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청 수사 심의와 감찰의 실상 - 5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305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2주가 지나고 소 경사의 이름으로 교수에게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다.
수사심의조사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해당 수사 심의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사건을 종결한다는 점을 고지해드리는 바입니다.
어이가 없어 종이를 찢어버리려던 찰나, 경찰청 본청의 감찰계에 제기했던 민원에 대해 김 경감이라는 젊은 경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여긴 경찰청 본청 감찰계의 김 진영 경감이라고 합니다. 중양서에서 아동학대 관련 수사를 인지하지 않고 처리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민원주신 선생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만, 감찰 결과가 나왔나요?”
“네. 그래서 먼저 연락드렸습니다.”
서울경찰청과는 달리 기존에 본청의 여청과 경감이 그나마 상식적인 이해를 통해 사건을 재수사하는 데까지 연결해준 경험이 있어 본청은 서울청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교수에게는 약간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네. 말씀하시죠.”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형사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행위시법이 적용이 되잖아요?”
젊은 경감은 본청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이 흘러넘치듯 형사법의 전문용어를 들먹이며 교수에게 뭔가 설명하려고 들었다. 교수는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지만 일단 그의 설명을 경청하기로 했다.
“네. 그렇죠.”
“행위시라는 건, 결국 수사 당시에 수사관이 이 사안에 대해 과연 이 부분까지도 추가 범죄 혐의가 되어서 이걸 가지고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보이는 어떤 정황 같은 것이 없지 않았는가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말을 질질 끌고 억지스럽게 말을 맞춰가고 있었지만 그의 설명은 중양서의 초동수사를 진행한 이 경사가 협박죄와 모욕죄 등을 수사할 때 아이를 던지려는 행위에 대해서 아동학대로 인지할 수 없었다는 서울경찰청의 여자 경위가 했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기적의 논리를 그들은 동일하게 펼치고 있었다. 교수는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다시 물었다.
“그게 지금 말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제가 다시 여쭤봅니다.”
“네에”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는 추후에 그 모든 사안을 검토한 김 경감도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가 있었던 것은 초동 수사를 한 이 경사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서에 썼다. 그건 인정합니까?”
“아, 저는 초동 수사관이 인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니 뭘 인지하기 어렵다는 거죠?”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서요.”
“아동학대 말고, 저는 지금 아동학대라는 말 입에 담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를 던지려고 했던 행위에 대해서 인지한 것은 맞다고 인정하시느냐고 물었습니다. 맞다? 틀리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인지하기 어렵다,라고 판단을 내린 겁니다.”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를 인지하기가 어렵다?”
“이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일단은 선생님의 진술이 있었고, 이 진술을 토대로 피고소인을 조사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요?”
“그죠? 피고소인이 이런 행위 자체에 대한 어떤 진술이 반박하게 되면 어떤 걸 확인해야 되죠?”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거짓을 꾸며내고 덮으려 하니 똑똑한 척하는 경감의 말이 외계어 문법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색해졌다.
“뭐라구요?”
“주장이 상반되는 거 아닙니까?”
“얘기 잘하셨어요. 주장이 상반될 경우에... 질문 잘하셨어요. 질문하셨으니 저도 단답식으로 예, 아니오로 대답하실 수 있는 질문을 좀 하겠습니다.”
“아니 뭐 예스 노 말고 길게 답할 수도 있는 거지요, 뭐.”
“아니. 그게 깔끔하니까. 고소인이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고소를 했어요.”
“네.”
“만에 하나 피고소인이 나는 던지려고 하지 않았다고 우긴다면 고소인이 녹취도 있고 증인으로 성인 7명이 현장에 있었다.”
“네에.”
“그러면 증인조사를 하든 아니면 녹취를 제출하라고 하든 대질심문을 하라고 하든 사실관계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사실관계에 불일치하고 서로의 주장이 너무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확인하고 조사하고 수사해야 하는 게 담당 수사관의 임무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예. 그런데,...”
“제출하신 녹취록이 있지 않습니까?”
아마도 경감은 위에서 사건을 덮으라고 할 때 중양서의 이 경사가 받았던 욕설을 하는 모욕죄에 대한 녹취를 제출한 것을 그 증거라고 착각한 듯 당연하게 말했다.
“아니요. 없어요.”
“아, 녹취를 전혀 제출한 적이 없으세요?”
당황하며 김 경감이 물었다.
“아니요. 하나 제출했습니다. 저주의 기도를 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한 모욕 혐의를 입증하라고 해서 그 부분에 대한 녹취파일을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그걸 제출하면서 이메일에 뭐라고 보냈냐 하면 아이를 던지려고 한 정황에 대한 녹취는 다른 노트북에 저장이 되어 있어 지금 찾지 못하였습니다. 일단 저주의 기도를 녹취한 부분을 보냅니다. 그렇게 이메일에 작성한 기록이 있어요. 그래서 공영방송의 기자가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중양서에 연락을 했답니다. 그랬더니 수사과장이 이 경사를 불러놓고 스피커폰을 켜고 통화를 하면서 뭐라고 얘기를 하냐 하면 ‘우리는 이미 녹취를 확인했는데, 그 녹취에는 아이를 던지려고 한 정황이 전혀 없었다.’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김 경감도 어차피 현직 경찰이잖아요?”
“예.”
“아까 말한 것처럼 서로의 주장이 다른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네?”
“지금 김 경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어요. 녹취를 냈는데 그런 부분이 확인이 안 되었다고.”
“아니 이 경사가 받아서 확인한 부분에는 없었다는 거죠.”
“얘기 잘하셨어요. 이 경사가 확인을 했다는 부분이 내가 만약 애매모호하게 증거를 설명했거나 보냈으면 어쩔 수 없고 지금 우리가 이렇게 쓸데없는 논의를 하는 게 말이 돼요. 그런데 이메일을 보내면서 문서로 명확하게 명시적으로, ‘이 녹취는 아이를 던지는 증거가 아니라 저주의 기도를 한 부분에 대한 녹취이고 아이를 던지려고 한 부분에 대한 녹취 파일은 별도로 있다.’라고 했단 말입니다. 그렇게 적었어요.”
“그렇게 적을 수도 있겠죠.”
“적을 수도 있겠죠가 아니죠. 이메일은 문서로 적는 거고 문서는 명확하게 그 내용이 남아 있단 말입니다.”
“아니 녹취파일이라면서요?”
“아니, 파일을 첨부하면서 그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넣었다구요! ‘지금 보내는 파일은 저주의 기도를 한 부분뿐인데 만약에 아이를 던지려는 행위에 대해서 피의자가 부정하거나 거짓말을 할 경우에는 연락 주시면 찾아서 해당 파일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그랬더니 전화를 걸어와서 한다는 말이 ‘절대 다른 증거는 내실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한 겁니다.”
“예”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둘 중의 하나잖아요! 아동학대건으로 입건해서 재수사를 했던 여청과 안 경위랑 그렇게 얘기를 해요. ‘수사를 담당했던 이 경사도 그렇고 제가 지금 수사기록을 살펴보니 피의자의 진술도 그렇고, 아이를 던지려고 했던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고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으니 따로 녹취나 증거를 내실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얘기를 해요. 그 대화들의 녹취가 다 있으니까 그 내용을 종합해서 보면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는 초동수사를 했던 이 경사부터 마지막에 아동학대를 수사한 안 경위까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사실관계에 대해 다투는 자들이 없다라고 정리를 해준 거란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따로 증거를 낼 필요가 없다고.”
“예에”
“그런데 그 사안에 대해 검토를 한 경찰청 본청의 김 경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를 수 있습니다. 몰랐을 것 같습니다. 이게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거죠?”
“저두 이 서류를 검토하면서 해당 수사관들하고도 다 확인을 했어요. 했는데, 저한테 제가 확인을 한 바로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인지하기 어려웠겠구나라고 제가 판단을 한 겁니다.”
경감은 교묘하게 증인들에 해당하는 담당 수사관들이 그 사실을 부인했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들과의 대화 녹취를 교수가 들이밀 것이 빤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인지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판단한 근거가 뭐냐구요?”
슬슬 흥분하기 시작한 교수가 다시 물었다.
“아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아니 이 진술이 진술만 있었다고 해서 그 행위를 특정하기 어렵고 이게 협박죄에 대해 관련된 고소 사안에 대해서 어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를 던지려고 했던 현직 목사의 아동학대 행위에 대해서 경찰청에서 세 번이나 조사를 했는데 증거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에 대한 범죄행위와 수사 부정을 덮으려고 했다.라고 해서 보도가 나가도 김 경감을 포함해서 상관없다고 봐도 된다는 라는 거죠?”
교수의 말이 딱딱하게 빨라졌다.
“아니죠. 저는 어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잘못된 부분이 보도가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그때 가서 하시든지...”
“아니, 그러면...”
“지금 녹취를 방송사 기자에게 넘겼어요. 그리고 고발 프로그램 피디들에게도 보냈고, 집 근처에서 당시 비추고 있던 cctv에 대한 부분도 복구를 하고 있는 중이구요.”
교수가 경감의 반응을 보며 강한 압박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예.”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 이게 세 번째란 말입니다. 처음에 하고 서울청의 김 경위라는 여자 경찰이 이 부분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면서 녹취 중이라고 밝혔음에도 뻔뻔하게 ‘협박죄로 고소를 하셨기 때문에 아동학대를 인지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했단 말입니다. 그러면서 자기 입으로 인정을 다 했어요. ‘아이를 던지려고 했던 행위는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그 녹취 보내드렸는데 들으셨죠?”
“어떤 녹취를 보내주셨죠, 저한테?”
어린 경감이 어버어버하며 말을 더듬으며 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서울청 감찰계의 여자 경위와 제가 통화하는 내용 못 들으셨나요?”
“예.”
“아, 제가 기자한테만 보낸 건 헷갈렸나 보네요.”
교수의 돌려치기 블러핑에 경감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 여자 경위가 녹취 중임을 밝혔음에도 버젓이 ‘협박죄로 고소를 했는데 어떻게 아동학대죄를 인지해서 수사하고 처벌합니까?’라고 소리를 쳤어요. 그 녹취도 기자에게 모두 넘겼어요. 그런데 김 경감이 보낸 보고서 내용에 뭐라고 김 경감이 썼냐 하면 ‘여자 경위가 민원을 부당하게 처리했다는 사안은 확인되지 않아 불문조치하였습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저한테 한 번도 그 여자 경위가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거냐고 묻지 않았잖아요? 문건에 나는 명확하게 적었어요. 김 경위가 전화통화에서 뭐라고 얘기했는지.”
“네.”
“그러면 저한테 그냥 물어보면 되는 거예요. 혹시 지금 이렇게 주장하시는 내용이 녹취라던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냐라던가, 여자 경위에게 조사를 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맞냐? 아니라고 하면 나한테 묻던가 증거가 있냐고 물었어야 맞는 거라는 거죠. 아닌가요?”
“그러니까 저도 이 사건을 최초 서울청에서 조사했지 않습니까? 그 서울청의 여자 경위에게도 전화해서 다 물어보고 얘기를 나눴어요. 이렇게 결과를 낸 거에 대해서 어떤 부분에 대해서 아니었다는 거에 대해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아니 지금 대명사를 몇 번이나 쓰면서 말을 얼버무리는 겁니까?”
“아니, 하하! 그러니까 이해를 못 하셨구나, 제가 다시 한번 설명을 드릴게요.”
그는 뭐가 즐거운지 실실 웃음까지 흘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원래 조사를 먼저 했던 서울청의 여자 경위가 다 했던 거 아닙니까?”
“그런데요?”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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