는 것도 그가 가진 직업적인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가진 천성 때문인지 김 교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문 : 제가 사기성을 여쭤보는 이유가 ‘사실확인서에 증인이 내용을 읽어보고 사인을 하지는 못했다, 그때 상황이’라고 하셨지만, 거기 내용에 ‘추 목사는 사기성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신학을 가르칠 수 있느냐?’고 피고인이 얘기했다고 거기에 사인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강 변호사가 그가 같은 목회자랍시고 추 목사를 편들겠다고 작성해준 사인이 담긴 그 어처구니없는 사실확인서를 언급하며 가장 아픈 곳을 꼬집어 뜯었다.


답 : 잘 모르겠네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문 : 갑자기 피고인 연락을 받아서 당황하셨을 텐데 피고인이 연락을 한 게 ‘이런 일을 내가 당했으니까 사안을 좀 조사해달라’는 취지였나요, 아니면 누군가에 대해서 너무 화가 나서 험담을 하는 이런 느낌이었나요?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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