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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75

아동학대 그 세 번째 수사(아동학대 특별수사팀) - 4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254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피의자에게 그런 얘기를 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일은....”


그녀는 경찰들이 흔히 말하는 자기네들은 돈을 받아주거나 민사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수사하는 기관이라는 설명을 하면서 적당히 교수의 진의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김 교수 역시 어쭙잖게 그녀를 통해 그 후안무치하고 어지간한 칼부림으로 피를 보지 않는 이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리 만무한 그 목사에게 딜을 제안해달라고 말한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하고 싶었다.


“장 경위!”

“네?”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요. 나는 지금 이 이야기를 그 사이비 목사에게 전달해달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에요.”

“네? 그러면 누구에게....? 아!”


장 경위가 질문을 던져놓고 몇 초 지나지 않아 탄식음을 토해냈다. 그녀의 탄식음이 교수의 의도를 제대로 읽은 것이라고 교수는 이해했다.


“그럼....”


“네. 혹시 지금 이 일로 인해서 평생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경찰이라고 가족들에게 여겨졌을, 이제 정년을 앞둔 재수사를 왜곡한 팀장을 비롯해서 이제 경사이면서도 키워야 할 아이가 한참 어린 그 초동 수사관이 이 일이 불거져 불명예스럽게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아니 정말로 그러긴 싫지만 만에 하나 끝장을 보게 되어 직무유기죄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경찰 조직에서 누군가 그 개망신을 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게 되면 그 사람들은 이제까지 안일하게 살아왔던 책임을 아주 혹독하게 지게 될 거란 말이에요.”

“그거야...”


사실 교수에게 사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실제로 진정서의 형태이긴 하지만 재수사 과정에서 정서적 학대라고 사건을 축소한 팀장에 대한 수사와 징계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험상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녀 역시 껄그럽게 여기고 있던 참이었다. 누군가 자기 조직의 동료인 경찰의 옷을 벗길 수 있는 칼을 들고 망나니의 심정으로 목을 베어야만 한다면 최대한은 경찰에서 늘 했던 방식대로 그 사실을 덮고 내부 징계니 하는 식으로 덮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교수의 기세라면, 아니 그가 가지고 있는 명확한 증거와 지적으로 형사적인 책임을 묻게 된다면 지금 교수가 말하는 내용은 결코 협박이나 블러핑이 아닌 사실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현재 이 사건의 담당자인 자신이 그들의 목을 치기 위해 큰 칼에 막걸리를 뿜어야 하는 망나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꿈에서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사건을 또다시 덮거나 뭉개려 들면 들수록 지금 장 경위가 본 것처럼 연루되어 형사처벌의 위기에 몰리는 경찰들만 더 많아질 뿐인 겁니다.”


“으음...”


자신이 순경에서 경위까지 올라오는 동안, 그 쉽지 않은 승진의 길에서 보아왔던 혹은 눈감아왔던 현실들이 교수의 아주 짧은 그 일침 한 마디에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흘러갔다. 자신 역시 경찰이고 양심에 맞게 이제까지 살아왔던 아이 엄마라고 여기고 속이고, 모른척했던 모습들이 그의 일침에 하나씩 하나씩 보푸라기처럼 일어났다.


“내가 대단하게 경찰 조직을 바꾸거나 이번 일로 경찰 조직이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날 거라는 기대 따위는 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연루된 이 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을 지게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만약 처음 초동 수사를 했던 수사관이 제대로 아동학대나 재물손괴에 대해 인정했다면 지금 이렇게까지 일이 불거질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건...”


교수의 말이 맞았다. 만약 초동 수사관이 제대로만 처리했어도 정년을 앞둔 중양 경찰서 여청과 과장이나 여청과 강력팀 팀장이 나서서 사건을 왜곡하고 조작할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터였다. 시작은 경제팀에 있던 그 어리석은 자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향응을 받으며 그 사건을 덮었는지 몰라도 그 시작이 문제였다. 심지어 그 바보 같은 놈은 자신이 직접 쓴 수사결과 통지서에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 모두 인정된다고까지 썼다.


차라리 그러한 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증거 불충분도 아니고 모두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쓰며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그가 이제까지 이런 교수를 만나 큰 코를 다칠 일이 전혀 없이 뒷돈을 챙기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경찰 경력을 쌓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한 행위는 언제도 뒤탈이 난다는 것을 그는 전혀 의식하지 않은 것이다. 장 경위는 교수의 지적처럼 그 잘못된 첫 단추를 끼우기 시작한 것이 모든 일이 틀어지게 된 계기였다.


그러나 교수가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장 경위도 설명을 듣고 객관적인 서류들을 검토하면서 경찰청 본청의 감찰과와 서울경찰청의 감찰부서에서 그리고 수사이의부서에서 했던 행태들을 모두 일람하였다. 거기까지 일이 퍼지니 장 경위도 할 말이 없었다. 누군가는 바로잡았어야 했다. 분명히 초동 수사관의 잘못이었고, 그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았으면 끝났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단순한 사실관계의 조사에 의거한 잘못된 사람의 징계와 제대로 수사가 바로잡히지 않았던 것에 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사이비 목사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했어야 옳았다. 그렇지만 경찰은 그것을 덮고 왜곡하고 비틀고 어떻게 해서든 사실이 커지지 않게 어떤 식으로든 틀어막았다.


분명히 잘못된 일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잘못된 것을 그들이 모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녀 역시 지금 모든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파악했지만, 어떻게 해서든 입건 자체를 해서는 안된다고 상관에게 명령 아닌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입건’이란 담당 수사관이 고소나 고발로 들어온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사건화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경찰의 데이터 시스템에 올라가고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내야 한다. 그런데 그냥 뭉개기엔 이번만 세 번째 정식 수사인 셈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자신의 양심적인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만약 자신이 상관이 말대로 이 사건을 뭉갰다가 교수의 데스노트에 자신의 이름이 하나 더 추가되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을까 봐 겁이 나는 것 따위는 결코 아니었다.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갑자기 목사라는 아버지에게 물건처럼 들려 나와 겁에 질려 비명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던 그 여자아기를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던 그날이 기억났던 것이다.


“내가 초동 수사관이나 재수사를 하며 사건을 왜곡하고 은폐하려고 했던 팀장을 직무유기죄로 고소하지 않고 아동학대 부분만을 지금 특별수사팀에 다시 재수사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사실 그 두 경찰을 비롯해서 나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명예훼손이 성립된다면 검찰에 송치했던 그 쓰레기 같은 경찰들이 결국 그 몇몇이 아니라 지금 우리 도처에 깔려 있는, 장 경위와 매일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 동료라고 하는 이들의 민낯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직무유기로 처벌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면 이제까지의 방식처럼 그들이 여유 있게 느기작거리며 아무런 겁날 것이 없으니 법대로 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들은 이런 행태를 계속해오면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으음....”


섣불리 교수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실 그녀 자신도 여러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작게든 크게든 어떤 식으로든 그렇게 범죄행위를 눈감아주는 일에 동조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할 수 없었다. 당장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아니라고 자위했고, 이 정도를 무혐의 처분해서 무마시켜주는 것이 범죄를 눈감아주거나 경찰로서의 양심에 위배되는 행위까지는 아니라고, 다들 이 정도는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간다고 여겼고 위의 선배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게 서류를 만들라고 하면 그렇게 만들면서 올라온 ‘경위’ 자리였다.


“그들에게 지금 이 상황이 그들에게는 위협적이지 않겠지만, 만약 수사가 진행되고 그것 때문에 그들이 불명예스럽게 경찰옷을 벗을 정도의 징계를 받아야 하거나 직무유기가 성립되어 법정에 서야 하고 그것 때문에 경찰옷을 벗어야 할 정도가 된다면 그들이 지금 취하고 싶은 행동은 무엇일까요? 과거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걸 다 물리고 사실대로 있었던 일 그대로 처리하고 자신들이 그런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빌고 또 빌지 않을까요?”

“...”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입장이 자신이 처한 것만 같아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대놓고 해당 경찰들에게 그런 말을 하거나 제안을 할 수는 없겠지만, 교수님이 어떤 의도에서 지금이라도 피의자인 목사가 백배사죄하고 보상하면 고소와 고발에서 한 발 물러서시겠다고 말씀하시는지에 대한 진의는 충분히 파악했습니다.”


“네. 그러면 됐습니다. 그러면 장 경위를 믿고 내가 기다려보기로 하지요.”


“네. 제가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이제까지 이 사건이 터지고 수많은 경찰들과 통화하고 만나왔지만, 경찰이라는 자신의 신분에 한 점 부끄럼 없는, 내가 보기에도 참 이런 사람이 진정한 경찰이고 민중의 지팡이구나,라고 인정할만한 양심적인 경찰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내가 짧지 않은 세월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양심적인 경찰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건, 내가 운이 없었다고 설명하기엔 좀 구차한 현실 아닐까요?”


“후우! 무슨 말씀이신지 그것도 알아들었습니다.”


“네. 장 경위가 내가 처음으로 만난 양심적인 경찰이길 바라고 또 바라겠습니다.”


“네. 부족하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아주 긴 통화가 끝났고, 열흘이 지났을 무렵 그녀의 저장된 사무실 전화번호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입건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간단한 사건 수사의 시작조차 그토록 어렵게 어렵게 매듭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즈음에 중양서 강력계에서 역시 메시지가 도착하였다.


재물손괴죄에 대한 부분, 기소의견으로 북부지검에 송치하였습니다. 공식적인 문건은 우편으로 다시 도착할 예정입니다.


김 교수는 연이은 메시지를 확인하며 그나마 처음 초동 수사관이 모두 무혐의 처분했던 부분에 대해 하나는 명확하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까지 송치되었고, 또 하나는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의 수사관이 입건할 정도로 사건화할 부분이라는 점을 확인받았으니 뒤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세상은 교수의 생각처럼 정상적이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에 특설된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의 장 경위에게서는 두 달이 넘도록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일반 경찰서에서도 두 달을 넘기면 사건을 지체한다고 일정 기간을 넘겨서는 안 되는 기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소위 사건을 조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특별수사팀에서 두 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다는 것은 희소식이라고 간주하고 막연하게 기다리기에는 그간 겪은 고초가 너무도 심했다.

김 교수는 아동학대 특별 수사팀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동학대 특별 수사팀 강 경사입니다.”

“네. 장 경위님 자리에 안 계신가요?”


분명히 그녀와 통화했던 직통 전화번호인데 강 경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젊은 여자 경찰의 목소리를 들으며 김 교수가 적잖이 당혹스러움에 바로 그녀를 찾았다.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죠?”


조심스럽게 젊고 남성스럽게 시원시원한 듯한 여자 경찰의 목소리가 의구심의 질문을 던졌다.


“아동학대 사건으로 고발한 고발인인데요. 사건이 입건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가 두 달이 넘었는데 여태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요.”


“아, 그러셨군요. 죄송하지만, 장 경위님은 보직을 옮기셨습니다.”


“네? 특별수사팀에 배정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인사이동을 하죠? 정기 인사이동 기간도 아니잖아요?”


김 교수가 자신도 모르게 발끈하며 자신도 경찰 내부의 인사 시즌 정도는 알고 있는데 그런 식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핑계 따위 대지 말라는 듯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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