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Nov 06. 2021

대만에 사는 악녀 - 49

라인 대화 증거에 대한 외교부의 공증 1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432


  라인 대화 증거에 대한 외교부의 공증

           2018년 3월 14일 외교부 김 경감과의 대화

 

3월 6일에 첫 공판이 있은 뒤, 재판에 라인 대화를 다시 한번 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왜 이미 검찰 조사에서 판단했어야 할 증거를 다시 내야 하는지 몰랐지만, 제대로 공증을 받아서 내라고 한 여자 판사의 일그러진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박 교수는 재판이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날인 3월 7일에 재판에서 있었던 내용을 토대로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박준기 부대표 귀하,

 

어제 3월 6일에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우리 측 변호사가 학교에서 받았는데도 무시하고 검찰 측에서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던 라인 대화 기록과 학교에 보관된 cctv 자료들을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그런데 주로 한국어로 나눈 대화의 기록에 대해 공증을 받아오라는 판사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첨부된 파일이 바로 그것인데, 대표부에서 번역 내용에 대해 공증을 받는 것이 가장 명확하다고 도움을 요청하여 연락합니다.

외국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인생을 망칠 위기에 처한 재외국민에게 외교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줄 거라 믿고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유선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첨부한 문서의 번역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외교부의 확인 도장이면 된답니다. 이전에 했던 면허증 공증 같은 정도라고 확인하였습니다.

그럼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추신. 학교와 교육부 측에 정식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법령상에는 1월 이내에 결과가 나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계속 끌고 있습니다. 이 건과 관련하여 양수창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합니다.

 

                                               박 교수 드림


하지만, 예상대로 대표부에서는 유선연락은 고사하고 이메일조차 보내오지 않았다. 아마도 연말에 녹취파일과 함께 외교부 감사관실과 국민신문고를 통해 직무유기와 업무태만으로 부대표를 징계해달라는 민원이 들어간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박 교수는 생각했다. 마침 연말에 넣은 민원에 대해 느지막하게 답변을 달아온 외교부 재외국민 보호과의 경감이 문의할 사항이 있다면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번호를 남긴 것을 보고 연락을 취했다. 대표부에서 계속해서 연락을 피하고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본부를 압박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국제전화로 전화를 해도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는 그들에게, 부재중이고 출장 중이라고 뻔한 거짓말을 하며 피하는 그들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했더니 일주일 만에 경감이라는 이로부터 마지못해 한다는 식으로 전화가 왔다.

 

“예. 김승남 경감입니다. 전화 주셨다구요.”

“우리 처음 통화하는 것도 아니니까 용건만 간단히 합시다. 내가 지금 재판이 시작되었는데요. 학생들과의 대화를 번역해서 낸 것을 지금 와서 다시 번역 공증을 받으래요.”

“네. 그런데요?”

“그걸 지금 법원에 다녀온 바로 다음날 이메일로 대표부에 보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요.”

“지금 말씀하신 그게...”

대표부와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보고받고 정보를 공유할 리가 없다는 점은 박 교수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일이 모두 다시 설명하기가 그래서 빠르게 설명했더니 그의 이해 속도를 넘어선 것 같았다.

“형식적인 문제가 있어서 대표부에서 공증을 하기가 곤란하다고 합니다.”

“형식적인 무슨 문제요?”

“그건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형식적으로도 그렇고 그 내용을 대표부에서 보증할 수 없는 건데 공증을 어떻게 하느냐고 하는 것 같던데요.”

“아니요. 예를 들어 내가 준 게 한 100페이지가 되어서, 시간이 엄청 걸리는 작업도 아니구요. 그냥 말 그대로 카톡대화예요.”

“예.”

“게다가 번역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번역을 다 했어요.”

“예.”

“그러면, ‘번역 내용에 이상이 없습니다.’라고 하는 게 번역 공증이잖아요. 지금 뭐 한 문구 때문에 문학적으로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이걸 다투고 이러는 게 아니니까요.”

“예예.”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구요. 이게 재외국민 보호과에 경찰청에서 파견 나와 있는 경감이 전화를 할 일인가요?”

“제가 중국 관련 담당 맞습니다.”

“아니, 지금 나한테 그랬잖아요? 내가 지금 어디에다가 요청을 했죠?”

“아, 주 타이베이 대표부에 요청을 하셨죠.”

귀찮은 듯 심드렁하게 무심한 대답을 하는 경감의 태도가 거슬렸지만 박 교수는 질문을 늦추지 않았다.

“예. 지금 제가 어디에서 재판 중이지요?”

“타이베이에서 재판 중이시지요.”

“예. 여태까지 6,7개월에 걸쳐 타이베이 대표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을 했다구요. 12월부터 공식적인 이메일에도 표기했는데, 혹시 보셨나요? 이 메일 보신 것 같은데 제가 보낸 메일이요.”

“아니요. 제가 메일을 보지는 못했구요.”

“네. 제가 보낸 메일에요, 증거를 남기려구 이메일에, ‘양창수 대표와의 이 건으로 인해 면담을 요청합니다.’라고 했어요. 재외국민이 현지 대표부의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것이 불법인가요?”

“....”

뭔가 교수의 연쇄 질문에 말려든 것 같기도 하고 말 같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김 경감이 머뭇거렸다.

“아까 중국 담당이라고 그랬잖아요?”

“예예.”

“그래서 다시 직접 묻습니다. 내가 면담을 요청하는 것이 불법이냐구요?”

“요청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요.”

“그러면 반응도 안 하고, 대답도 안 하고, 그냥 씹어도 괜찮은 건가요, 해당 대표부에서?”

“그 사안에 대해서는 대표부 담당 영사에게 전달을 해두겠습니다.”

“아니요. 12월부터 했다구요. 경감이 등장하기 전에 지금 이완재 국장 이전에 김중완 국장을 통해서도 요청을 했었구요. 요청하고 그 대화들 모두 녹취를 다 했구요. ‘언제 그런 요청을 하셨습니까?’라고 발뺌이라도 할까 봐 내가 이메일로 12월부터 계속 보낸 증거도 남긴 거구요. 지금 본부에서 경감이 새롭게 연락해서, ‘아! 교수님이 그런 요청하신 사실을 저희는 까맣게 몰랐다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구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지금 이 공증 부분만 해도 그래요. 얘기하시다가 말이 바뀌었는데 다시 한번 여쭤볼게요. 공증에 무슨 차이가 있길래 못 해준다는 거지요? 제가 똑같다,라고 설명을 한 번 했는데.”

“저희 영사는 어떤 그 번역의 정확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원문 하고 번역문이 진정한 문서라고 인정하는 거지, 그 번역의 내용을 보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말이요! 말장난인 것 같아 가지고... 제가 다시 확인을 좀 할게요. 일부러 그러실 리는 없으니까... 가장 많이 하는 영사 공증업무가 운전면허증이잖아요?”

“네.”

“운전면허증을 제가 직접 번역을 해서 대표부에 가져가서 처리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직접 공증을 받아봤거든요?”

“네.”

“한국어로 된 걸 중국어로 번역해서 가지고 갔어요.”

“네.”

“그랬더니 그냥 확인 도장 찍어 주시더라구요. 지금 그것과 이것이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지요? 라인 번역한 걸 내가 보내줬어요. 면허증 번역 공증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얘기해주시면 돼요. 제가 언어 전공이거든요, 한국어! 제가 지금 경감님의 말을 이해를 못 하겠어요. 그래서 제가 다시 묻는 겁니다. 면허증을 번역했더니 바로 도장을 찍어줬단 말이죠. 그런데 왜 이건 도장을 바로 못 찍어준다는 거죠? ‘같은 식으로 도장을 찍어주시면 됩니다.’라고 했거든요? 제가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한국어로 다시 설명해주실래요? 뭐가 다르고 뭐가 잘못되어서 도장을 못 찍어준다는 건지...?”

“그 당시에 운전면허증 하고, 번역한 문서를 따로 가져가셨지요?”

뜬금없는 경감의 질문에 박 교수가 황당한 반문을 던졌다.

“왜 그걸 따로 가지고 가죠?”

“별개의 문서 아닙니까?”

“지금 라인 번역문도 똑같이 별개의 문서인데요.”

“제가 확인한 대표부가 보낸 공문에서의 답변은 원문 하고 번역문이 함께 있어서.....”

“하아! 내가 정리를 할게요. 만약에 그런 문제면 말이 안 되는 게 A4용지에 라인 대화를 캡처 한 부분이 있을 거 아닙니까?”

“예.”

“한국어로 된 걸 중국어로 다시 번역했을 거 아닙니까?”

“예.”

“그러면 대화가 계속 쭉 이어지잖아요. 그런데 그거를 번역하려면 이 위치의 말이 어떤 말인지 쉽게 확인이 안 되니까, 비교하기 좋으라고 한 페이지에 원문 왼쪽에, 번역문 오른쪽에 둬서 위치를 똑같이 처리하면 어떤 글을 번역했는지 알아보기 쉬울 거 아닙니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면허증도 원래 한국어 원본이 있으면 번역된 걸 한 페이지에 붙여서 내는 게 형식에 문제가 됩니까?”

“...”

박 교수의 논리적인 단계 설명에 경감이 할 말을 잃었다. 사실 김 경감 역시 대표부의 답변이라는 것을 공문을 통해서 보긴 했지만 도대체 정확하게 뭐가 잘못되어서 그런 것인지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민원인에게 직접 대응하라고 자기에게 시킨 나 과장의 지시를 무시할 수 있는 위치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이해하셨죠? 지금?”

“저희가 원문과 번역문의 성립의 진정을 저희가... 보증하는 거지, 내용을 보증하는 게 아니거든요.”

‘공문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반복해서 우기고 우기면 된다.’

“그럼 다시 여쭤 볼게요. 운전면허증을 제가 번역을 해갔어요. 중국어로. 그랬더니 도장을 찍어줬어요.”

“예예.”

“그 도장만 찍어주고 돈을 받는다는 건, ‘이 한글로 된 문서의 번역을 한 중국어의 내용이 맞다.’라고 공증해주는 거 아닙니까? 맞죠?”

“....”

‘틀린 말이 아니다. 뭐라고 우기기가 어렵다.’라고 생각한 김경감의 말문이 막혔다.

“아니라고 하실 건가요, 혹시?”

“...”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437


매거진의 이전글 대만에 사는 악녀 - 4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