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역습(명예훼손 재판) - 5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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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문 : 이단을 담당하는 임원은 아니었는데..
답 : 아닙니다.
문 : 방금 말한 것처럼 ‘설교 내용에 이런 게 말이 되냐?’이런 상담전화를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건가요?
답 : 그렇지요. 왜냐하면 누구한테 얘기해야 될지 다들 모르니까요. 제가 노회 서기이기 때문에 총회에 저희 교회 사무실 전화번호가 등재되어 있어서 그 번호로 전화를 자주 받습니다.
문 : 증인이 만약 그 교단에 소속된 목사에 대한 비위, 이단, 이적행위에 대한 신고나 상담을 받았다면 증인은 누구에게 보고를 하고 노회에서는 어떤 절차를 진행하나요?
답 : 확실한 문서나 문건이나 그런 고발 사항이 저희 사무실에 접수가 되면 그걸 가지고 노회 임원들이 모이게 됩니다.
문 : 임원들이 모여서 그 부분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그런 절차를 거치게 되나요?
답 : 예. 그렇지요.
문 : 그러면 실제로 면직이 되거나 징계 같은 것도 진행이 되나요?
답 : 면직이나 징계는 그렇게 섣부르게 함부로 되는 사항이 아닙니다.
문 : 증인 또는 증인이 있던 곳에 임원직에 있는 목사님들께서 이렇게 직무상 교단 소속 목사의 비위나 이단, 이적행위에 대한 신고나 상담 같은 것을 받게 되면 그 상담받은 내용을 교단 내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나 제삼자들한테 얘기를 하거나 의논을 서로 하나요?
답 : 1차적으로 접수된 사항이 있을 경우에 임원들 위주로 모입니다.
문 : 그게 의논할 사항이라고 생각하면 임원들끼리 먼저 회를 하지, 주변에 누구와 어떻다더라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지요?
답 : 예.
정작 대답하는 총무 목사만 못 알아듣고 있을 뿐, 판사나 공판검사는 이 부분에서 귀를 쫑긋 세웠다. 명예훼손의 중요한 성립 요건 중에서는 그것이 허위사실이든 사실이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전파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데, 실제로 그런 이야기가 있지도 않았지만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야기가 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금 전의 질문으로 입증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공판검사가 지긋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한 방 먹은 것이었다.
문 : 증인은 피고인에게 추 목사에 대해서 그때 전화로 얘기를 들었잖아요. 그 내용이 사실 임원회의에 갈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셨겠지만, 그 내용을 듣고 누군가에게 이 얘기를 전달하거나 의논한 적이 있나요?
답 : 말씀드렸다시피 ‘이거는 추 목사 개인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추 목사나 전화하신 분이나 피차간에 해결할 일이지, 노회가 개입할 사항은 아닙니다.’라고만 얘기를 했거든요. 추 목사한테도 제가 ‘이 건으로 노회를 개입시키지 말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증인까지 불려서 나왔는데, 이건 개인적인 일이지 노회와 상관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문 : 증인 입장에서는 노회 입장에서 들은 사람들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증인이 전달할 이유도 없고 그럴 일도 없다는 것이네요. 둘이 알아서 할 일이지.
답 : 그렇지요.
그렇게 변호사 반대심문이 끝나고 판사의 마지막 질문 시간이 되었다. 판사는 몇 가지만 아주 짧게 심드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문 : 이 사건 관련해서 증인이 하는 업무 자체가 소속 교단의 목사에 대한 비위가 접수되었을 때 업무상으로 비밀을 유지하거나 그럴 의무가 있는 지위인가요?
앞서 공연성과 파급성에 대한 확인성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대단하신 총무 목사는 알아듣지 못했다.
답 : 일단 비위가 접수된 적이 없고요.
문 : 증인이 담당하는 건 비위를 접수하는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답 : 예. 일단 서기이기 때문에 문서상 서류 같은 것은 제가 다 받습니다. 그리고 그 서류가 접수되었을 때 노회에 회장이 있고, 임원들이 있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일단 논의가 되어야 합니다.
문 : 이 사건 관련해서 노회 회장이나 다른 임원들과 논의한 적이 없나요?
답 : 논의까지 갈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고 제가 판단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서면으로 받은 뭔가가 없고, 추 목사가 개인이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목사가 자기 교회가 있어 그 교회까지 소속된 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노회가 개입할 재산이나 이런 거에 대한 요구가 전혀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따로 임원들이 모이지는 않았습니다.
문 : 그럼 주변에 이 사건 관련되어서 함께 논의하거나 알린 사람이 있나요?
답 : 논의라기보다도 이 건에 대해서 반장 목사하고 통화를 했습니다.
문 : 반장 목사 외에는 논의하거나 이 건에 대해서 얘기한 사람은 없다는 거지요?
답 : 예. 특별하게 논의할 필요성이...
결국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연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물어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대단한 총무 목사를 뺀 그 법정의 모든 사람들은 눈치를 챘다. 그리고 물색 모르는 총무 목사의 헛소리에 가까운 변명은 팩트만 놓고 보면 김 교수가 전화했던 두 목사 이외에 어떤 사람에게도 퍼진 공연성도 전파성도 없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었다.
강 변호사는 자신의 흐름대로 판사의 생각이 옮겨간 것에 쾌재를 불렀고, 공판 검사는 판결이 물 건너가고 있는 것을 그저 저 한심한 목회자 증인을 노려보는 것으로 대신해야만 했다.
그렇게 첫 번째 증인의 심문이 끝이 났다.
다음으로 바로 직접적으로 추 목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연락을 받았던 반장 목사가 증인석에 섰다. 경찰 진술 당시 추 목사는 자신이 이미 15년간 막역한 관계를 맺고 있어 크고 작은 일에 서로 연락하는 사이라고 했지만, 내가 그저 확인하기에도 교수와의 통화 내용을 묻기 위해 통화했던 녹취록의 내용을 보았을 때, 그건 15년간 막역하게 지내온 사이의 말투는 분명히 아니었다.
그런 반장 목사가 증인석에 앉았고 검사의 증인 심문이 시작됐다. 기본적으로 원래부터 교수와는 모르는 사이었느냐는 사실 확인을 건너뛰어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자 확실히 이전의 총무 목사가 보인 태도와는 약간 다른 답변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 : 이 사건 관련해서 증인이 출석한 이유가 피고인과 피해자 추 목사 사이에 주택 관련된 문제가 얽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던 것이지요.
답 : 예.
문 : 피고인이 2020년 4월 8일 ‘피해자가 500만 원짜리 마블 돌을 가져다 버렸고, 이사 갈 때 이를 변상하지 않고 가버렸다. 면직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이 사안을 조사를 해달라’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이런 것을 들은 적이 있나요?
이제는 검사조차도 그저 면직을 시켜달라고 우긴 것이 아니라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상식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답 : 예.
문 : 그때 당시 경위나 상황이 어떻게 된 건가요? 아까 증인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잖아요?
답 : 예.
문 : 그 당시 상황을 간략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답 : 전화가 와서 말씀을 하시길래 제가 ‘알아보겠다.’라고 추 목사한테 전화해서 그 상황에 대해서 제가 ‘이렇게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문 : 증인 입장에서는 증인은 피고인도 모르고 알지 못하는 사이이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마블 돌 500만 원짜리를 가져가 버렸고, 이사하는데 변상도 안 하고 가서 면직해야 한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데, 내용도 잘 몰랐을 것 같은데...
검사가 앞서 한 질문이 상식으로 돌아왔다고 한 내 착각이 깨졌다. 그는 그저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과연 정말로 앞서 제대로 상식적인 질문을 했던 것처럼 강 변호사의 설명을 인정하고 김 교수가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고 전화를 했던 것이라고 인지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 다시 말한 것처럼 추 목사가 명예훼손으로 우기는 것처럼 생각하는지조차 확인이 안 되었다.
아마도 그는 혼란을 빙자하여 정말 그저 기계적인 공판을 위한 검사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기소를 성립시켜 인사고과에 흠집이 나지 않기 위해 그저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답 : 그렇지요. 그래서 제가 ‘확인해보겠다.’고 얘기를 하고 추 목사랑 통화를 했습니다.
문 : 그다음에 통화를 한 것인가요?
답 : 예.
문 :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서 ‘사기성이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신학을 가르칠 수 있느냐?’고 얘기하고 ‘면직시켜야 하니까 면직을 해달라’이렇게도 얘기를 했었나요, 그때 통화하면서?
다시 억지스럽게 끌고 온 이야기로 주장이 선회했다. 교수와 강 변호사가 조건반사처럼 미간을 동시에 찌푸렸지만 검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답 : 비슷하게 얘기했던 것 같아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문 : 정확한 워딩까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이런 취지로 들은 기억이 있다는 건가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비슷하게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다.’는 법정에서의 증인 심문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공판검사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총무 목사의 뻘짓을 한번 경험하고 난 터라 어떻게 해서든 비슷하게 답변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결심하고 다시 제대로 증언다운 증언을 만들어보겠다며 나섰다.
답 : 그때 얘기하기를 ‘제가 마음대로 면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교회도 교회법이 있기 때문에 재판국이 열려야 하고 그것도 1차, 2차, 3차로 해서 결정되는 사항이어서 그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시찰회 가장 밑에 있는 서기 목사이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얘기하고요. 그 상황에 대해서는 제가 면직시킬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렇게 얘기했었어요.
문 : 증인은 피고인과 통화를 끊고 피해자와 통화를 했다는 것이고 사정 파악을 위해서.
답 : 예.
결국 하나마나한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뭔가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훼이크까지는 억지로 모양을 만들어 증인의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는 것처럼 가시효과를 얻기 위한 검사의 몸부림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물론이거니와 판사가 아무리 수많은 재판 건수로 일이 밀려버린 상태의 직장인이라고 할지언정 그렇게 바보는 아니었다.
문 : 피고인이 며칠 있다가 2020년 4월 13일에 또 전화해서 비슷한 취지, 방금 ‘돌을 가져가 버렸고 변상을 안 했고, 면직해야 한다. 사기성이 있다.’이런 내용으로 다시 통화한 적이 있나요?
상식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똑같은 이야기를 왜 전화해서 반복했느냐는 개연성에 대한 근거나 설명 없이 그저 추 목사의 주장과 경찰이 받아쓰기한 내용을 공판 검사는 다시 그대로 낭독하는 짓거리를 자행하고 말았다.
반장 목사도 그 우스꽝스러운 그저 수긍하는 것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가다듬었다.
답 : 통화는 했던 것 같아요. 무슨 내용인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전화가 다시 또 왔던...
문 : 다시 전화가 왔었나요?
공판검사는 자기가 그렇게 방금 묻고 그것을 전제로 이야기해놓고 다시 전화가 또 왔던 것 같기는 하다는 말을 중간에 자르며 대단한 사실이 나온 것인 양 발연기까지 시연하며 몸부림을 쳤다.
답 : 예.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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