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청 수사 심의와 감찰의 실상 - 4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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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그렇게 인정된다고 하면 저희도 재심의로 가거나 재수사를 진행하게 되거든요.”
말만 번드르르한 그놈의 수사심의위원회인가가 나올 타이밍임을 누적된 경험으로 교수도 감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드릴 테니까...”
‘해 드려?’
거기서 다시 욱하는 뜨겁고 거친 무언가가 교수의 속에서 치받쳐 올라와 말문을 막았다.
“그러면 그렇게 면피해서 심의위원이랍시고 민간위원까지 포함해서 제대로 자료도 보지 않고 경찰들이 한 것에 대해서 밥 먹고 그날 술 마시고 형님 동생 하면서 회식자리를 갖는 그걸 말하는 건가요? 그리고 소 경사는 그 뒤에 숨겠다는 거구요?”
“아니, 그게 아니라...”
“소 경사가 저와 통화를 하면서 말씀을 들어보니까 ‘제가 놓친 게 많네요.’이런 말 자체가 나왔다는 건 심의위원회에 넘겨서 될 부분이 아니라 사실관계 조사와 수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는 말이 아니었던가요? 자신이 자신의 입으로 ‘제가 수사하고 조사했어야 할 부분들인데 지금 민원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들어보니 제가 놓친 부분이 많네요.’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뻔뻔하게 그걸 다시 조사하거나 재조사한다고 말하지 않고, 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을 받으면 될 거 아니냐면서 나한테 지금 문건으로 자료를 내라는 거죠? 자기가 일하기가 싫다는 티를 너무 내는 건가요? 정상이라면! ‘제가 다시 수사하고 조사해서 재심의를 올리던 재조사를 해서 결과를 다시 내겠습니다.’라고 해야 맞는 거 아닌가요?”
“선생님께서 자료 보내주시면 어차피 제가 다 읽고 심의 위원들에게 배포되기 전에 제가 다 자료에 철해서 넣어드리니까요.”
“하아!”
교수는 정말로 그저 벽에다가 대고 혼잣말을 하는 느낌에 좌절의 한숨을 내리 쉬었다.
이 여자애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안하고의 차원이 아니라 그저 진상 민원인을 대하는 업무의 일환이고 그저 이 순간만 적당히 면하고 전화를 끊으면 다시 커피를 마시로 가거나 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친다는 이유로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오면 그저 잊어버리고 말일이라고 여길 것이 뻔했다.
“어차피 저도 다 보는 거니까 보내주시면....”
“내가 지금 소 경사가 내가 보낸 자료를 보지 않을까 봐 이렇게 에너지 쏟아가면서 설명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나요, 정말로?”
“아니면 그냥 자료를 보내주시면 되잖아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속적인 안정된 톤으로 똑같은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교수의 심장이 아릴 정도로 표창으로 던지고 칼로 던지고 활로 쏴댔다.
“그런데 그 절차라는 것은 수사심의조사위원회에 가는 것을 정리해 주는 거고, 지금 담당 수사관은 소 경사잖아요. 그러면 자신의 수사에 놓친 게 있다고 지금 나랑 통화를 하면서 인정을 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걸 그냥 넘기자는 소리를 하냐구요! 녹취 중이니까 대답 잘해주세요.”
“저는 필요한 자료들은 검토했고 확인할 부분들은 다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 얘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들으면서 자신이 모르고 놓쳤던 부분이 많다고 인정까지 다 해놓고 나서도 지금 그냥 수사심의위원회에 올려줄 테니까 불만이라면 문건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자료 정리해서 내라, 그것뿐인 거잖아요. 그쵸?”
“그런 거죠.”
“그래서 본인은 자신이 할 거 다 했고, 이렇게 인정하더라도 달라질 거 없으니까 위에 올리겠다는 말인 거잖아요, 그쵸?”
“그렇게 이해를 잘하시면 제가 더 이상 설명을 드릴 부분이 없으세요.”
누구에게 무슨 존댓말을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를 그녀의 뻔뻔하고 그 나이 또래의 황당할 정도의 후안무치가 교수의 숨이 턱턱 막히도록 목을 조여댔다.
“아니 그게 맞냐고 확인하는 거예요. 둘 중의 하나일 거잖아요. 본인이 그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지 아니면 얘기를 들어보니까 제가 간과하거나 놓친 부분이 있었네요. 그러니까 제가 다시 검토하고 재수사 혹은 재조사를 할 시간을 주시면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인지. 이건 완전 다른 얘기란 말이에요.”
“저는 제가 기록을 보고 제가 판단할 부분은 모두 판단했습니다.”
허술하기 그지없는 논리에 엉성한 말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당당한 커리어 우먼다운 여경이라는 착각에 온전히 빠져 있는 어린애 그 자체였다.
“지금 이런 대화를 다 나누고 나서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어요?”
“......”
“지금 우리가 얘기 나눈 바에 의하면, 아이를 던지려고 했던 상황에 대해서 그냥 여청과의 재수사 기록만 보고, 아니, 여청과의 기록을 본 이유도 사실 참고하려고 본 거잖아요.”
“예. 그런데요?”
그녀는 뭐가 문제가 되냐는 식으로 대답을 또박또박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나한테는 사실관계 확인을 한 번도 안 하셨잖아요?”
“저희는...”
“나는 조사대상이 아니라 내가 직접 민원을 제기한 고소인이잖아요! 이 사람들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찌른 사람 아니냐구요!”
“......”
“그러면 상식적으로 이 사람의 민원을 받고 이게 맞는지 안 맞는지를 조사하려면 수사 심의를 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근거에서 이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 왜 이렇게 서류와는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지 더더욱 그 갭이 크다면 민원인, 고소인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수사 심의라는 게 되는 거 아니냐구요! 서울경찰청의 수사 심의는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인계받은 사건상 기록상으로 보면, 임 조사관님이 통화한 내용이나 저에게 전해주신 내용, 그리고 선생님이 서류로 국민신문고를 통해서 제출해주신 서류들을 검토해보면, 그 신청서나 자료들이 다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신청인에게 따로 제가 연락을 안 하고, 지금 그 수사기록이나 참고자료들을 참고해서 지금 수사 심의 결과를 보내드린 부분이에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제가 빠뜨렸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라던지 제가 놓쳤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라고 하시면...”
“아니, 이봐요. 내가 처음서부터 얘기했지만, 그 얘기 내가 다 할 거예요. 그리고 내가 방송 분량 뽑겠다고 내가 양심선언을 최소한 할 수 있냐고 녹취 중이라는 것을 고지해드리고 여쭤보는 거예요. 그래도 한 사람의 양심적인 경찰이라도 있다면 자신이 있는 조직에서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려는 이러한 조작행위가 일어났었는데 자신이 조직을 뒤집는 것까지는 못하더라도 고소인 당사자와의 대화중에 솔직히 자신이 수사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조사를 해보니 이건 정말로 문제가 심각하더라, 라던가 하는 양심 고백을 할 기회를 드리는 거라구요.”
“...”
“본인이 수사 심의계의 담당 조사관으로서 정말로 이게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그런 거라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만한 부분이 있다는 부분을 인정할 수 없겠느냐구요?”
교수의 질문이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에게 진실을 인정하겠느냐고까지 턱밑에 닿아버렸다.
“저는 제가 수사결과 기록 등을 봤었을 때는 제가 본 기록들이나 제가 한 판단에 변함없어요.”
“지금 내 설명 들었잖아요. 아이를 던지려고 했다는 것에 대한 녹취를 제공하겠다고 초동 수사관에게도 했었고, 재수사를 했던 여청과 팀장에게까지 내겠다고 했더니 이 사람들이 갖은 이유를 대면서 그 증거까지는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그랬잖아요.”
“......”
구체적인 증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가 가만히 숨만 색색거리며 대답을 아꼈다.
“그렇게 말했다고. 그런데 그 이유가, 아니, 나중에 여청과 팀장이라는 노련한 경위가 그렇게 말했다구요. 초동수사 기록부터가 수사관은 물론이고 피의자도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지 않으니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그래서 지금 통화 시작하면서 말했잖아요! 만약 정말로 소 경사가 양심이 있는 경찰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나와 전화를 끊고 나서 중양서 여청과 팀장인 그 노련한 경위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가 그 대화를 녹취한 게 있다고 말해주고 직접 물어보라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 그거 하나만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확인하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바로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왜 그걸 안 하겠다고 버티냐구요!”
“......”
“왜냐하면 아까 소 경사가 그랬잖아요. 재수사를 한 여청과 팀장의 수사보고서에 보면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
집요하기도 했지만, 빠져나갈 틈이 없게 몰아치는 교수의 연이은 질문에 그녀가 숨만 색색거리며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시 교수가 그녀의 대답을 채근했다.
“만약에 나와 전화를 끊은 다음에 본인이 참고했다는 중양서 여청과 경위의 그 수사보고서의 기록 말고 지금 내게 들었다는 내가 녹취했다는 그 내용을 근거로 그 사람에게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하나요? 아니면 그게 진실로 밝혀지면 모두가 곤란해지는 난장판이 되어버리는 것이 두려운 건가요?”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고 계신 부분이나 선생님의 의견이 있으시면 의견서를 써서 제출을 해주세요. 그러면 수사심의조사위원회에 다 붙여서 올려드릴게요.”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육두문자를 날리며 일갈을 전화기에 쏟아부을 뻔한 순간을 이를 악물고 넘겼다.
“그렇게 하시라구요. 제가 더 이상드릴 답변이 없는 것 같애요.”
그녀는 이제 자신은 도망갈 시간이라고 막을 내리고 도망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외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왠지 선선히 전화를 마무리해주려는 듯한 교수의 반응에 그녀가 바로 전화를 끊고 돌아서려는 순간 교수가 바로 이어 물었다.
“후우, 계장 자리에 있나요?”
“어어....”
“왜요?”
당황한 그녀가 말을 더듬으며 어떤 거짓말로 이 위기를 넘길지를 머리를 굴리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 잠깐 자리를 비우셨어요.”
그녀가 나오는 대로 일단 둘러대는 것을 알았지만 교수가 선선히 다시 말을 이었다.
“알겠어요. 그럼 메모 좀 남겨주세요. 자리에 돌아오는 대로 제가 전화 요청했다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계장에게서 연락을 오지 않았다.
다음 날.
다시 당돌한 소 경사에게서 연락이 아무렇지도 않게 왔다.
“여보세요. 저 서울청 수사 심의계의 소 경사입니다.”
“소 경사에게 전화를 요청한 적이 없는데요?”
교수가 심드렁하게 그녀의 인사를 튕겨내듯 물었다.
“계장님이 바쁘셔서 연락을 못 드렸다고 하셔서 저에게 무슨 용건인지 물어보라고 하셔서 전화드렸습니다.”
“뭐죠, 이 상황은?”
어제 보인 그녀의 당돌함으로 보건대 그녀가 아예 계장에게 메모 따위를 남기지도 않고 자신의 무엇을 문제 삼으려고 하는지 떠보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교수는 생각했다. 하지만 정상적이라면 계장에게 보고했고 상의하는 과정에서 어차피 또 한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던 계장이 행여 득달같은 전화가 다시 폭탄처럼 날아올 것이 두려워 정말로 기계적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넣어보라고 했을 경우도 배재할 수는 없었다.
“전화 왔으니 어제 밤새 준비한 문건을 보냈는데, 그거에 대해 몇 가지 물어봅시다.”
“네. 말씀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오전에 보내주신 진정서와 추가 진술조서도 모두 확인했습니다.”
“어제 소 경사가 말한 대로 내가 사안을 정리해서 의견서를 작성했는데 이걸 보내면 소 경사가 보고 그냥 철해서 회의에 자료로 올리는 건가요, 아니면 소 경사가 먼저 보고 그걸 검토하고 내부 회의나 검토의 결과를 회의 전에 뭔가 상의하고 회의에 상정하게 되는 건가요?”
“일단 진정서를 제출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파일 자체를 그대로 출력해서 위원들에게 배포를 하구요.”
“네. 그리구요.”
“추가 진술조사를 말씀하시는 거죠?”
“아니요. 추가 진술조사 말고 진정서가 메인이에요. 음성파일은 증거로 넣은 참고자료인 거고, 나머지는 글로 정리한 거구요. 추가 진술조서는 그것에 대한 보완자료인거구요.”
“네. 어차피 모두 자료철로 해서 위원들에게 배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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