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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Nov 11. 2021

대만에 사는 악녀 - 54

어떤 픽션도 현실보다 잔혹할 수는 없다. 4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451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그렇게 선선히 대답했지만 이미 남자의 영혼은 반쯤은 이탈된 느낌이었다. 알아보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그저 대답만 선선히 하고 있을 뿐이었다.


“네. 두 번째는 그거였구요. 세 번째는 공증과 관련된 건에, 공판 기일이 좀 촉박합니다. 대표부에서 처리해야 할 사건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혹시 내 사건에 대한 담당이라던가 이 사건을 예의 주시하고 계속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담당자가 누가 있습니까?”

“대표부예요?”

“네.”

“저희는 여기서 이제, 사건 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인 건 알고 계시죠?”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인력이 한 명뿐이라서...”

“지금 말하는 단 한 명은 강준성 씨를 말하는 건가요?

“네.”

“박아현 영사는 사건 담당 영사가 아닌가요?”

“저희는 경찰 영사가 따로 없구요. 제가 이제 실무자죠. 제 위에 상관이 박아현 영사님이시구요.”

“박아현 영사도 일을 하는 건 맞죠?”

“네.”

“그분도 이제 총괄적으로 영사업무 제반 업무랑 사건을 담당하시죠.”

“그런데요?”

“네?”

“아니, ‘사건사고가 많고 담당자가 한 명밖에 없다.’까지 설명하다가 말았어요. 그래서요?”

“제가 그래서 여기서는 실무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실무자가 누구냐고 물은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내 사건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외교부 재외국민 보호과에서 같잖은 말로 떠들고 있는데. 과연 정말로 재외공관에서 내 사건을 예의 주시하고 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는 겁니다.”

“저희는요. 저희 재외공관은 수사 관련해서 관여는 하지 못하거든요.”

“그건 당연한 거죠.”

“저희 쪽으로 문의하시거나...”

“문의하기 전에 형사 건이 진행 중이잖아요. 그러면 그 사건 추이에 대해 알아보거나 물어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

“네네. 제가 하고 있습니다.”

“강준성 씨가 나한테 단 한 번도 먼저 연락을 준 적이 없잖아요. 그렇죠?”

“제가 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회신도 드렸었구요.”

“질문에 대한 회신 말고 이 사건과 관련해서 새로운 정보라던가 어떻게 흐름이 가고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 가이드를 해준다거나 하는 건 단 한 번도 없었잖아요. 그쵸?”

“네.”

“그럼 질문을 좀 바꿔 볼게요. 여기 대만에서 형사사건에 연루되어가지고 재판까지 받고 있는 재외국민이 수십케이스나 되나요?”

“여기에서 저희에게 그런 걸 문의하시면...”

“아니, 그걸 일일이 하나하나 알고 싶어서 묻는 게 아니구요. 최소한 형사사건과 연루되어서 재판까지 받는 사안이면 사건 담당자가 재판 사안이랄지 그 제반 사항에 대해서 체크하고 정보를 계속 공유해야 한 다고 외교부 본부의 재외국민 보호과 담당에게 들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한 번도 담당자에게 그런 안내 전화를 받아본 일이 없어요.”

“으음, 어떤 거 관련해서지요?”

“‘재판은 언제십니까?’라던가 ‘이번 재판에서는 어떤 얘기가 나왔습니까?’라던가, 하다못해, ‘지금 학교 쪽은 어떻게 일이 진행 중입니까?’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요.”

“네.”

“저희가 지금 드릴 도움이 무엇입니까? 쉽게 얘기하면 이쪽에서 먼저 뭔가를 체크하거나 이거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요. 어떤 분들은 자신이 어떤 안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 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알리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은 상관없어요. 나는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하고 묻고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고, 그런데도 아무런 안내나 협조 연락을 단 한 번도 먼저 받아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공증에 대한 요구를 했는데도 대답도 못 받고...”

“저희는 항상 이메일 회신을 해드렸잖아요.”

“강준성 씨 한국 분 맞죠?”

“네.”

“한국어를 잘 못 알아들어요?”

“아니 연락을 못 받으셨다고 했는데, 이메일 회신드렸었는데....”

“‘회신’이라는 건 내가 먼저 연락을 하고 답장을 받는 걸 말하는 거잖아요. 내가 지금 얘기하는 건 먼저 연락을 해서, ‘지금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금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건 뭔지 같이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뭐 이런 체크나 배려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구요. 그런데 어제 외교부 본부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들으니까, ‘원래 사건 담당 영사가 그런 일을 하는 게 맞습니다.’라는 답변을 받았어요. 더더군다나 형사사건 관련해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건 담당 영사가 직접 챙기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강준성 씨가 얘기하는 건 입만 열면 똑같은 ‘이메일 회신드렸잖아요.’뿐이잖아요.”

“선생님께서 항상 저희에게 먼저 문의를 주셨었잖아요.”

“그래서요?”

“저희는 이제 연락을 한 거죠.”

“자꾸 똑같은 말만 반복이 되니까...”

“그러니까 세 번째 문제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죠?”

“제가 연락하고 뭔가 문의하기 전에 제가 대표부의 보호를 혹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이 정도 형사 재판까지 간 사안이면 담당자가 있어서 챙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외교부 본부에서 답변을 받았는데 그런 거를 지금이라도 그런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건가요? 이게 세 번째입니다.”

“저희가 도움드릴 수 있는 것은 드리고....”

“먼저 사건에 대해 제가 뭔가 질문을 했을 때 한 달이나 3주 있다가 이메일 답변 띡 하는 거 말고 먼저...”

“먼저요?”

“네. ‘먼저 그렇게 챙겨주는 게 맞다.’라고 어제 외교부 본부 통해서 답변을 들었는데 ‘그게 정상적이라면 정상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을까요?’가 질문입니다.”

“네.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여기 행정직원이고 공무원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좀 전에 문의하셨던 내용에 대해서 제가 영사님께 알려 드릴게요. 그래서 이렇게 연락받으시길 원하신다. 그다음에...”

“근데 봐요. 어저께 재외국민 보호과의 경감이랑 통화를 했을 때에는 박아현 영사랑 전화를 했다고 그랬어요. 그 경감이 자기도 경찰청에서 파견 나온 사람일 뿐 외교부 사람은 아니라고 그런데 ‘어쨌거나 중화권 담당인데 영사를 통해서 오늘 안에 유선으로 연락이 갈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나는 결국 박아현 영사에게 아무런 유선 연락을 받지 못했어요.”

“으음... 네.”

“물론 바쁠 수도 있고 사고가 터졌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까지도 나는 연락을 못 받고 있다가 담당 행정직원이 오늘 아침에서야 문자 한 통 보낸 게 다예요. 그럼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거 아닙니까, 여기 프로세스에. 왜냐하면 본부와 얘기를 할 때는 본부에서는 얘기를 이렇게 했어요.”

“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렇게 답이 안 와요. 그러면 내가 그때마다 흥분해서, ‘이거 왜 이렇게 하는 겁니까?’라고 항의하는 건 서로 에너지 낭비 아닐까요? 강준성 씨 지금 얘기한 것처럼?”

“근데 시간 약속을 하셨는지는...”

“시간 약속은 필요 없고, 지금 강준성 씨가 얘기한 시간 약속이라는 거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어제 오후에 연락을 받았는데 오늘 오전이라도 연락을 드렸잖아요.”

“유선! 유선! 한국말 알아듣죠? 유! 선!”

“네.”


교수의 흥분된 지적에 움찔하고 자신도 모르게 선선히 또 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게 유선이요? 문자메시지를 강준성 씨는 유선이라고 그래요? 강준성 씨가 사는 한국에서는 그렇게 말해요?”


따박따박 따지는 말에 뭐라 남자는 대꾸하지 못했다.


“이건 문자메시지죠.”


다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숨을 고르고 교수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래요. 유선연락. 아휴! 아니, 우리 사소한 문제로 강준성 씨랑 감정적으로 싸울 일도 없고...이럴 필요 없잖아요. 그냥 맞는 건 맞다. 실수는 실수다. 인정할 거 인정하고 왜냐하면 강준성 씨가 지금 얘기하는 거에 대해서 누가 행정 직원한테 책임지라고 안 해요. 이메일에 서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증거가 다 남아 있어요. 게다가 그 이메일은 강준성 씨가 임의대로 판단해서 보내는 게 아니라 위에 보고받을 거 다 받고 지시받고 그대로 나한테 보내는 일만 하는 거잖아요. 강준성 씨가 무슨 결정권이 있거나 자기 생각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 내가 잘 안다니까요.”

“으음...”

‘그렇게 생각하면 제발 그냥 여기서 바로 일어나서 저를 풀어주세요.’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싶은 욕망이 간절한 남자였다.


“지금도 얼마나 곤란하겠어요. 박아현 영사가 지금 휴가랍시고 출근을 안 했어요. 그렇다고 본인이 지금 여기서 책임감을 가지고 책임성이 있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내가 그걸 모르지 않는다구요. 그런데 상식적으로 본인이 지금 실무자라고 인정을 했잖아요. 그러면 제일 잘 알고 있잖아요. 이 건에 대해서.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안 한 게 맞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렇게 답변하는 게 맞지, ‘회신드렸잖아요, 회신드렸잖아요.’이러는 게 맞는 건가요?”

“지금 저를 가르치시는 건가요?”


잠시 잊고 있었던 여자 직원이 메모조차 포기하고 그림 같은 것을 그리는 것을 보고 남자는 자존심이 발끈했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힘들지 않게 가는 게 서로 편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는 거예요. 강준성 씨 나한테 무슨 악감정 있는 거 아니잖아요. 나도 강준성 씨한테 하등의 악감정 없어요. 내가 지금 강준성 씨한테 막 난 척하고 가르치고 억누르고 그러려고 그러는 거 아니라니까요. 나는 지금 도움이 필요해서 도와달라고 온 사람이고 강준성 씨는 그 실무업무를 맡는 실무자잖아요. 본인도 자기 입으로 실무자 맞다고 하잖아요.”

“네.”

“그리고 아직 이 일이 안 끝났잖아요. 그러면 당분간은 강준성 씨가 그만두거나 내가 자살하지 않는 이상은 당분간 이 건 때문에 우리는 서로 봐야 하는 사이잖아요.”

“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처리하자고 내가 건의하는 거예요. 이게 낫지 않겠어요? 그냥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아닌 건 아니다. 그렇게 인정할 건 인정하고 이거는 내 권한 밖이니 위에 물어봐 드리겠다. 그렇게 처리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감정적으로 흥분할 일도 없고. 그렇지 않을까요?”

“네. 그래서 제가 좀 전에도 알려드리겠다고...”

“네네. 맞아요. 그래서 세 번째는 강준성 씨가 정말 바쁘시겠지만 내가 이제까지 제일 서운하고 답답한 게 ‘아까 회신을 드렸지 않습니까?’라고 그러는데, 평균 회신이 오는데 걸리는 시간도 3주에서 4주 이상이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그 회신을 위해 파악하는 게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것을 알아보러 다니거나 할 필요가 있는 사안들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저희....”

“그런데 내가 3-4일이면 다른 일도 있고 처리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해가 되는데 3,4주라는 건 누가 들어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거잖아요. 어제 본부에서 통화한 경감도 자기도 이해가 가지는 않는데요. 만약에 대만 당국에 뭔가 서류를 보내서 그걸 회신받아서 답변해야 하는 거라면 그래서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같은 것도 아니고 단순 답변일 경우에는 3,4주나 걸린다는 건 시스템에 문제가 있거나 담당자한테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구요.”

“...”

“그런데 강준성 씨가 괜한 그런 오해를 살 필요가 없잖아요. 빨리 보고하고 답변할 거 빨리 답변해 주면 되잖아요. 제가 지금 재판에서 혹시 내가 보낸 이메일에 첨부파일을 확인하셨나요?”

“음... 어떤...?”

“라인 대화”

“네. 확인했는데 다 보지는 못했구요.”

“분량이 많지는 않아요.”

“이게 네 번째 사안인 건가요?”

“네.”

“성희롱이 아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 중의 하나로, 아주 친밀했던 학생들과의 대화를 다른 학생의 도움을 받아서 번역을 해서 학교 조사 때부터 이미 증거로 냈었어요. 그런데 검찰에서 이 자료도 받지 않고 기습적으로 기소를 엉성하게 해 버렸는데, 재판에서 이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하게 되면, ‘명확한 객관적 증거니까 재판이 빨리 끝날 수도 있겠다. 무고다. 이 여학생들이 두 달이 넘게 이렇게 친하게 지냈다는 대화 증거가 있는데 그 기간 동안 성희롱을 당했네 어쩌고 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다.’라는 아주 결정적인 증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빨리 좀 처리를 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받으려고 연락을 했던 거거든요.”

“...”

“혹시 내가 연락하는 것보다 내 변호사가 직접 연락하는 편이 일처리가 혹시 더 빠른가요?”

“어, 선생님의 변호사 분이요?”

“네.”

“저희 쪽으로는 선생님이 해주셔도 되고 변호사가 해주셔도 되고 상관없는데요.”

“아니, 내 변호사 얘기는, 내가 직접 하는 게 교수님 나라의 외교부니까 더 맞는데, 이제까지 했던 식으로 답변이 느리게 오고 비협조적이라면 우리 재판에 차질이 생길 수가 있다. 판사가 명령을 내렸는데 이게 엄청 시간이 걸릴 일이 아닌데, 그러면 일부러 우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시간을 끄는 것처럼 보일 수가 있다는 거예요.”

“네.”

“빠른 응대가 좀 필요한데...”

“네.”

“그거를 좀 빨리 처리해달라. 그게 네 번째입니다.”

“네.”

“근데 사실은 공증 이외에는 대표부에 내가 지금 부탁할 거는 없을 것 같기는 해요. 지금 이게 가장 현안이고 급선무이니까... 마지막 다섯 번째인데, 박준기 부대표가 아까 학교에 보냈었다는 공문 때문에 아까 신문기사에 문제가 되어서 한국의 미투 운동과 백래쉬 때문에 시끄러운데, 원래 그 건이 어떻게 된 거냐면, 처음 내가 면담을 왔을 때 박 부대표한테 학교 조사가 편파적으로 조작되어 이루어졌다는 것을 문건으로 정리해서 건네주면서 외교부 명의로 학교 총장에게 공문으로 발송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예, 오케이. 알겠습니다.’라고 한 건이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박 부대표가 나랑 개인적으로 통화를 하면서 뭐라고 변명을 했느냐 하면, ‘사실은 교수님이 주신 것은 안 보내고 한 장 짜리 일을 원만하게 처리해달라고 총장이 아닌 한국어 학과장에게 보냈다. 미안하게 됐다.’라고 말을 바꾼 부분이 녹취에 있어요. 그런데 작년 연말에 그 부분 때문에 한 기자가 박 부대표의 이름을 오픈하고 기사를 게재하려고 하다가 홀딩을 한 상태예요. ‘공무원에게 치명타일 수가 있다.’라고 해서. 박 부대표가 기자와 통화를 했대요. 그러니까 알고 있다구요, 부대표도. 그런데 아까 강준성 씨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게 무슨 학교에 공문을 보내줬다는 식으로 와전을 시켜서 대강 얼버무리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아까 말한 두 번째 건이랑 다시 맞물리는데 양수창 대표는 분명히 박 부대표의 몸 사리는 일방적인 설명과 보고만 들었을 거란 말이에요. 정확하게 부대표가 나에게 어떤 약속을 했고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통화나 대화 녹취를 들어본 일도 없고 근데 양수창 대표가 어찌 되었든 박 부대표의 상관이잖아요. 그리고 지금 여기 대표부의 책임자잖아요. 그래서 내가 아까 두 번째 면담 건에 대해서 계속해서 요청을 했던 이유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싶다구요. 당신이 밑의 부하에게 들은 보고와 완전히 다르다는 걸 내가 총책임자에게 증명하려고 하는 거란 말이에요. 이건 민감한 부분이니까. 박 부대표가 여러 기자들이 사실관계의 확인을 위해서 연락을 취해서 통화를 했다는 거예요. ‘당신이 약속한 내용이 녹취록에 분명히 나오는데 나중에 말을 바꾸고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하는 식은 국민을 기만하는 거 아니냐?’ 이런 진실 추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내가 계속 푸시할 수 도 있지만 양수창 대표랑 면담을 통해서 사실관계를 확인을 통해서 만약에 박 부대표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고, ‘저도 나이가 있는데 이게 터지고 나면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양해주신다면 이 건의 해결을 위해서 최대한의 조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저 하나를 죽이려는 게 목적이 아니시라면 원만하게 일처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나온다면 제가 굳이 박준기 부대표의 공무원 옷을 벗기려고 그러는 게 아니니까 나도 내 일에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내가 뭐하러 이런 짓까지 하겠습니까? 근데 지금 협조가 원활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러는 겁니다.”

“.... 다섯 번째는 간략하게 간추린다면 어떻게 되시는 거죠?”


가만히 숨죽이고 듣길래 이 정도 설명이면 알아듣겠지라고 찬찬히 설명을 마친 교수는 남자의 멍청한 재확인 질문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공문과 관계해서 두 번째와 연계해서 위에서 물을 거 아닙니까? ‘도대체 왜 그렇게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하는 거래, 그 사람은?’하고 말이죠.”

“네.”

“이유가 뭐래? 전체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너무 문제가 많이 발생했고, 부대표의 실수가 너무 많았고, 매체에서도 지금 많이 취재를 했으니 그 문제에 대해서 명확하게 사실관계에 대해 확인을 하고...”

“네.”

“이 부분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물들이 나에게 있으니 양수창 대표와 같이 그 부분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박 부대표를 불러서 소명을 듣고 얘기를 해서 원만하게 일처리를 하는 걸로 내 일에 전폭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박 부대표나 박 영사에 대해서 문제를 삼고 시끄럽게 하자는 게 내 목적이 아니니까...”

“네.”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면담을 하고 싶다.”

“네.”

“공문 발송에 대한 것은 분명히 거짓이었다. 이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 명확하게 하고...”

“네.”

“그겁니다.”

“아니 아니, 그래서 다섯 번째 질문이 뭐죠?”

“박 부대표가 보냈다는 공문이 내가 말한 그 공문이 아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해야겠다. 그런데 박준기 부대표는 계속 기자들과 전화를 하면서도 부인하고 아니라고 하니 그러면 내가 증거자료를 가지고 직접 그 상관인 대표를 만나서 증명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거잖아요.”

“아, 그러니까... 결국은...”

“네. 두 번째 사안과 연계되어 그것에 대한 사유 정도가 되는 거겠지요.”

“아, 네.”

“혹시 공증에 대한 거는 강준성 씨는 박 영사에게 어떤 오더도 받은 게 없나요? 공증 담당자가 알아서 처리하는 건가요?”

“네. 저는 공증업무를 한 번도 처리해본 일이 없거든요. 중요한 내용이고 하니까요. 제가 간략하게 배워서 알려드리기보다는 아무래도 항상 해왔던 김 효정 씨가 하는 게...”

“아니 그건 이해를 했는데 박아현 영사가 확실하게 뭐라고 얘기를 한 건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되기는 되는데 거기 갖춰야 할 무슨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 것 같아요.”

“그러면 여기서 하나요? 아니면 다시 창구로 나가야 하나요?”

“나가서 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네. 어쨌거나 오늘 귀한 시간 내줘서 고맙구요. 마지막으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결국은 하나입니다. 내가 지금 억울한 일을 당하고 이렇게 되었는데, 빨리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가급적이면 대표부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적대관계가 아닌 원만한 해결을 했으면 하는 게 내 작은 바람입니다.”

“네. 저희도 박 선생님이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하고 본래의 생활로 복귀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결국 밖으로 나온 교수는 영사 담당 직원에게 가서 보기 좋게 옆에 원문을 해서 다시 내면 도장은 찍어주겠다는 말에 근처의 변호사 사무실에 뛰어가서 점심도 포기하고 오려 붙이기를 한 시간 넘게 하고 나서 그것을 들고 다시 영사 업무 직원에게 가서 확인 도장을 하나 받았다.


그 공증서에는 내용에 대한 부분은 대표부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아주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 돈까지 받으면서 해주는 공증업무를 도대체 영사업무랍시고 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박 교수는 번듯하고 으리으리한 대표부 건물을 빠져나오면서도 박 교수의 마음은 내내 불편했다.


결국 그렇게 제출한 공증 서류에 대해 법원에서는 앞에 써놓은,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공식적인 공문으로 질문했고, 대표부에서는 대표의 이름을 당당하게 넣어, 문구 그대로 내용에 대한 부분은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상세하고 친절한(?) 내용을 담은 답변서를 다시 법원에 보내왔다. 그나마 그 서류도 한 달이 넘어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서 볼 수 있었던 교수는, 정말로 한국 외교부의 이름을 달고 일하는 그들이 이제까지 어떻게 국민의 인권을 유린해가며 해태하게 살았는지를 떠올리며 이를 갈아야만 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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