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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Oct 07. 2021

대만에 사는 악녀 - 21

한국 시사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오다. -2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328


“예. 나한테...”

“으응.”

“그런데 이 친구가 집사람이랑 일주일에 두 번씩 언어교환을 했었어요. 내 조교 일을 하는 것과 별개로...”

“네네. 음...”

“어떻게 보면 내 집사람과 언어교환을 하는데 나랑 둘만 있는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기 어려운 거잖아요, 상식적으로.”

“네네.”

“계속 우리 가족하고 같이 보는데...”

“네네.”

“그런데 이 친구가 그날 새벽 1시 반까지 남아 있으면서 나한테 집요하게 물어본 거예요. 나한테.”

“허어.. 아!”

“제가 교수님을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데 그냥 감정이 아닌 것 같은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 이러면서 굉장히 집요하게 나를 힘들게 그랬어요.”

“어어.”

“그런데 내가 ‘그런 거 안 돼.’라고 바로 자르지를 못했어요. 이유가...”

“으음...”

“이 친구가 집사람이랑 얘기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한 거예요. 자기 우울증으로 약을 좀 오랜 기간 먹었었고, 자살 시도도 한 적이 있다고. 뭐 이런 얘기를 집사람한테 한 거예요.”

“아아.”

“그래서 내가 섣불리 뭔가 안 받아주거나 하면 돌발행동을 할 수 있다고 그런 생각에 겁이 난 거예요.”

“아아, 네.”

“하여간 그렇게 얘기를 한 게 24일부터 25일 새벽까지 그런 일이 있었던 거예요.”

“네.”

“그런데 24일부터 새벽까지였으니까 25일이잖아요. 그날 저녁 6시 반에 집 사람이 중국어 시험이 끝나서 연구실에 와서 공부하는 학생들한테 한국요리라도 해준다고 대만에 와서 처음으로 집에 학생들을 4명 초대한 거예요.”

“아, 네.”

“정말로 우리는 여기 와서 제대로 식기류도 여러 명 분이 준비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잠깐 살러 온 거라서 얘들이랑 외식만 하고 살았는데, 한국도 사실 그렇잖아요. 교수가 학생들을 자기 집에 불러서 요리를 해서 접대를 한다는 건... 굉장히 특별한 일이잖아요.”

“네. 흔하지 않은 일이죠.”

“그만큼 가깝게 여겼던 얘들인 거예요.”

“으음.”

“근데 당일 새벽에 사랑한다고 고백까지 한 이 친구한테는 나중에 난리라도 칠까 싶어서 당연히 물어봤을 거 아니에요. ‘이런 초대를 다른 학생들한테 했는데 너도 올래?’라고. 그래서 그 친구도 오겠다고 해서 결국 온 거예요. 그중에 다른 여학생도 있었는데 그 학생한테 내가 똑같이 친밀하게 대하는 걸 보고 눈이 뒤집힌 거예요, 얘가.”

“어, 에?”

“그다음 날 단오절이라고 여기 4일 연휴가 있었어요. 그런데 연휴가 끝나고 나서 갑자기 이메일을 보냈어요, 새벽 1시간 넘어서. 정신병자처럼 한국 대학에서 쓰던 이 메일, 외교대 이메일, 다음 메일, 지메일까지 내가 그동안 사용한다고 알려준 메일에는 모두 보낸 거예요. 그런데 정말로 억지 증거를 만들어서 남기려는 것처럼, ‘저는 이제까지 성희롱을 당해왔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전에도 만지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계속 만지셨습니다.’이런 걸 써넣은 거예요. 심지어는 얘가 감정적으로 욱해서 실수를 많이 하는 애예요. 24일 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제가 정신도 없고 교수님이 유도를 하는 바람에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사실은 저는 아무런 감정도 없고 유도당해서 고백한 겁니다.’라는 말까지 썼어요. 그러면 그냥 한 기자가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요. 외교대학교는 한국의 연대 정도 레벨인 학교예요. 그 지적 수준에 4학년 나이의 여학생이 교수가 ‘너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사랑하는 거야.’라고 유도한다고 해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그리고 그렇게 유도하는 건 가능합니까?”

“하하하!”

심각한 얘기임을 알면서도 여기자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내가 그 이메일 받고는 너무 놀래고, 얘가 하는 짓이 너무 기가 막혀서 집사람한테 그 이메일을 보여주면서 상의까지 했어요. ‘얘가 이런 짓을 하는데 어떻게 하지?’ 그랬더니...”

“네.”

“이 기회에 아예 무시하고 반응을 하지 말라고, 지금 연애하는 줄 알고 이렇게 하면 교수님이 또 ‘아이! 왜 이러는 거야?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왜 이래?’라고 할 것을 기대하는 거니까 아예 무반응으로 무시해버리라고. 그러면 이 기회에 자연스럽게 걔를 자를 수 있을 거라고. 아내가 조언을 해준 거예요.”

“아아”

“그래서 일절 반응을 안 했거든요? 그랬더니 학교 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하면서 위원이란 사람들이 한다는 말이, ‘이 사람은 반응을 안 한 거 보니 이 이메일의 사실을 모두 인정한 거다.’라는 식으로 공격하는 거예요. 그런데 더 웃긴 건 이 친구가 아주 바보도 아니고 머리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혼자서 하면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는 학생들 초대했던 날, 내가 잘해줬다는 학생 있잖아요. 대만이 동성애자들이 많고 특히 이 외교대학교가 동성애자들의 본부격인 곳으로 유명해요.”

“아, 네.”

“근데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여자 동성애자들이 많으면 이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목소리가 좀 크잖아요. 사회활동에 좀 더 적극적이고....”

“아, 네.”

“여기는 또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간의 결혼이 합헌이라고 발표를 해서 굉장히 시끄러웠거든요. 나라가 그래요.”

“으응.”

“내가 잘해줬던 여학생이 동성애자 중에서 남성역할을 하는 여자애를 ‘계집 여’ 자하고 영어 T를 써서 ‘女T’라고 해요. 이 학생이 아무래도 나랑 가깝게 공부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자기 얘기를 하면서 커밍아웃을 했었어요. 자기는 동성애자라고 그래서 마치 남학생처럼 굉장히 친근하게 지냈던 거예요.”

“으응.”

“심지어는 그날 한국어 낱말 맞추기 게임을 했어요. 한국어로 얘들이 설명하고 너희들이 맞추는 걸로 게임을 하자. 그런데 문제의 여학생이 너무 나대는 거예요. 그런데 동성애 여학생이 너무 자기는 재미없어하고 심드렁해하니까 제가 초대를 해놓고 한 학생만 나대고 그러니까 너무 미안하잖아요. 그래서 그 학생이 하는 짓이 얄미워서 동성애 학생 옆에 앉아서 무릎에 손을 살짝 놓고 정답을 써준 거예요. 그런데 문제의 여학생 눈에는 제가 그렇게 해주는 게 너무 친근해 보였던 모양이에요.”

“으음.”

“내가 새벽에 사랑한다고 고백까지 했는데 아무 여학생에게나 똑같이 친근하게 대해주는 거였구나. 나만 특별대우해준 게 아니구나 하고..”

“아, 네.”

“그래서 문제의 여학생이 동성애 여학생을 이간질한 거예요. ‘저 교수한테 너도 성희롱을 당한 거야. 나도 계속 그렇게 당했어.’ 이런 식으로요. 두 번째로, 동성애에서 남성 역할을 하는 애들은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크대요. ‘나는 너무 연약한데 이런 일을 당했는데 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러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거예요.”

“아아...”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지고 나서 나를 지지하고 이게 누명이라고 알고 있는 학생들이 나한테 힘내라고 연락하고 찾아오고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 친구들의 말에 따르자면 그 동성애 남자 역할을 했던 친구도 조금 저를 좋아했었나 봐요. 남자로서 뭐 그런 게 아니라 자기가 남성역할만 하다가 자기에게 잘 대해주고 자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얘기도 나누고 속 얘기도 나누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느꼈었는데, 문제의 여학생이 이간질을 하니까 자기가 처음 남자에게 가졌던 호감이 배신감으로 변한 거예요.”

“아, 음. 그렇죠.”

“하여간 그렇게 꼬였어요. 그 학생들이 너무도 소름 끼치는 게 자기들 이름으로 하는 게 문제가 될까 봐 나를 전혀 알지 못하면서 정의감을 조금만 고양시켜주면 나댈 수 있는 머리 안 좋은 남자애를 하나 골라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거예요. 걔한테, ‘인터넷으로 우리를 도와줄 수 없겠니?’라고 해서 학교 페이스북 게시판이 있대요.”

“아아...”

“그 남학생이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걔네 얘기만 듣고는, ‘나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라고 하면서 폭로랍시고 한 거예요.”

“아아! 그럼 그 남학생도 교수님 제자예요?”

“아니요. 전혀 모르는 얘예요. 그러니까 더 소름이 끼치죠. 이 여학생이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남학생을 이용한 거예요. 뒤에 숨어 있으면서 한 거예요.”

“아아!”

“그런데 그 일로 기자회견이 터지자마자 당일부터 그 육십 넘은 강사라는 혐한파 놈이 자기가 뭔가 한국에서도 존재감도 없고 자기가 연초에 썼던 혐한 기사가 폭로되면서 지원받던 것들도 끊어지고 하니까 무슨 일만 생기면 반한 감정을 이용해서 관심을 받으려고 나대는 걸로 유명한 놈이래요. 지 페이스북에 내 이름에, 사진에, 실명으로 욕설에 난리를 친 거예요. ‘서울대 수학과 교수 강석진이 10년 동안 22명의 여학생을 건드렸다는데 그놈보다 더 심한 놈이다.’ 이러고 써버린 거예요.”

“아아...”

“그런데 더 심각한 게 타이난에 시장 출마 선언한 국회의원 그 여자도 ‘관종’이라 뭔가 이슈를 찾고 있었는데, 두 달 전에, 대만에서 20대 여자 소설가애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기자회견을 하고 좀 떴었나 보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게 나오니까 덥석 물고서 난리를 친 거예요.”

“예.”

“그렇게 해버린 거예요. 그래서 아까 얘기한 것처럼, ‘페이스북에 올라온 것만으로 어떻게 국회의원이 기자회견까지 해서 국립대 교수를 공격하냐?’라고 하는데 국회의원이 기자회견까지 떠들어 대면서 푸쉬하니까 학교 측에서는 조사위원회를 열어서 무조건 나를 몰아내겠다고 나선 거예요. 심지어 뉴스에서는 피해자가 7-8명이나 된다고 하고....”

“신고한 사람은 더 없는 거죠? 그 두 명이 다라는 말씀이신 거죠?”

“네. 그래서 그 문제의 처음 글을 올린 남학생과 혐한파 강사를 고소하라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도와줘서 얼른 고소했어요. 이건 반한감정을 이용하는 아주 악질적인 방법이다.”

“아! 그 남학생과 강사를...”

“네. 그런데 오늘 그 강사 놈이 무고죄로 나를 또 고소를 했대요.”

“에이고!”

“지금 한 기자가 한 숨 쉬는 것처럼 조사가 시작되지도 그리고 완료되지도 않은 시점에 이런 짓을 하는 건 정말 심각한 범죄잖아요.”

“그렇죠. 아직 뭔가 조사하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경찰이 오늘 그래요. 자기는 학생들에게 분명히 들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학생들을 돕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고 했대요. 그런데 대만 경찰이 나한테 이렇게 얘기를 해요. 자기가 직접 조사하면서 이놈을 만나봤지만. 자기가 같은 대만 사람으로서도 미안하다고 정말 잘못된 놈이라고 이런 놈은 그냥 놔두면 안 된다고...”

“경찰이 그렇게 말해요?”

“네. 경찰이 저한테 그래요. 이런 놈은 용서해주면 안 되니까... 자기가 얼른 조서 꾸며서 검찰에 송치할 테니까 불기소받고 나시면 바로 역 무고로 고소하시라고... 여기는 ‘역무고’라는 것까지 있대요. 한국은 그렇게까지 없잖아요.”

“아, 네.”

“대만은 워낙 이런 일이 많아서 역무고도 한다네요. 그런데 하여튼 말이 길어졌는데 경찰의 말이 이 사안은 명예훼손이 맞다고... 명확하게 증거까지 모두 갖춰져 있으니까 처벌받게 하라고. 그래서 물었어요. 그 증거도 없이 기자회견까지 연 국회의원은 어떻게 할 수가 없냐고. 그랬더니 어쩔 수가 없대요. 그리고 교수님이 불기소받으면 그냥 다시 기자회견 열어서 눈물 한 번 흘리면 그걸로 끝이라고... 저는 정말로 내가 무슨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앨리스가 된 느낌이에요. 그런데 더 웃긴 건 다른 언론에서 연락이 와서는 자기네는 기사 접겠다고...”

“하하!”

“이 정도까지 당했으면 내가 외교부, 그러니까 여기 대표부에 도움을 청했을 거 아니에요. 당신네는 재외국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 증거도 없이 공격을 하는데 왜 보호해주지를 않냐고 따졌더니 부대표랑 면담을 갔더니 한다는 말이, ‘그게 교수님 개인의 문제이지 국가가 나설 문제입니까?’라고 그래요.”

“소송까지 들어가게 생겼는데요?”

“그래서 하다못해 통역이나 대표부의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거냐고 했더니 저희는 교수님을 도울 통역이나 이런 인력 자체가 없대요.”

“그러면 학교에서는 정직되신 거예요?”

“아니요. 여기 국립대잖아요. 나름 이 나라 1,2위 대학이거든요. 정말 애매하게 이렇게 얘기를 해요. 조사를 해보고 결론이 나올 때까지 수업만 배제조치를 하겠대요. 그런데 너무 웃긴 게 이제 기말고사까지 2주를 앞두고 그 사건이 터졌어요. 그런데 이 나라가 얼마나 쓰레기 나라인가를 보면, 이건 여담인데. 내가 여기에 부임해서 첫 강의에, ‘나는 좀 엄격한 편이다. 시험도 제대로 볼 거고, 나는 스탠더드대로 할 거다.’라고 했더니 내가 온 지 하루 만에 페이스북에 얘들이 내 욕을 쓰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왜요?”

“왜 그런가 물었더니 나 이전에 여기 부임해 왔던 다른 한국인 교수들은 중국어도 못하고 그러니까 그냥 대강 강의하고 다들 너희 한국어 잘한다, 잘한다 하고 점수로 하면 평균 90점 이상들을 다 줬대요.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엄격하냐... 라면서”

“아아!”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2학년 애들이 한국어를 잘 못 알아듣고 말도 잘 못하는 수준이더라구요. 그래서 강의를 할 때 어쭙잖은 영어로 설명을 하느니 얘네 모국어인 중국어로 설명할 수 있으면 설명을 해야 맞잖아요. 얘네가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배워요. 그러면 한국어로 된 본문을 읽어요. 교수가 어떻게 가르치죠? 그냥 한국어만 읽어주나요?”

“영어도 사용하면서 설명하고 그러겠죠?”

“그게 아니라, 얘네가 공부를 할 때는 자기네 모국어인 중국어로 해석을 할 거 아니에요.”

“아, 네 그렇죠, 그렇죠.”

“‘너희들이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하니까 번역을 시키면 모국어임에도 이상한 중국어가 되어버리더라. 너희들이 한국어로만 이걸 읽으면 내가 너희가 정말로 이해했는지 안 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으니까 중국어로 다 해석해와라.’라고 했더니 얘들이 욕을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우리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숙제를 시키냐? 뭐 이런 건가요?”

“어떻게 외국인이 우리 중국어를 교정한다는 거냐? 이런 식의 어이없는 반발을 하기 시작한 거죠.”

“아아...”

“뭐 방금 한 기자가 말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지들이 바쁜데 이런 숙제를 왜 내는 거냐는 것도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그렇게 가르치겠다고 한 거예요.”

“네네.”

“그런데 이 일이 터지자마자 공산당 나라도 아니라면서 2학년 얘들이 주동이 되어서는, ‘이 사람은 교수로서 부적임 교수다.’라고 하면서 연판장을 돌리면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얘네한테는 사실 그게 필사적인 거였어요. 왜냐하면 이미 치러진 중간고사에서 절반 이상이 과락 수준의 성적을 받은 상태였어요. 얘들이 그 시험지를 내놓으라는 거예요.”

“네네.”

“그래서 나중에 성적 때문에 불공정했네, 어쩌네 말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서 한국 대학의 경우에는 답안지도 공문서의 형태로 5년간 보관한단 설명을 하고, 내가 증거로 보관하고 있겠다고까지 했더니 얘들이 암말도 못하고 쫄아버린 거예요. 증거까지 내가 쥐고 있으니까...”

“아, 네.”

“그런데 기말고사가 2주밖에 안 남았으니 그렇지 않아도 얘네는 성적이라면 목숨을 거는 얘들이었는데 이대로 내가 기말고사를 치르면 성적이 과락이 나올 상황이 생긴 거죠. 심지어는 2,3,4학년이 다 같이 듣는 교양수업의 중간고사가 끝나니까 2학년 여자애가 대놓고 대들면서 시비를 걸어요. 4학년하고 수준 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시험문제를 똑같이 낼 수가 있냐고...”

“아아...”

“그렇게 항의하는 얘들이니, 이 일이 터졌으니 기회다 한 거죠.”

“그 모든 일이 한 학기에 일어난 일이네요? 하하!”

“네. 그러니까 얘들은 최대한 기말고사가 치러지기 전에 나를 밀어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나는 이해가 안 되는 게 정말로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이 몇 있다면 그 학생들을 수업에서 배제하고 리포트나 다른 걸로 대체하고 걔들을 배제하고 나서, 2주 후에 기말고사까지는 치러서 다른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내 수업만 5개였단 말이에요. 그런데 학교, 학과, 학생들 모두가 서로의 추구하는 바는 달랐지만 그 이익과 목적이 부합한 거예요, 나를 내쫓는 것.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 교수에게 그대로 기말고사까지 치르게 되면 중간고사에 망친 성적은 물론이고 기말고사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곤란하니까 어떻게든 문제 교수로 만들어서 다른 교수나 리포트로 대체하게 만들려고 했던 거고, 두 번째 고대 출신 한국인 교수처럼 처음부터 나를 경계하며 맘에 안 들어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거봐라 서울대 출신이라고 받았더니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냐?’라고 트집을 잡아서 내쫓기에 딱 좋았던 거죠. 뭐 그런 것들이 부합했던 거고, 거기에 아까 말했던 혐한파 강사는 한국에 대해 복수를 하고 싶었던 마음에 벼르던 게 걸린 거죠.”

“아아..”

“그런데 경찰도 오늘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어떻게 대만 언론사 부사장까지 했다는 놈이 명예훼손도 문제지만, 말도 안 된다는 거 알면서 무고죄까지 걸 수가 있냐고 빨리 송치해드리겠다고.”

“아, 네.”

“오죽하면 경찰까지 그렇게 말을 하겠어요. 그런데 내가 정말 고민을 했어요. 무슨 고민이냐 하면 내가 지금 이렇게 내 입장을 객관적으로 설명한다고 해도 한 기자 입장에서는 정말 이게 사실인가 하고 의구심이 갈 수 있잖아요.”

“네. 그럴 수 있죠.”

“내가 객관적인 증거를 하나 더 알려 줄게요.”

“네.”

“아까 말했던 동성애 남성역할이었다는 학생 있잖아요.”

“네.”

“이 학생은 원래 한국어과가 아니라 역사학과 학생이었는데 전과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이 학생이 한국어학과 교수들에 실망하고 특히 한국에서 온 교수들에게 여러 번 공부를 도와달라고 찾아갔다가 실망을 해서 9월 학기부터 1년간 네덜란드로 역사학을 다시 공부하겠다고 교환교수를 신청해서 합격한 상태였어요. 다시 말해서 내가 부임하기 전에 이 학생은 여름방학이 끝나면 바로 준비해서 1년간 네덜란드로 떠날 학생이었던 거예요. 그럼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구요. 실제로 이 사건을 터트린 시점에서 2주만 지나면 이 학생은 나와 평생을 만나지 않을 상태였던 거예요.”

“네네.”

“그 친구 입장에서 정말로 성희롱을 당했고 그런 상태라면..., 이 친구들의 주장은 한결같아요. 3월 말부터 두 달이 넘게 성희롱을 당해왔다는 거예요. 그런데 너무 허술한 게 그 기간 동안 너무 친밀하게 대화를 나눈 증거가 라인에 다 남아 있구요. 무엇보다 내 연구실에 찾아온 게 강의나 강제성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직접 찾아온 거란 말이에요, 자발적으로. 이 학생의 경우 네덜란드에 한국어를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닌 건 맞고, 1년간 한국어라고는 하지도 못할 텐데 이 학생이 나에게 찾아와서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고 도움을 청하고 계속해서 찾아왔어요. 성희롱을 한 교수에게 그렇게 할 수 있나요?”

“응응.”

“경찰이 그러는 거예요. 그 대답을 제대로 못한대요.”

“그런데 제보에 따르면, 이 학생들은 ‘그게 한국의 문화인 줄 알았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내 말이요! 그게 누가 들어도 앞뒤가 안 맞잖아요. 실제로 내 연구실에 공부하러 왔다가 시간이 안 된다거나 사정이 생겨서 못 오게 된 학생들이 꽤 되거든요?”

“아, 네. 그런데 제 생각에는 관건은 의심을 받을만한 스킨십이 있었는가 하는 거잖아요?”

“지금 대만 기자도 그런 말을 해요.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상대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반한 언론이니 가십성 옐로 페이퍼 같은 거... 아까 얘기했었잖아요?”

“네네.”

“벌써 난리가 났어도 난리 법석을 떨었을 거라는 거예요. 아까 말한 강석진 교수 건처럼 하다못해 문자 메시지라도, ‘나는 내 마누라보다 니가 더 좋아.’라던가 그런 증거들이 나와서 난리가 났어야 한다는 거예요. 증거가 안 남을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얘들이 증거라고 제시하는 게 없다는 거예요.”

“음.”

“왜냐면 그런 증거가 있다면 벌써 언론에 터트리고 그랬을 텐데 그런 게 하나도 나오질 않는다는 거예요. 기자회견을 할 때 페이스북에 쓴 카더라 통신 같은 거 말고 ‘이런 짓까지 했습니다.’라고 하면서 공개해서 난리를 쳤어야 맞잖아요. 막 물어뜯고 기자들이 집이니 연구실이니 찾아오고 그랬어야 하는데 그런데 자기네가 봐도 이상하다고...”

“으응.”

“이거 누가 봐도 여기 언론사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다 알만한 사건인 거라구...”

“아아....”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게요. 아까 말했던 새벽 한 시가 넘도록 자기가 억류당했었고 유도당해서 고백했었고, 그런 내용을 자기가 이메일로 썼어요. 그런데 제일 황당한 건 24일 밤늦게까지 새벽까지 그랬다면 당일 저녁에 그 교수의 집에 가서 같이 밥 먹고...”

“오지 않았겠지요.”

“너무 많이 흘려놓은 거예요. 이 친구들이 앞뒤가 안 맞는 것들이...”

“이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내용 중에 하나였던 성추행 문제, 그런 거는 없었다는 말씀이시고.”

“네.”

“또 한 가지 주장 중에 그런 게 있더라구요. 아까 교수님과의 새벽 대화에서 따온 거 같기는 한데...”

“네네.”

“교수님이 사모님과 곧 이혼하겠다.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 뭐 이런 주장을 하더라구요.”

“참. 어이가 없네요.”

“그런데 사실 교수님 말씀처럼 이제 문자나 무슨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네. 있으면 그냥 공개하면 되는 거잖아요. 한 기자에게도 증거자료를 보냈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요.”

“얘네가 특히 그 주동이 된 여자애가 좀 그래서 내가 반대로 물어본 거예요. 만약 그런 일을 당했고 그렇다고 생각했으면 갑자기 깨달았을 리가 없잖아요. 한국의 판사나 변호사 제자들한테 물어봤더니 법리 체계가 대만이나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 똑같대요.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면 교수님이 방어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뻔 했을 텐데, 얘네가 굉장히 머리가 안 좋은 것 같다고. 두 달 동안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순간, 얘네가 검찰에 가서 그 긴 기간에 대한 증명도 해야 하고, 누군가가 ‘왜 그럼 두 달이 넘도록 그런 일을 당하면서 아무런 얘기를 안 했는데?’라는 의문을 제기할 때, 정확하게 대답하질 못할 거라는 거예요. 설명이 안 되면 검찰에서 안 받아준다는 거지요.”

“응응.”

“왜냐면, ‘너희가 꾸민 이야기인데 증거자료도 없지 않냐?’라고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너무 괘씸한 게 증거가 없으니까 어떤 짓까지 했냐 하면 나한테 새벽에 억지 이메일을 보낸 그날 저녁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 동성애자 남성 역할했다는 여학생을 연구실에 보내서는, ‘그동안 공부하면서 우리 심부름을 시켰어요?’ 하면서 이상한 말을 하면서 유도하면서 녹취를 시도했더라구요. 나를 자극하고 흥분하게 해서 뭔가 사고를 치기를 기대하면서요.”

“아아...”

“뭔가 내가 손찌검을 하던가 그런 걸 기대를 했는데. 경찰 말에 따르면 걔들이 녹취록이라고 냈는데 특별한 내용이 없다고...”

“아아...”

“내가 재미있는 증거 하나 얘기해 줄게요. 이 문제의 여학생이 내가 컴퓨터로 비키니 입은 여자를 화면에 띄워놓고 몸을 마우스 화살표로 더듬으면서 성희롱을 했다는 거예요. 어이가 없는 게, ‘그런 짓을 한 적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을 꾸몄지?’라고 생각하다가 혹시나 싶어서 내가 그 사진을 찾아봤어요.”

“네.”

“원래 그 여학생이 물어본 거예요. ‘교수님은 도대체 이상형이 누구냐고?’ 그래서 농담처럼 그때 원더우먼 영화가 개봉을 했는데 그 주인공 여자 배우가 이스라엘 출신인데 그 여자 배우를 네이버에 검색해서 보여줬던 거예요.”

“아, 네.”

“그런데 재미있는 얘기는 지금부터예요. 네이버에 그 배우 이름을 치면 프로필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막상 그 여학생이 더듬었다는 비키니 입은 사진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구글링을 해 보이니까 그 사진이 바로 뜨는 거예요.”

“아, 네.”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한국 사람들은 사진이나 자료를 검색할 때 90% 이상 네이버를 써요. 그런데 대만인들은 검색에서 90% 이상이 구글을 써요. 증거를 만들겠다고 걔가 검색해서 제출한 거예요.”

“아...”

“이해했어요? 얘가 얼마나 어설펐으면 그런 짓을 했냐는 말이에요.”

“어떻게 보면 이 여학생이. 지금 언뜻 든 생각은, 교수님에 대한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제대로 안 받아들여진 거죠. 거부당한 셈이죠.”

“그렇죠. 어떻게 보면.”

“그래서 거기에 대한 대응, 복수를 한 게 아닌가...”


다음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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