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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Oct 31. 2021

하나후다(花札)와 화투(花鬪) - 2월

매화에 휘파람새 - 梅に鴬

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407


鶯(うぐいす)の鳴(な)音(おと)はしるき梅(うめ)の花(はな)色(いろ)まがえとや雪(ゆき)の降(ふ)るらん
휘파람새의 울음소리는 매화 빛과 뒤섞여버린 눈 내리는 때뿐이라네.

 

위의 시는, <속후습유화가집(續後拾遺和歌集)>에 실려있는 기노아소미 츠라유키(紀朝臣貫之)라는 시인의 시이다. 2월의 상징으로 그려진 동물은 일본의 휘파람새, 식물은 매화, 사물은 구름이다. 2월의 그림 상징은 이 시를 그대로 그림으로 그려 배치한 것이다. 시에서 눈이 내린다는 것을 반영하기 위해 눈 대신에 배경에 구름을 그려 넣었다. 한국의 화투(花鬪)에는 그것이 구름인지 안에 선들이 빠져 제대로 구분하기도 어렵다.

한국의 화투(花鬪)

휘파람새는 일본의 텃새이다. 한자로 앵(鶯)으로 쓰고, 한국의 휘파람새와는 구분하는데, 한국의 휘파람새는 따로 고구려 휘파람새(高麗鶯 こまうぐいす)라고 부른다.

매화와 휘파람새와 함께 그려진 사연에는 관련된 설화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옛날에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이 있었다. 그는, 아내와 사별한 슬픔에 빠져 도자기를 만드는 일도 그만두었다. 아내가 죽은 무덤엔 매화가 피었는데, 어느 날 도공의 기척이 없어 마을 사람들이 도공의 집에 가보니, 도공은 없고 아름다운 도자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도자기 속에서 휘파람새가 나와 매화 가지에 앉아 슬피 우니, 아내를 그리워하던 도공의 넋이 휘파람새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1월과 마찬가지로 일본 하나후다(花札)의 원본에는 띠에 あかよろし의 다섯 글자가 적혀있다.

이 설화가 언제부터 구전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세시풍속과 연관되어 일본에서는 매화 축제가 매년 2월에 시작된다. 매화 축제는 이바라키현 미토의 가이라크 매화 공원을 비롯한 전국의 매화 공원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일본 매화 축제 포스터

휘파람새의 단어는 ‘우구이스다니’라는 도쿄의 지명에도 남아 있을 만큼 일본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텃새이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그림 안에 그려진 새의 몸 색깔은 휘파람새보다 동박새에 가깝다는 일설도 있었다. 실제로 휘파람새의 몸 색깔은 다갈색과 흰색이기 때문에 외형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휘파람새

무엇보다, 동박새는 매화의 꿀을 빨기 위해 매화나무에 오지만, 휘파람새는 곤충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매화나무 근처에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박새

하지만, 앞서 1월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매화를 일본어로 ‘우메(うめ)’라고 부르고 일본 휘파람새를 일본어로 ‘우구이스(うぐいす)’라고 부르는 발음 때문에 여기에서는 끝말잇기가 아닌 같은 두운을 고려하는 방식을 취하는 방법으로 운을 맞췄기 때문에 이걸 고려해 보면 동박새는 등장할 여지가 없게 된다.

매화나무는 전통적으로 동양화에서 말하는 4 군자에 속해 있어 예로부터 시가(詩歌)에 읊어지거나, 디자인이 기물이나 의상만이 아니라 과자에까지 응용된 우리에게는 친숙한 존재이다. 흔히 그림에서 5장으로 꽃잎을 그리게 되는데, 그 5장의 꽃잎이 상징하는 것은 오덕(五徳 :福・禄・寿・喜・財)을 암시하고, 봄이 오기 전에 조금 앞서서 핀다는 점에서도 봄을 알리는 전령사의 의미로 문학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매화문은 중국 송나라 때부터 그려져서 군자의 고아한 기상에 비유하여 미덕, 정결, 고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지에 만개한 꽃봉오리는 굳은 절기와 용기와 미덕을 상징한다. 춘한(春寒) 속에 홀로 핀 매화의 모습은 군자의 지조와 절개로 비유, 고결한 선비의 품격에 비유된다. 또한 겨울이 되면 죽은 듯하나, 다음 해 다시 꽃이 피는 속성에 연유하여 장수의 상징으로도 여겼다.

사군자 회화에서, 매화와 대나무가 같이 그려져 있는 예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부부를 상징하여 대나무는 남편을, 매화는 아내를 상징한다. 때문에 위에 살펴본 일본의 설화에서 매화가 그려진 도자기 안에서 휘파람새가 나온 것을 남편인 도공으로 본 것이다.


특히 매화 나뭇가지에 새가 앉아 있는 모습은 매화가 피어 봄소식을 알려 춘선(春先)이라 하고, 맨 먼저 기쁜 소식을 전하므로 ‘희보춘선(喜報春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중국에서는 휘파람새가 아닌 제비를 그리거나 꾀꼬리를 그렸는데, 일본으로 전성되면서 텃새인 일본 휘파람새로 변형된 것이다.

전통적으로도 그렇지만 현대에도 중국어에는, ‘매초(梅梢 ;méishào) : 매화 나뭇가지 끝’이라는 단어와 ‘미소(眉笑;méixiào) : 즐겁고 기뻐서 눈썹이 벌어진다’라는 단어가 발음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매화 자체가 매우 경사스러운 일을 기원하고 상징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야쿠자’라는 단어가 하나후다(花札)에서 나온 말이라구?

‘야쿠자’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많은 설이 있으며, 그 중에서는 하나후다로 하는 도박인, ‘오이쵸카부(おいちょかぶ)’의 필패수인 893 조합에서 나왔다는 설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오이쵸카부는 패 3장을 뽑아 숫자 합의 끝자리를 가장 높게 만드는 도박으로 카부 도박에는 ‘7 이상을 뽑으면 다음 장을 뽑지 않아도 된다.’는 기본 규칙이 있다. 만일 첫 장을 뽑아 8, 둘째 장을 뽑아 9가 나오면 끝자리가 7이 되는 좋은 조합이다. 여기서 일반적인 사람들은 손을 멈추겠지만, 비상식적으로 모 아니면 도를 고집하는 사람이면 한 장을 더 뽑아 좋아야 본전, 나쁘면 3을 뽑아 0을 만들고 자멸할 것이다.

오이쵸카부(おいちょかぶ)’의 기본 계산 방식

이처럼 쓸모없는 조합인 8(や), 9(く), 3(ざ)를 붙여서 읽어 단어로 만들어 ‘쓸모없는 존재, 인생을 무모한 도박처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비하하는 의미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나중에 후자의 의미가 ‘사회적으로 실패한 자들이 반사회적인 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집단’으로 변하면서 '바쿠도(博徒;도박꾼, 노름꾼)'라는 의미에서 '야쿠자'라는 단어로 전성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깡패들이 부정적인 ‘깡패’라는 용어보다 ‘건달’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야쿠자’들은 스스로를 ‘협객’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자진하여 나서다(買かって出でる)'의 어원도 하나후다(花札)에서 나왔다구?

고스톱을 칠 줄 아는 사람이면 ‘광을 판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만약 다섯 명이서 고스톱을 친다고 하면, 앞사람의 세 사람이 게임에 참여할 의사를 표시하는 한 그 뒤에 있는 두 사람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모두 죽어야 하는데, 만약 운 좋게 광이라도 들어왔으면 들어온 광 숫자만큼 광을 파는 행위를 말한다.

사실 일본에 고스톱이 있지는 않지만, 하나후다(花札)로 노는 놀이는 대개 2~3명만 하는 게임이라는 기본 룰은 그대로 화투(花鬪)에도 답습되었다. 여기서 광을 파는 어디서 왔는지 몰랐던 관습처럼, 일본에서도 여럿이 놀 때, 빠져야 할 사람이 좋은 패가 들어와서 자진해서 하고 싶다고 나서는 경우가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그럴 경우 광을 사는 것처럼 일정 비용을 주고 그 패를 가지고 와서 게임에 참가하게 되는데, 비용을 내고 사서 들어왔고, 게임에 자진해서 나서기 때문에, ‘(패를) 사서 들어오다(買かって出でる)’라는 표현이 일반화되어 ‘자진하다’, ‘자처하다’라는 의미로 일본어에 상투 어구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거의 하지 않는 게임이지만, 당시 얼마나 하나후다(花札)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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